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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우리 포터 '마음이'를 단장하면서(3/14)

불쌍한 포터에게 목욕을 시키고 깔끔하게 새 옷을 입혀 주려고 한다.

공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무일이 직접 정성을 들여서 하려고 한다.


2001년에 농사 짓는데 필요할 것 같아서

보은 땅 2,600평을 빌리면서 현대 포터 더블캡을 샀다.

현금이 없어서 그리미가 붓고 있던 적금을 깼다. 550만원.

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붓고 있던 적금이라 미안했다.


그래도 돈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여기에 꼭 써야 해 하고 움켜쥐고 있었더라면,

포터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서 돈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여행도 다녀오게 되었고,

포터도 사게 된 것이다.


시골 생활에 꼭 필요한 트럭이니,

흔쾌히 사자고 한 그리미에게 고마웠다.

그 트럭이 지난 9년의 세월 동안 완전히 고물신세가 되어 간다.

98년식이니 벌써 14년.


산에 땔나무를 하면서 통나무와 포크레인에 찍히고,

밭에 물건을 실러 가다가 뒤집어져 지붕이 찌그러지고,

접촉 사고도 많아서 이리 패이고 저리 깨지고,

그렇게 수없이 받은 상처들을 한 5년 전에 한 번 깔끔하게

수리해 주었는데,

시골 생활이 너무 힘들었는지 다시 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이제 더 돈을 들이기도 쉽지 않아서,

그라인더로 녹슨 부분을 갈아내고,

광명단이라는 방청제를 칠한 후 페인트칠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포터를 고치려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를 용인에 싣고 가서

그곳에 2, 3일 주차해 놓아야 하는데,

새로 지어진 깔끔한 아파트 단지 안에

흉물스럽게 버려진 것처럼 두는 것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주인 잘못 만나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미안했다.


이 차의 전성기에 우리 가족은 온갖 캠핑 장비를 뒷칸에 싣고

넓은 좌석에 편안하게 누워 산으로 들로 캠핑을 다녔다.

화물칸이 워낙 넓으니 짐을 아무리 실어도 좋았고,

6인승 더블캡의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은 침대처럼 넓었다.

연비도 좋아서 유류비도 별로 들지 않았고, 세금도 쌌다.



가을 추수철에는 아이들과 여기 저기 쌀배달도 다녔다.

차 한가득 쌀보따리를 실어 보은을 출발해서 서울과 부천, 일산을 돌았는데,

서울 근교에서 차가 너무 밀리다 보니,

배달이 끝날 때는 깜깜한 밤중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많은 친구와 가족들의 1년 양식을 단 하루만에 가져다 주었으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포터가 있어서 가능했다.


수리는 간단하다. 핸드 그라인더로 녹슨 부분을 갈아내고,

광명단을 1차 2차 바르고 말리고 있는 중이다.

내일 다행이 비가 오지 않는다면,

한 번 더 광명단을 칠하고 청색 페인트로 마무리해서 새단장을 할 것이다.

비록 전착도장처럼 번쩍거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녹이 여기저기 난 흉한 모습에서는 벗어 나리라.


축분 퇴비 100포를 마당에서 하우스 창고로 옮기느라 힘을 쓰고,

다시 포터를 치장하느라 일을 제법 했다.

손들이 불편하신 두 분을 대신해 설겆이와 상차리기도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오늘 심현께서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광명단과 샌드 페이퍼를 사러 갔다오는 무일에게


"조심해서 잘 다녀 와" 하시고,


정농은 샌드 페이퍼를 두 장 사왔다고 말씀 드렸더니


"잘 했다, 많이 쓰이는 물건이야"라고 하신다.


이렇게 좋은 말들을 들으니,

마치 애정 결핍에 걸렸던 아이가 사랑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ㅎㅎ


포터야 너도 기분이 좋으냐?

너에게도 내가 이름을 하나 지어 주어야겠다.

'마음이' 어떠냐?

몸은 비록 많이 망가졌지만,

농부들의 일손을 돕겠다는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 너,,,

마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