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농과 함께 하루 종일 반장댁 삼천평 콩밭 수확 품앗이를 다녀왔다.
수확을 거둔다는 것은 뒤에 남겨진 일이 없다는 것이니
옮기는 걸음걸음마다 일한 성과가 눈에 보인다.
무려 열명의 사람과 두 대의 트랙터, 예초기, 콩 타작기까지 동원된
대단위 사업이다.
80대 한 분, 70대 한 분, 60대 네 분, 오십대 한 분, 그리고 나.
상처한 분이라 품앗이를 가서도 새참이 없다.
대신 천봉사 스님이 커피도 타오시고, 음료수도 가져 오신다.
40년을 넘게 일하고 정년 퇴직을 하셨다는 분은
무엇이 아쉬운지 몰라도 아파트 경비라도 나가야 맘이 편하다 하신다.
열심히 콩대를 꺾어내는 일을 여섯 시간 가까이 하고 나니
적당하게 기운이 빠진다.
거두는 일에도 트랙터와 예초기, 타작기가 동원되다 보니
기계의 리듬에 맞춰야 하는 아픔이 있다.
기계와 보조를 맞추지 않으려고 따로 떨어져서 일을 하려고 하니
저쪽에서 같이 하자고 자꾸 부르신다.
흠,,, 어쩔 수 없군.
농업노동자라는 말이 실감난다.
게다가 기계 소리가 요란하니
이삭줍기로 싱싱한 콩을 주워 먹어야 할 새들의 노래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새들의 노래소리와 함께 일을 한다면 훨씬 낭만적일텐데 말이다.
새들은 기계가 떠난 내일 낮에 그들만의 축제를 즐길 것이다.
추운 날이라 속에 내복을 입었는데 좀처럼 땀이 나지 않는다.
일하기는 좋은 계절이다.
다만, 멀리 낙엽이 쌓인 야산들이 스산하다.
품앗이를 하는 사이 한미 FTA가 강행처리 되었다.
그로 인해 시골은 얼마나 더 망가질까?
내일 모레 오십인 내가 제일 젊은 시골이 더 망가질 것이 과연 있을까?
시골에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한미 FTA 반대로 시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일까?
오늘처럼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날이면,
노인들은 농담이라도 한마디 나눌 수 있고,
식사라도 외롭지 않게 할 수 있다.
자식들이 오지 않는 겨울 내내 그들은 테레비를 벗삼아
쓸쓸한 시간들을 보낸다.
시골을 지키는 노인들에게 자식들과 사회의 따뚯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그것을 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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