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자전속도는 시속 1,666km이고 그 속도로 해가 지고, 하루가 간다.
지구둘레를 4만km로 잡으면, 하루는 24시간이 된다.
비행기는 시속 1천 km로 날아간다.
지구가 자전하는 방향으로 비행기가 날아가면, 지구의 자전속도는 시속700km로 늦어지고, 하루는 57시간이 된다. 40,000km÷700km/h=57시간
비행시간이 10시간이라면, 하루의 41.7%이므로, 약 23시간이 된다. 즉 하루가 13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어제 낮에 비행기를 10시간 자전방향으로 탔기 때문에 낮시간이 13시간 늘어났다. 그만큼 잠을 자지 못한 것이다.
피곤하다.
새벽 3시반에 잠을 깼다. 일단 6시간 정도를 푹잤으니, 첫차를 타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오늘 할 일을 정리한다.
어제는 노트북으로 네덜란드 국립미술관rijksmuseum의 시간과 표를 예매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오늘은 스마트폰으로 해보자. 어, 된다. 오전 10시 반에 22.5€x2사람=45€(67,500원)을 계산했다. 일찍 일어났으니 시간 여유가 많다.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스키폴에어포트의 부킹닷컴 평점은 7.5다. 방도 좁고 조식은 먹을 것이 없단다. 토, 일 2박에 150€(225,000원)라서 매우 싸기 때문에 평점을 무시하고 숙소로 정했다.
아침식사는 좋았다. 따뜻한 음식은, 삶은 달걀과 굽는 샌드위치, 차와 커피 말고는 없다. 그래도 오이와 토마토, 과일 샐러드, 요구르트 등과 크로아상-잡곡빵들이 제법 맛이 좋았다. 배가 부르도록 잘 먹고, 후식으로 사과와 귤을 하나씩 가져왔다.
미술관을 10시 반에 예약을 했으니, 여유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9시가 거의 다되어 출발했다. 운하를 따라 자전거길과 산책길이 잘 만들어져있다. 날이 흐려서 하늘은 보이지 않지만 아스라한 길을 둘이서 산책을 하니 차분하고 흐뭇하다. 여유로운 나그네가 되었다. 그리워질 장소다.
딱 거기까지만.
Hoffddorp역에 도착해서 travel card를 찍었는데, 안된다.
뭐지?
네덜란드 현지인들에게까지 도움을 받았지만 안된다. 이 가족이 너무 친절하고 고마웠다. 생각은 했는데, 차마 사진을 못찍었다.
결론은 이 카드의 이용구간에 호프도르프역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과 한 정거장 거리인데, 공항에서는 되고, 이곳에서는 안된다.
교통카드를 찍었는데, 안된다.
뭐지?
아마도 원화사용 금지를 걸어놨더니 안되는 모양이다.
할수없이 1일 왕복권을 샀다. 공항까지 잘 왔다.
그런데, 다 사용한 것으로 생각하고 왕복권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헐. 3€(4,500원) 날렸다.
한시간 동안 정신없이 헤매었다. 시간에 쫓기고, 정보에 쫓기고, 실수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나중에 보니 2번 정도 카드로 입장을 하고 결재가 되지 않았으니, 오히려 우리가 돈을 번셈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한시간 넘게 시달리기는 했지만.
스프린터를 타고 3정거장인 센트랄역으로 가서 -> 전철 M52를 타고 2정거장인 vijzelgracht역에서 내려 미술관광장 museum plein방향으로 가면 된다. 처음오는 곳이라 헤맨다.
사람이 적당하게 있어서 좋았다. 10시반이라는 시간이 이른 시간인 모양이다. 짐을 모두 맡기고 찬찬히 미술관을 둘러본다. 노성두 박사로부터 렘브란트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는데,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들어서 정리해야겠다.
박물관에는 특별전도 있고 근대미술도 전시하지만 렘브란트와 반고흐, 베르메르를 보고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두번씩 봤다. 2시간 반이 걸렸다. 피곤하니까 나가자.
박물관 앞의 스케이트장에 아이들이 놀고 있고, 주변으로 노점이 펼쳐져 있다. 다른 것은 먹고 싶지 않은데, 끓인 포도주는 먹고 싶다. 5€를 내고 한잔을 사서 나눠마셨다. 배속까지 뜨끈한 것이 좌악 퍼져나간다.
운하와 오래된 집들을 구경하며 역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사람도 많고 집도 많고, 아파트가 없고 파란하늘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들려서 왜 결제가 안되냐고 물어도 자기들과는 상관없다고 하며 회피한다. 뭘 모르는 것인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자기들의 업무영역에만 좁게 갖혀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같으면 이리저리 알아봐서 어떻게 하라는 지침까지 해줉텐데 말이다. 어려운 문제라 말도 안통하니 더욱 답답하다.
센트랄의 가게에서 샌드위치-과자-칠레산포도주-샐러드를 사서(20€)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기장판을 깐 뜨듯한 침대에 누우니 온몸의 피로가 풀린다.
점심겸 저녁으로 컵라면 하나를 끓여서 사가지고 온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다.
저녁 산책을 가느니 마느니 입씨름을 벌이다가 5시 반에서야 호텔을 나섰다. 벌써 어두워졌다.가로등이 희미한 운하변의 산책로에서 부부를 만나 물어봤다.
이 길이 안전합니까?
제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세요? 저는 그저 대머리일뿐입니다. 하하.
안심이 확 된다. 너무 고맙습니다.
스프린터를 타고 센트랄에 내려서 트램을 타려고 하는데, 어딘지 찾을수가 없다.역 주변을 빙빙 돌고, 물어서 트램 정류장을 찾았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마치 암스테르담 살기를 연습하고 있는것 같았다.
트램길을 따라 걸으며 담광장까지 갔다. 다리가 아파서 트램을 타고, 램브란트광장에 내렸다. 야경이 펼쳐진다.
서너 정거장을 걷다가 다시 트램을 타고 스프린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거다.불빛축제가 있다고 하는데, 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그저 궁금할 뿐이다.게다가 무서워서 나가지 않으면, 가보지않은 것에 대한 후회까지 겹쳐서 더욱 아쉬워진다.특별한 것이 없어도 확인해야 한다.괜찮았다.
일요일 저녁이라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며, 평화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나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싶었으나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