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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 작별하지 않는다_한강_문학동네_1판 38쇄 ] 사람들은 얼마나 깨끗한 것일까_250120 el lunes, veinte de enero_Понедельник, двадцать январь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나서,
독서토론회를 거치지 않았다면,
한강이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의 
한조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끝났을 것이다.

독서 동아리에서 읽은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제주 4.3은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식민지배에서 기원한다.
마지막 날까지 철저하게 수탈당한 제주도민들은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매우 깊었고,

일본 앞잡이들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은 
상황을 참극으로 몰고간다.

제주 4.3은 미국 군정
(김용옥 왈, 무식한 군인 하지중장)에 의해 행해진
대한독립운동과 한민족에 대한 멸시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군들이 일본에 36년을 저항하며 버텨온 
민족에 대한 존중이 있었더라면,
위기상황을 스스로 해결할수 있다고 믿고 지원했어야 했다.

냉전사고에 물든 오만한 군바리들은, 
문화민족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강의 이 소설은 온갖 상징들의 버무림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4.3이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 아픔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중에서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픔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상처는 잊혀진다. 

그러나 상처있는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해서 그 아픔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아픔들을 느끼고 다독이고 위로하려면,
한강이나 우리나 어차피 상상할수밖에 없다.

끈질기게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을 되살려 내기 위해
한강은 상징들을 쏟아부었고,
우리는 그 상징들을 바탕으로 
아픔을 느끼고 위로할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간단한 뿌리 말고도 몇가지 더 알아야 한다.

 

첫째로, 47년 3. 1의 우연한 사고가, 깊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했으면 될 일을,
일본 순경의 앞잡이 주제에 공권력이랍시고 오만하게 굴다가 사건을 키웠다.

 

둘째로, 미군정의 계속되는 한민족과 제주도민에 대한 멸시와 냉전사고다.

제주도가 빨갱이 소굴이라는 한심한 상황판단이 있었다.

사건이 터지고 열흘만인 3/12에 경무국장이라는 일본 앞잡이가

제주도민의 90%가 빨갱이라고 아주 자신있게 뻥을 친다.

 

셋째로, 서북청년단이다. 이들은 북한의 빨갱이들에게 쫓겨 남한으로 내려왔다.

사룸life을 유지하고 자유를 찾아 내려온 일은 잘했다.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자기들이 살기 위해 자신을 받아준 남한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하는,

배은망덕한 일을 저질렀다.

 

그들은 빨갱이들을 처단한 것이 아니라, 빨갱이가 두려워 도망쳐 와서는

순박한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몰아 죄없는 사람들에게 복수한 것이다.

서북청년단은 한경직(대광고-숭실대-월드비전)과 그가 세운 영락교회 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고,

개신교 반공주의는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하는 부분부터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두개의 꿈을 이야기 한다.

 

1) 첫번째 꿈이야기

 

하나의 꿈은 바닷가의 무덤이야기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얕은 바닷가에서부터 낮은 산자락까지 이어지는 봉분들은 무덤이 틀림없다. 그런데 심어져 있는 검은 통나무는 도대체 뭔가? 한강도 묻는다. 묘비냐고?  인선이 다친것도 검은 통나무를 작업할 때였다.

 

검은 통나무는 주검의 상징이다. 주검이면서 묘비다. 보통의 묘비는 이름이 새겨진다.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억울한 죽음들은, 죽은사람의 이름이 없는 묘비를 세워야 한다. 죽음의 색인 검은색으로 칠한 통나무 묘비를.

 

바닷물이 들어온다고 해서, 봉분만 남고 뼈들이 쓸려내려가는 것이 가능한가? 아닐텐데? 상징이 아니라면 엉터리 묘사다. 봉분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죽음은 봉분 아래 남겨진 뼈조각들이 증언한다. 바다는 세상의 풍파다. 세상의 풍파속에 안타까웠던 모든 죽음들은 하나하나 잊혀져가고, 흔하디 흔한 그런 죽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봉분만 남는다. 4.3의 제주나 5월의 광주가 꼭 그런 상황이었다.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아프디 아픈 죽음이 잊혀지고 있다.

 

말도 안되지만, 한강의 걱정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래쪽 무덤들은 봉분만 남고 뼈들이 쓸려가버린 것 아닌가?" (10쪽)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속에서, 세상 속으로 잠겨버리는 봉분들 속을 달리며 꿈을 깬다.  

 

2) 두번째 꿈이야기

 

첫번째 꿈에서 "검은 통나무의 우듬지가 잘린 단면 위에 내리는 소금 결정같은 눈송이들"은 뭔가? 우듬지가 잘리면 나무는 자리지 못하거나 죽는다. 잘린 우듬지 위에 소금 결정같은 눈이 내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보통 함박눈은 포근한 이불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검은 통나무 위에 내리는 하얀 소금 결정은 뭔가?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를 나는 걸었다." (9쪽)

 

두번째 꿈은 첫번째 꿈을 압축했다. 첫번째 꿈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뜻은 두번째 꿈에서 분명해진다.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 위로 흩어지던 눈발이, 잘린 우듬지마다 소금처럼 쌓여 빛나던 눈송이들이 생시처럼 생생했다." (11쪽)

 

한강은, 살아있는 사람 위에 내리는 눈은 녹지만, 주검 위에 내리는 눈은 쌓인다고 했다. 검은 통나무 위에 쌓이는 눈은 죽음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하얗게 쌓인 눈이 마치 소금처럼 쌓여 빛난다고 했으니, 그것은 죽음이면서, 먹을것의 맛을 살리는 소금처럼, 세상을 살리는 주검을 상징한다. 특히 소금 결정은, 간수와 함께 불순물이 완전히 빠져나가 눈부시게 빛난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소금이다. 그들의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금과 같은 죽음이었다. 

 

인선이 다친 것은 우연이 아니라,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다. 제주 4.3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순간, 누구나 다친다. 4.3으로 제주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마음을 다치고, 4.3을 왜곡하는 세력들에 의해 다시한번 더 크게 다친다. 인선의 사고는, 어떤 사람이 4.3을 알고 위로하려할 때 겪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인선이 손가락을 살리기 위해서 겪는 극심한 고통은, 가족을 잃고 70여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고통과 같다. 3분마다 신경을 건드리는 고통처럼, 삶의 모든 깨어있는 순간에, 심지어 잠들어있는 순간에도 고통을 준다.

 

한편으로 3분마다 밀려오는 그 고통은 죽은 손가락을 살린다. 거짓으로 매도되어 죽어버린 4.3의 진실은, 4.3 유가족들이 매순간 겪어온 고통들에 의해 죽지않고 살아난다. 3분마다 밀려오는 고통때문에 결코 잊을수 없다.

 

무엇 때문에 앵무새 한마리를 구하기 위해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외딴집으로 가야했을까? 답답했다. 김선생님은, 보살핌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사룸life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4.3의 진실은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워서 누군가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쏟지 않으면,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야 가슴에 답답하게 얹혀있던 것이 내려가 버렸다.

 

외딴집을 가둬버리는 폭설은 또 뭘까? 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준비도 없던 경하가 그곳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을까? 답답했다. 그리미는 그것은 거대한 폭력이라고 했다. 어느날 갑자기 우리를 둘러싼, 우리를 압도하는 거대한 폭력은, 아무런 준비도 없는 우리를, 겨우 살아있게 만든다. 그런 폭압 속에서도 우리는 생각을 하고, 할일을 하고, 삶과 죽음을 돌본다. 4.3을 비롯한 모든 희생자들이 아직도 거대한 폭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않았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연결된 우리들은, 진실을 붙잡고 겨우 살아남는다. 그런 상징이었다.

 

앵무새는 두마리는 왜 결국 같은 나무아래에 묻히게 된 것일까?

 

무엇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하나,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진실이 알려질 때까지, 그들을 잊지 않고 4.3의 진실과 작별하지 않는다.

두울, 추수한 곡식 자루는 일일이 확인하여 세금을 메기면서, 생떼같은 목숨들이 3만명 가까이 죽었는데도,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어디에서 죽었는지 알아야한다. 이유를 모르는 죽음들과 결코 작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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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책임과 의무와 권리가 들씌워진 하늘 아래서 한강의 책을 읽는다.

노벨상 수상에 기죽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읽을 예정이다.

 

1부 새

 

1. 결정 結精

 

바닷가의 통나무 무덤이 뭐지? 단지 위태로움의 상징인가?

실제로 그런 무덤이 있는가 싶어서 5분간 이미지 검색을 하다가 포기했다.

그녀가 아는 것을 나도 같이 알아야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처음부터 다 알려고 하지 말아야하는데, 버릇처럼, 처음을 알려고 한다.

처음은 그냥 넘어가야 한다. 마지막까지 읽다보면 이야기가 되어 나온다.

 

*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에서 새로운 잎이나 가지가 돋아나는 부분

 

지난 해 끝무렵에 일을 끝낸 해우소에서 몸을 씻기에는 너무 미지근한 물로 머리를 감고 면도를 했다. 잠이 깬다. 이 작은 공간을 얻기위해 600만원이라는 돈을 들였다. 그런데도 옷걸이, 작업복을 개어둘 장, 칫솔과 면도기와 샴푸를 둘 공간이 없어서 불편하다. 머리 말리기도 없다. 배치를 생각해야 하고, 장을 하나 마련해야 한다. 당근을 뒤져야 할지,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만드느니 당근에서 구해오는 것이 나으리라.

 

이야기 전체에 한문을 같이 쓴 단 하나의 소제목이다.

왜?

한자어도 한글도 바꿔읽으려 하기 때문에 같이 쓰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면 다시 쓸것이다.

매우 허탈한 결론이지만 decision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쓴 것일까?

 

한강은, 꿈에서는 무거운 쇳날이 나를 겨누고, 깨어 있을때는 민달팽이가 되어 칼날 위를 걷고 있다.

꿈속에서는 해야 할일을 하지 못해 '의무'가 나를 짓누르고,

깨어있을 때는 모든 의무들이 사라져버려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별을 잃어버린 삶은 서서히 몸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부딪히지 않은 작은별처럼 죽음에서 일어났을까?

무엇이 그녀를 일으킨 것인가?

뜨거운 잣죽 한그릇과 약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물과 밥과 백김치는 안되고 뜨거운 잣죽은 왜 나를 살린 것일까? ?

 

2. 실

 

친구 인선의 사고 이야기는 가슴을 오그라들게 한다.

엄마 아빠가 손가락을 다치신 생각이 나서 그렇다.

어떤 일은, 사고로 이어진다.

고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면.

 

실은 하늘과 땅을 잇고 내리는 눈을 말한다.

눈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눈과 같이 하얀 실은 없다.

떠오르지 않는다.

 

기다려 보자.

 

https://youtu.be/6a8aozsc7aw?si=q4M-zrqwFAGCpkNN

 

 

3. 폭설

 

한강의 글에서 세마science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뉴런과 전극 사이에서 한강은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전극으로 결정한 것은,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의 작동이 전기신호로 연결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뇌는 전기선 덩어리다. 전기선 뭉치가 합선되지않고 잘 작동하는 이유는, 허연 지방이 전기선 둘레를 잘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는 어디서 발생할까? 수소다. 수소가 양성자H+로 바뀌면서 내놓는 전자(-)가 우리 몸의 전기신호가 흐르게 한다. 수소는 왜 전자를 내놓을까? 전자는 수소 원자핵의 속박에서 자유롭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안정된 수소 상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들뜬 H+ 상태를 더 원한다. 다.

 

전기신호는 반드시 전달되는데, 선이 끊기거나 선과 선사이에 먼지가 일정 두께이상 쌓인 경우에는 흐르지 못한다. 먼지의 어떤 입자들은 오히려 잘못된 신호를 연결하여 불이 나게도 한다.

 

"아름답지만, 그걸 느낄수 있는 내안의 전극이 죽었거나 거의 끊어졌다." (29쪽)

 

윈드 시어 wind sheer.

 

고요한 삶은, 눈에 보이지 않고 대비하지도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언제든 깨질수 있다.

나쁜 상황이 일어날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쓰이면, 불안해진다.

wind sheer와 같은 이야기들이, 불안한 마음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윈드시어는 수평 또는 수직 거리에서의 바람의 변화로 판단할 수 있다. 소형 항공기를 제외한 일반 상용 항공기의 경우 비행 중 바람의 수평 변화가 45노트(초속 23미터) 이상, 수직 속도 변화가 4.9노트(초속 2.9미터)보다 커 발생하는 순간 돌풍을 윈드시어라고 할 수 있다.

발생 원인 : 상승기류보다 강한 하강기류(다운 드래프트)의 경우에는 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로 윈드시어가 발생하게 되며, 지표와 가까울수록 공기가 지표에 마찰의 영향을 받기때문에 윈드시어가 쉽게 일어난다" (항공위키 중에서)

[ 사진 출처 : 항공위키 ]

제주도에서 돌아올 때 정말로 똑같은 일을 겪었다. 우리 앞뒤의 거의 모든 비행기가 취소되었는데, 오직 우리 비행기만이 착륙했고, 우리를 태우고 이륙했다.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놀고 다놀고 제대로 떠났으니까. 그런데, 이런 날씨에 제주도에 도착한 사람들은 운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마음 먹기에 달렸다.

 

"세상에. 우리 다음 비행기부터 전부 결항이야. (중략) 우리가 운이 좋았네.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운좋은 거냐. 날씨가 야, 이래가지고." (60쪽)

 

사람들은 얼마나 깨끗한 걸까? 땅에 떨어진 어묵도 주워먹고, 아무 곳에나 앉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왜 이러는걸까? 땅에 떨어진 음식이 그렇게 더러운 것일까? 더러우면 물에 씻어서 먹으면 안되는 것일까? 머리카락이 그렇게 더러운 것일까? 자기 머리카락은 주워놓고 머문 장소를 떠나는 것일까? 깨끗하다는 것은 순결하다는 것일까?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더러움을 꺼리는 정신병이라도 걸린걸까? 피부색으로 깨끗하고 더러운 것을 가리는 사람은 아닐까? 내가 아니라 그들이 생각해보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말이 없고, 생각만 많아진다.

 

"이부자리에 모르는 사람의 머리카락들이 있는게 싫어서, 물에 적신 휴지로 다 닦아내고도 동그랗게 등을 웅크리고 잤어. 그렇게 하면 더러움으로부터 보호받을수 있을것처럼." (78쪽)

                                                                                                                                                                                                             

 4. 새 

 

사람들은 꿈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양념으로는 좋다.
메타포로도 좋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꿈에 신통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거는 큰일이다.

그냥 기대나 망상이 꿈이 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꿈에는 어떤 신통력도 없다.
꿈에서 나타날거면 정신 멀쩡할때도 나타난다.

꿈에 나타났는데,
정신 멀쩡할때 나타나지 않으면,
꿈을 꾼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꿈은 개꿈이다.

꿈에 나타났는데,
정신 멀쩡할때도 실현되었다면,

우연이다.
신통력이 아니니 착각하지 말라.

라스푸틴처럼,
건희석렬이처럼 나라 망친다.

모든 꿈은 개꿈이다.

 

* 거스러미 : hangnail = stepmother's blessing

 

"이 가시내, 죽 먹젠 그날밤에 어멍한테 왔주, 죽 한그릇 얻어먹엉 살아나젠 허멍." (106쪽)

 

5. 남은 빛

 

지금 뭐 하는거지? 이해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새를 구하러가는, 새를 구해달라는 이 이야기. 물론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이야기는 풀어쓸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지는 무수히 많은 개들을 보면, 버리는 것이 죽이는 것도 아니다. 새장에 가둬 두었으니, 버리는 것과는 다르고, 어쩔수 없는 조건에서 이렇게 무리한 부탁이 가능한가?

 

6. 나무

 

이런 글은 사실 아무런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이거나 오래된 표현들로부터 쉽게 베낀 것이다. 손은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손톱이 깨지고 피가 날때까지 상처를 받으며, 일할 수가 없다. 고문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데, 왜 자꾸 이런 글들이 쓰여지는 것일까? 뭔가 그럴듯한 모양이다. 전혀 그럴듯하지 않다.

 

"언흙을 손가락으로 긁어낸다. 손톱이 깨지고 피가 흐를때까지 계속한다." (171쪽)

 

2부 밤

 

1. 작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영혼을 믿는가?

 

나는 믿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제사를 지내지만,

영혼이 없음을 안다.

영혼과 대화할 시간도 없고, 그런 망상도 하지 않는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왜 믿을까?

그들과 대화하고 싶어서?

지난 일을 되새김질하여 머리속에 정리해 넣어두기 위해서?

 

한강은 왜 이렇게 망상 속에서 대화를 하는 것일까?

 

좋은 소설 기법이기는 하지만,

죽은 사람들의 진실을 전하기에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영혼이 존재한다는 어리석은 믿음을 갖게 한다.

 

있지 않은 것을 믿는 순간,

수많은 망상을 현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커진다.

 

예를 들어,

계엄은 계몽이다.

 

영혼을 믿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영혼에도 계급이 있는 것일까.

제사밥을 먹을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라는.

 

"잔에서 입술을 뗀 인선과 마주쳤을때 나는 생각했다. 그녀의 뱃속에도 이 차가 퍼지고 있을까. 인선이 혼으로 찾아왔다면 나는 살아있고, 인선이 살아있다면 내가 혼으로 찾아온 것일텐데. 이 뜨거움이 동시에 우리 몸속에 번질수 있나." (194쪽)

 

2. 그림자들

 

참고 읽는다. 무얼 말하고 싶은지 알수 없다. D

 

3. 바람

 

진실로 가는 길,

사람에게로 가는 길 -

 

한발자욱 한발자욱,

반발자욱,

멈추고,

반발자욱,

한발자욱 ......

 

민주정으로 가는 길

공화국으로 가는 길

정의로운 정의로 가는 길

 

"이제 이영 찾아오지 말렌.

고를 말 이미 다 해신디 무사 자꾸 오멘?

 

그동안 얘기 안 한 거?

 

..... 안 한 것이 뭐이 이시냐." (227쪽)

 

4. 정적

 

* 기획자의 우호적인 촌평 = 기획자의 따뜻한 촌평 = 기획자가 친구인듯한 작은 이야기 = 기획자 친구의 미소같은 작은 이야기

 

1) 삶의 한순간을 느끼는 것 :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고 사랑하는 사람의 사룸을 되살리는 것

2) 폭력에 대한 고통스러운 몸부림 : 할것이라고는 내피를 주는것밖에는 없다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대.

(중략) 앞니가 빠지고 새 이가 조금 돋은 자리에 꼭 맞게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대.

그속으로 피가 흘러들어가는게 좋았대.

한순간 동생이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았는데, 숨을 못쉴만큼 행복했대." (251쪽)

 

5. 낙하 

 

아무래도 몽골 침입으로 조혼풍습이 생겨난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끔찍하고도 절실한 일이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그런 상황에 어떻게 결혼이 가능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당시 서청 - 서북청년단들의 무법행위가 상상을 넘어섰다고 엄마는 말했어. 강간과 납치, 살인이 흔하게 벌어지니까 적당한 혼처만 있으면 서둘러 처녀들을 결혼시키는 분위기였다고." (268쪽)

 

6. 바다아래

 

빨갱이들을 잡아 죽이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리 빨갱이어도 죽일만한 짓을 한것이 드러났을때, 절차를 거쳐 벌을 주거나 죽여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방울이라도 빨간 물든 쥐새키들이다. 한방울이 섞인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구별할수 없는 빨갱이 새키들까지 박멸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이 분노는,

이 사명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 생각, 이 분노, 이 행위를 용서할수 있을까?

 

"씨를 말릴 빨갱이 새키들, 깨끗이 청소하갔어. 죽여서 박멸하갔어. 한방울이라도 빨간 물든 쥐새키들은."

 

수건이 덮인 아버지 얼굴에 그 사람이 끝없이 물을 부었다고 했어.

젖은 가슴을 야전 전화선으로 묶고 전기를 흘려넣었다고 했어.

산사람과 내통한 친구들의 이름을 대라고 그 사람이 속삭일 때마다

아버지는 대답했다고 했어.

모루쿠다. 죄 어수다. 나 죄 어수다." (297쪽)

 

제3부 불꽃

 

4.3이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 아픔이 몸에 배어 남겨진 사람이 아마 없을 것이다.

 

아픔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 사라짐으로써 상처는 잊혀진다.

그래서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

 

한방울이라도 빨간 물이 든 쥐새키들은 죽여서 박멸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분노.

그리고, 고통받은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겨울 삼만명의 사람들이 이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명이 살해된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살미만 아이들이 천오백명이었고

 

(중략)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중략) 아직도 뼈와 뼈들이 뒤섞인채 묻혀있어.

그 아이들" (317~8쪽)

 

다행히 힘들지 않게 읽었다.

무슨 뜻으로 썼는지 알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는 했다.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한강은 말했다.

오빠와 동생, 아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지옥 속에서도 고통과 함께 나를 지켜주는 것은, 사랑이다.

그런데, 무엇과 작별하지 않는 것일까?

 

바닷가 무덤이라 쓸려져 나갈 것이 분명한 주검들을

나무조각으로 살려낼 것이니,

작별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소설에서 드는 몇가지 의문들

 

1) 사람을 닮은 나무를 설치하는 일

2) 손가락을 다친 인선의 이야기 : 극심한 고통이, 가족을 잃고 70여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고통과 같다. 3분마다 신경을 건드리는 고통처럼, 삶의 모든 깨어있는 순간에, 잠들어있는 순간에도 고통을 준다.

3) 무엇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 하나,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한이 풀릴때까지 그들을 잊지 않으려고 그들과 작별하지 않는다. 둘, 얼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를 모른다. 추수한 곡식 자루는 일일이 확인하면서 생떼같은 목숨들이 3만명 가까이 죽었는데도,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누가 죽었는지 전부 알아낼 때까지 잊지 않기 위해 모르는 그 죽음과 작별하지 않는다.

4) 새는 무엇인가. 앵무새 두마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 사룸을 상징하나 ?

 

Did you get a haircut?

¿Te cortaste el pelo? - cortar : cut - el pelo : h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