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둘 것은 모두 거두고 보리와 밀을 뿌렸다.
밭에 이렇게 적은 양을 뿌리려는 것이 아니었고,
넓직한 논 전체에 휙휙 뿌려서
보리도 키우고 밀도 보려 했다.
그러나, 게으른 얼치기 농부는,
불안하여 여기 저기 알아보다가
시기를 놓치고, 씨앗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밭 한 귀퉁이에 간신히 뿌려야 했다.
다산 선생은,
선비가 닭을 키우려거든
그저 무심하게 키우지 말고,
새로운 양계법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보고 읽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실험하여
반드시 성공하고,
모든 백성들이 볼 수 있도록
그 결과물로 양계에 관한 책까지 써 내라고
가난한 아들에게 당부한다.
그 말과 생각이 멋이 있고 그럴싸하여
우리 조상님의 덕담처럼 마음 깊이 간직했다.
마음 속에만.
서리가 내리기 전에
밭이 우리에게 준 부산물들 중에서
필요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되돌려 주었다.
그저 밭 한귀퉁이에 실천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랬더니 이 추운 겨울공기를 뚫고
손가락 두 마디 만한 푸른 것들이
쓸쓸한 밭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강철 새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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