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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꿀벌 이야기

새끼들은 따뜻한 곳에서 - 꿀벌의 번식(3/15)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해서 좀 쉴까 했더니 

아침 8시에는 영하 5도이더니 계속해서 기온이 올라

한낮에는 영상 15도로 조금만 일을 해도 땀이 흐른다.


오전 내내 마음이를 페인트로 칠해주었는데,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녹슨 모습보다는 훨씬 깔끔해졌다.

페인트 칠이 재미있는 일인데,

미술에 워낙 소질이 없다보니 뜻대로 예술적인 칠이 안나온다.

미술이나 음악은 참 실용적인 학문이다.


점심을 먹고 벌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 주 토요일에 화분떡을 공급해서 새끼를 원활하게 키울 수 있도록

정농께서 조치를 해 두셨다고 한다.

오늘은 벌통이 얼마나 많은 새끼를 낳았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것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날이다.


벌들에게 벌이 마련한 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당량의 꿀을 지난 겨울 준비를 하면서 넣어 두었는데,

한통의 벌이 완전 전멸을 해 버렸다.

정농의 말씀으로는 3, 4일 정도만 먼저 벌통을 보았어도

이렇게 몰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 하셨다.



벌통을 열고 두 장 또는 세 장의 벌집판(소광이든가?)을 넣어 두었는데,

양쪽 모서리에는 겨우내 먹고 남은 꿀들이 차 있었고,

가운데 판에는 여왕벌이 새끼 벌들을 낳아서 봉합을 해 두었다.


8통의 벌통 중에서 3통이 3장짜리 벌통이고,

5통은 2장짜리 벌통으로 벌이 왕성하지는 않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곧 일벌들이 부화되어 강군으로 클 수 있을 것이라 하신다.



초크병이 걸린 벌집도 한 장 발견되었다.

애벌레로 크지 못하고 누렇고 딱딱하게 변해버린 것들이

5, 6개의 벌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벌들이 초크병에 걸린 것들은 일일이 물어서 벌집 밖으로 버린다고 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많은 일을 벌들이 스스로 하는데도, 분봉이나 물, 꿀, 소독 등의 일을 위해

사람들이 거의 매일 벌통에 매여 살아야 한다.


여왕벌은 현명해서 겨우내 먹을 양식은 모서리에 모아두고,

제일 따뜻한 벌집의 가운데에 알을 낳는다.

어떤 벌집에는 꿀이 다 떨어져서 새로운 벌꿀집을 넣어 두었는데,

이렇게 꿀이 떨어진 곳에서는 알을 낳은 벌집이 없다.

혹시 새끼들을 굶겨 죽일까봐 여왕벌이 시기를 조절하는 모양이다.


작업을 하느라 쑥향을 피워내면

웅웅 웅웅 하는 소리가 제법 위협적이다.

작년에는 이 소리들이 무서워 가까이 가지를 못했는데,

오늘은 그래도 적응이 되었다고 두려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러다가 한 방 쏘이면 또 정신이 번쩍나겠지. ㅎㅎㅎㅎ


원래 계획은 벌통을 20통으로 늘리려고 했는데,

정농과 심현이 모두 다치시는 바람에 무리를 하는 것 보다는

적지만 자체적으로 늘여보고 차분하게 일하자는 생각으로 포기했다.

적어도 100통으로 늘릴 목표를 잡고 3년안에 달성해 보자.

이것 저것 배울 것도 많은데 굳이 일만 늘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6시간 노동 6시간 휴식 6시간 공부와 취미생활.

날이 따뜻해지니 이 생활계획표와는 관계없이 노동시간이 늘어난다.

안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