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친구들과 소주와 맥주가 무료인 부페에서 먹고싶은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배가 불러서 잠자기가 힘들었다. 빨래까지 다 해놓고 가자는 그리미의 제안으로 10시 40분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수 있었다. 깊은 잠을 잘수가 없었다.
막바지 여행준비를 하려는, 건희석렬에 대한 탄핵행동과 겹치는 바람에 더욱 집중하기가 힘들다. 반고흐미술관과 국립미술관, 렘브란트하우스는 예약을 하라고 하는데, 일단 하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저녁시간을 이용할 계획이다.
4시 50분부터 일어나서 씻고 짐을 잘 챙기고 나왔는데도, 큰가방을 감싸는 끈을 두고 나왔다.
괜찮다. 그래도 현금을 담을 복대를 찾아서 가지고 왔더니 든든하다.
이심을 일단 개통했다. 암스에 도착해서 메인과 바꾸면 될것으로 믿는다.
공항버스가 그득하다. 6시 10분인데, 방학도 아닌 날인데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공항으로 간다.
공항도 제법 붐빈다. 40분 정도 걸려서 짐을 부칠수 있었다.
55만원인 남방항공이 넓기는 하겠지만, 제대로 운항을 할까 조마조마했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빵 2개를 사서 먹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2인용 좌석이라 편안한데다가 넓었고, 뻬이징까지 가는 90동안에도 샌드위치를 준다.
배가 부르다.
뻬이징 다싱공항은 제법 크다. 환승통로가 매우 길다. 안내는 잘 해준다.
다시 한번 짐검사를 하고 입국신고, 출국신고를 하고 나서야 간신히 편안한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외국인은 지문등록을 하라고 해서 했다.
오늘은 필요가 없겠지만 귀국하는날 하루밤을 자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다.
인천공항이나 뻬이징공항이나 몸수색을 심하게 한다.
우리나라 정국이 심상치 않으니 더욱 그러는 모양이다.
3시간만에 또 배가 고파서 완탕과 돼지고기덮밥을 먹었다. 짜장덮밥이어서 좋았다. 완탕도 맛있었다.
55위안이니 거의 만원이지만, 공항인 점을 감안하면 싼것이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또 점심을 준다. 게다가 와인까지.
생선이 반찬이었고, 과일도 아삭아삭 신선하고 달았다.
버터가 녹지 않아서 비상식량으로 가방에 넣어두었다.
와이파이도 잡혀서 카톡문자를 날릴수 있었다.
중요한 탄핵투표의 순간에 그만 와이파이가 끊겨버려서 소식을 알수가 없다.
탄핵이 되었을까?
확률이 55%라면, 낮지만 탄핵이 된다는 것이다.
승무원에게 가서 뉴스를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자기들도 와이파이를 쓸수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핡수가 없단다.
어찌됐든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좋은 소식은 늦을수록 좋다.
기대와 희망을 갖고 날자를 보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탄핵이 되었어도 좋고,
아직 안되었어도 좋다.
양치를 하고 기내를 산책했다. 자리가 살짝 여유가 있어서 누워 자는 사람들이 많다.
안대에 소음방지용 귀마개까지 받아서 잘 쓰고 있다.
이르쿠즈크와 노보시비르스크를 거쳐 위도 58도를 날고 있다.
다싱공항이 한가해서 탑승도 빠르고, 이륙도 빠르다.
네덜란드 시간으로 정오에 탄핵소추가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당연한 결과여서인지 기쁘지도 않았다.
국회를 지키려 달려갔던 용기있는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했다.
맘편하게 여행할수 있게 되었다.
착륙하기전에 또 밥을 준다. 맛있게 잘 먹었다. 비가 왔는지 활주로가 젖어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에게 왜 왔느냐고 묻는 세관원이 없었는데, 너무 자세히 묻는다. 인천 - 뻬이징 - 암스테르담의 공항 모두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각종 비행기표를 모두 준비한 것이 좋았다. 일정과 기간, 귀국 비행기표까지 전부 확인을 하고 나서야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호텔로 가는 열차표를 사는데, 신용카드로 결제가 되어 편리하다. 1정거장을 이동하는데, 5천원이 넘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할인이 많이 된다는 각종 패스들도 단기 여행자들에게는 맞지 않는 높은 가격이다.
호프도르프hoofddorp역에서 내려 happy enjoy 길을 타고 호텔로 오려는 계획은 완전히 어긋났다. 떠돌이별길-마루별길-목성과 해왕성길 등 멋진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걸었다. 구글지도의 안내를 따라 비에 젖은 자전거도로와 울퉁불퉁한 보도를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다. 밤이어서 그랬겠지만 출입구가 하나인 호텔을 한바퀴 빙돌아서 방배정을 받을수 있었다. 호텔회원가입을 한 덕분에 호텔을 떠나는 시간을 오후 2시로 늦출수 있다고 한다.
작은 방이었지만 2개의 거대한 창이 2개면에 나 있어서 개방감이 좋았다. 한쪽은 공사판이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다.
씻고 나서 내일 일정을 정리하느라고 돌아다녀보니, 반고흐미술관은 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클룩을 통해 16일 오후 2:30로 예약을 했으니, 오후 1시에 호텔을 나가면 되겠다. 이제 그만 자자. 10시가 다 되었다.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약하게 잡혀서 탄핵투표가 진행중이고, 시민들이 열심히 축제를 즐기며 탄핵가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아왔다. 그런데, 투표결과가 발표될 즈음에는 갑자기 와이파이가 먹통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중국사람들이어서 그런지 impeachment라는 단어를 몰라서 사전을 찾고 난리가 났다. 그리고, 정치소식이라는 것을 알더니, 승무원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할수 없다고 설명한다.
1시간 쯤 후에 다시 와이파이가 약하게 잡히면서, 여기저기 카톡방에서 탄핵가결을 축하한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승무원에게 포도주를 한잔 받아서 그리미와 함께 축하했다. 사진도 찍었는데, 너무 신난 나머지 손이 흔들려서 지워버린 것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