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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우리 동네도 외국인 농부가 들어와야 할 판이네_120418수

기온이 올라가면서 모판도 만들어야 하고
벌집도 늘려줘야 하는데, 월요일에 정상 출근을 하지 못했다.
주말에 그리미와 물향기 수목원에 꽃소풍도 다녀오고
아이들과 쇠고기도 사다가 구워 먹는 등 만반의 출근준비를 했는데,
일요일 저녁에 일을 도와 달라는 연락이 오는 바람에
이틀을 발이 묶이고 말았다.
출근하지 않는 무일 덕분에 운전을 안 해도 되고,
식사 준비도 같이 하게 되니 그리미는 좋다고 한다.

 

여유 시간이 있으니 빌려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난다.
그러나, 시간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얻은 소중한 자유이다.
계획한 것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쓰여져야 하는 시간이다.
소중한 자유를 귀하게 여겨주기를 바란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출근 준비를 하다가 꾀가 나서
엘파마가 아니라 탱고를 타고 가기로 했다.
엘파마에 달려 있는 짐받이를 탱고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나면,
훨씬 수월하게 구성역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짐받이 옮겨 달기 작업이 무려 90분이 걸렸다.
짐받이 달기를 두 번째 해 보는 것이니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좀 더 차분하게 살피고 했더라면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렸을 때,
과학상자로 움직이는 지게차를 차분하게 만들어 보았거나,
레고 블럭으로 우주정거장이라는 큰 작품을 조립해 보았다면,
짐받이 조립도 차분하고 조직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꾸준하게 옮겨달기 연습을 해서,
30분 내로 조립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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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탱고에 패니어 가방을 달고 막걸리 두통과
그리미가 만들어 준 밑반찬, 심현이 읽으실 책 두 권,

카메라와 렌즈, 커피와 보이차를 넣은 보온병 두 개 등등.
꽤 많은 짐을 실었더니 뒷바퀴는 들 수가 없을 정도로 무겁다.
안양천 자전거 도로를 타고 한강까지 내려가는 동안
벚꽃이 활짝 펴서 양쪽 도로는 순백의 꽃길이다.
더불어 사람들이 많아져서 주행하는 동안에는 꽃구경이 쉽지 않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는 더욱 많은 인파들이 넘쳐 흘러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의도 샛강 자전거 도로로 접어 들었다.
예상한 대로 사람들의 거의 없어서 최고 속력으로 달릴 수 있었다.
벚꽃과 함께 조팝나무도 하얀 꽃망울을 잔뜩 터뜨리고 있다.
온통 하얀 꽃들이 천지를 덮고 있으니 깨끗해서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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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음방송 앞 그늘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가까이에 작고 예쁜 새가 나타나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아뿔싸, 카메라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아침에 배터리가 잔량이 많지 않은 것같아 충전기에 꽂아두었는데,
청소하고 짐받이 옮겨 달면서 그만 잊어버리고 가져오지 않았다. 
앞으로는 종이에 써가며 물건들을 챙겨야 하나 보다.

 

 

챙길 것이 너무 많았으니 어쩌랴, 사진 찍기는 포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꽃사진을 올려주고 있으니 그것만 보아도 향기롭고,
빠르게 지나가는 경치이기는 하지만 한송이 한송이 충분히 아름답다.
오늘부터는 책도둑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간식 겸 점심으로 싸가지고 온 바나나와 도너츠를 먹느라
겨우 서문을 읽었는데도 시간이 많이 흘러 버렸다.

 

 

날이 너무 좋아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바람막이 옷도 필요없을 정도로 적당하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서울공항을 지나 분당 정자동까지 계속 달렸다.
오래 쉬고 났더니 아무래도 힘이 많이 축적이 되어서 
80분 동안 38km를 달렸는데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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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다시 책을 보았다.
도란도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의 모습도 보기 좋고

저 아래 자전거 도로와 나란하게 달리는 숯내의 맑은 물도 좋고,
꽃 향기와 커피 향기도 좋으니 일어서기가 싫어진다.
심현과 정농께서 눈이 빠져라 기다리신다.
불효자식 같으니라구!

 

어쨋든 쉴만큼 쉬고 출발하자 마자 주차장에 도착했다.
안장과 탱고의 배터리를 분리해 내었는데도,
자전거의 무게는 도저히 혼자서 감당이 되지 않아 마음이의 화물칸에
실을 수가 없어서 쩔쩔매고 있는데,
마침 바로 옆의 주차된 차로 오시던 건장한 중년의 남자분이
흔쾌하게 도와 주셔서 무사히 실을 수 있었다. 고마운 분이다.

 

짐을 다 정리하고 차를 타려고 하는데,
맞은 편에 주차한 차량이 라이트를 켜 두고 운전자가 떠난다.
그를 불러서 라이트가 켜져 있다고 알려 주었더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좋은 일 릴레이가 벌어졌다. 기분 좋은 일이다.

 

사계저수지 앞 집에 도착하니 마을 분들이 모판 흙을 담고 계신다.
짐을 정리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일하시는 곳으로 갔더니
부모님을 비롯한 노인분들이 모두 모여 앉아 상토 흙을 담고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모판 만드는 작업을 끝내고 나니 저녁 6시.
할머니 한 분은 얼마나 힘이 드셨는지 일어 서시지를 못하고,
또 다른 한 분은 아예 비닐 포대 위에 드러누워 버리신다. 참,,,,
이 분들이 모두 은퇴하고 나시면 우리 마을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두 세 사람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외국에서 농부를 초빙해야 할 판이다.

 

부모님은 어제 두 분의 힘으로 우리 모판 작업을 끝마치시고,
오늘 하루 종일 이곳에서 일손을 거들고 계셨던 모양이다.
얼굴이 빨갛게 열이 올르신 것이 힘이 드신 모습이다.
품앗이,,, 흠,,,

 

읍내에서 사 온 돼지갈비를 구워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60대의 장정들은 한 잔 걸치고 나서 섯다판을 벌일 모양이다.
1인당 30만원이라는 꽤 큰 돈을 가지고 재미삼아 한다고 한다.
화투 놀이 말고도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마을의 거의 모든 장년들이 모였다 하면 섯다판을 벌이니 걱정이다.
이 판에서 큰 재산을 잃었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불량스럽게 노름판으로 변질되지는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