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방놀이
글의 흐름이 시원시원하여 좋은데, 이게 정말 큰일이구나. 과연 이글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이 2018년에 개정판을 냈다. 7년전인데, 지금은 어떨까? 웹서핑을 하며 이글을 사람들이 읽을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글이 시원하고 신문기사를 읽는듯 해서 좋으면서도,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이 야만스런 이야기 = 썪어빠진 공권력 = 패배의 이야기를 또 읽어야 하는가.
"환곡업무에 편승하여 횡령하거나 장리를 주어 부당이익을 취하며 떼돈을 만지는 수령보다 그밑에 빌붙어 잔전 부스러기나 얻어먹는 아전의 폐막이 더 크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중략) 문득 사기그릇 하나가 날아들어 목에 걸린 칼 밑동에 부딪쳐 박살이 났다. 윤관영이 흠칫 놀라며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자 뒤미처 돌과 사발이 비오듯 날아들었다. (중략) 그들은 이윽고 모두 땅에 엎드려 대죄하였다." (27/38쪽)
순이삼촌
제사와 차례가 사라지고 있다면, 역사도 사라지고 있는가?
슬퍼할수만은 없다. 위로할수만은 없다.
한강의 기대처럼, 3만(천오백의 어린이 포함) + 20만명의 희생으로 우리가 살려지고 있는가? 자꾸 잊자고 하고, 잊고 싶기도 하다. 가슴이 쪼그라드는 듯한 긴장에서 해방도고 싶다. 해방되려면, 잊지말고, 작별하지 말아야 한다. 영원히 -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추렴 돼지가 먹구슬나무에 목매달려 죽는 소리에 온 마을이 시끌짝했고, 오백위 가까운 귀신들이 밥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 (중략) 우리는 한밤중의 그 지긋지긋한 곡소리가 딱 질색이었다. 자정 넘어 제사시간을 기다리며 듣던 소각 당시의 그 비참한 이야기도 싫었다. 하도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힌 이야기 (중략) 오히려 잊힐까봐 제삿날마다 모여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때 일을 명심해두는 것이었다." (60~2쪽)
도망가야 하는데, 도망갈 곳이 없구나. 마침내 죽어 까마귀밥에, 기르던 개밥조차 되고 말았구나.
"까마귀들만이 시체를 파먹은게 아니었다. 마을 개들도 시체를 뜯어먹고 다리토막을 입에 물고 다녔다. 사람 시체를 파먹어 미쳐버린 이 개들은 나중에 경찰 총에 맞아 죽었지만, 그 많던 까마귀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61쪽)
사람을 통으로 평가하는 것은, 좋든 나쁘든 엉터리다. 미국 사람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두번이나 뽑았다고 해서, 모두다 트럼프 같지는 않을 것이고, 한국 사람들이 모두다 BTS 멤버들처럼 음악과 춤의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중국의 악당이 우리나라 악당들보다 서른배나 많을 수 있다고 해서, 중국 사람들이 전부다 예의없고 잔인한 악당들은 아니다. 선한사람들의 수가 우라나라 보다 스무배만 많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삼천만명 있으면, 중국에는 6억명의 선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사람에 대한 집단평가가 난무한다. 이 집단평가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절대로 속아서도 안되고 받아들여서도 안된다.
우리는 민주정을 지킬줄 아는 민족이다. 뛰어나고 위대한 민족이 아니라, 그 정도의 민족일뿐이다. 온갖 피가 다 섞인.
"그런디 이 섬사람을 나쁘게 본건 서청만이 아니어수다. 육지 사람치고 그당시 그런 생각 안가진 사람이 없어서 마씸. 그렇지 않아도 육지 사람들이 이섬 사람이랜 허민 얕이 보는 편견이 있는디다가" (82쪽)
그런데, 이럴 경우 빨갱이를 미워해야할까 우리 군경을 미워해야 할까? 빨갱이가 죄를 지은 것일까 우리 군경이 죄를 지은 것일까?
"뒤늦게 초토작전을 반성하게 된 전투사령부는 선무공작을 펴서 한라산 밑 동굴에 숨은 도피자들을 상당수 귀순 (중략) 때마침 6.25가 터져 해병대 모병이 있자 이 귀순자들은 너도나도 입대를 자원했다. 그야말로 빨갱이 누명을 벗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중략 / 이들이)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해병대 3기였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용맹을 떨쳤던 초창기 해병대는 이렇게 이 섬 출신 청년 삼만명을 주축으로 이룩된 것이었다." (83쪽)
믿고 의지할 곳이 없는 30년의 세월 -
"그 옴팡밭에 붙박인 인고의 삼십년, 삼십년이라면 그럭저럭 잊고 지낼만한 세월이건만 순이삼촌은 그러지를 못했다. 흰뼈와 총알이 출토되는 그 옴팡밭에 발이 묶여 도무지 벗어날수가 없었다." (94쪽)
도령마루의 까마귀ddk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