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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서부여행

[ 암스테르담_브뤼셀_유로스타로 이동 ] 사과를 깎아서 포도주 한잔을 마시고 잔다_241216 el lunes, dieciséis de diciembre_Понедельник, шестнадцать декабрь

한오늘 오전에도 암스테르담 시내를 돌아다닐 생각이었으나, 그리미의 제안으로 푹 쉬었다가 아침을 먹고 호텔 주변의 운하길을 산책하기로 했다. 오후에 반고흐미술관을 가려면 어차피 나가게 될 것이다.

 

삶은 계란 두개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러 나섰다. 언덕길 하나없이 조용하게 흐르는 물길을 따라 주택가로 연결된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다. 봄이었으면 온갖 꽃들이 피어있을 것이다. 봄에도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다. 1월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12월 중순의 암스테르담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다. 서울의 위도가 42도 정도라면, 암스테르담은 무려 60도다.

 

남극에서 출발한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이 적도를 지나며 뜨겁게 덥혀지고, 그 물이 다시 영국을 지난 이곳까지 온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소 1천개(?)의 힘으로 유럽대륙의 서부쪽을 따뜻하게 해준다. 자연의 힘은 매우 크다. 이렇게 따뜻하니 바닷물이 증발하여 찬공기와 만나 구름이 많이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맑은 날이 아예 없다. 오늘도 강풍이 잠깐씩 불고, 아주 엷은 는개비도 살짝 내렸다.

 

암스테르담 방어선이라는 오래된 시설을 만났다. 1차대전까지 사용한 역사유적인 모양이다. 지금은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고, 산책로 여기저기에 똥을 싸놓았다. 동네사람들이 이리저리 걷거나 자전거로 움직인다. 1860년에 만들어진 풍차도 만났다. 지금 다시 사용해도 될 정도록 정비가 잘 되어있는데, 작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집으로 돌아오니 1만보에서 살짝 모자란다. 샤워를 하고 피리도 불면서 푹 쉬었다.

 

12시 40분에 호텔을 나섰다. 교통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좋은 산책로를 가진 훌륭한 숙소다. 1월에도 이 숙소에서 묵으려고 알아봤더니, 헤이그나 라이덴까지 교통비가 왕복 20유로나 된다. 이러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헤이그로 가야겠다.

 

고흐미술관에는 커다란 짐가방을 맡겨놓을수 없어서 어쩔수 없이 센트랄 역의 짐보관소에 맡긴다. 큰가방은 15유로, 작은 가방은 10유로다. 24시간에. 어쩔수 없이 돈을 써야한다.

 

홀가분하게 트램을 타고 미술관광장 museum plein에 내렸더니, 바로 앞이 미술관이다.

 

오래된 숙제를 끝낸 기쁨이다. 좋은 그림은 두세차례를 보고,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즐겁게 관람했다.

 

센트랄로 돌아왔더니 남는 시간이 90분이나 된다. 별다른 절차없이 13번 승강장spoor에서 열차에 탈수 있다. 무슨 대단히 특별한 과정을 거치나해서 괜히 긴장했다. 저렴한 요금의 열차를 잘 예약했다.

 

시간이 너무 남아서 중앙역의 서점에 들렀는데, 한강의 책은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케밥집에서 22,500원을 주고 케밥과 감자튀김과 콜라 하나를 마셨다. 야채를 추가해 달라고 했더니 안된단다. 인색하다.

 

열차는 정시에 출발하는데,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안돼. 숙소를 잘 찾아가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일기를 쓰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을 하는 사이에 저녁 8시 40분 브뤼셀 미디역에 도착했다. 어떻게 할까? 2정거장인데, 버스를 탈까? 용기를 내어 걷자. 일단 도움을 요청해서 방향을 잡았다. 어디에나 친절한 사람들은 있다. 경찰들도 있고, 비도 내렸는지 길거리가 한산하고, 가방을 밀고 가는 여행객들만 있다. 미디역 주변이 위험이 도처에 깔린 우범지대는 아니다.  주의만 기울이면 산책에 어려움이 없는 지역이다.

 

다행히 집은 가까운 곳에 있었고, 열쇠를 찾는 방법도 간단했다. 3층까지 짐을 들고 옮기는 것은 운동이 되었다.

 

짐정리를 하고, 사과를 깎아서 와인 한잔을 마셨다. 오, 괜찮은데.

 

이제 그만 자자.

암스테르담이든 브뤼셀이든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사진을 올릴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