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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인도네시아 자바섬 여행

[ 족자카르타 - 말랑 ] 보로부두르의 산책과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닭교회_240906

어제밤에 말랑의 숙소를 검색하고, 호모 루덴스를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눈이 피곤해서 힘들었다. 잠이 깊은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7시에 잠이 깼다.

 

어제 보다 오늘이 식사하기가 좋았다. 과일 - 밥 - 빵 - 과일 - 차로 이어지는 흐름을 잘 짜서 배도 부르면서 지루하지 않게 식사를 즐겼다.

 

그랩을 확인해 봤더니, 아직은 35만루피면 6시간을 예약할수 있다. 40만루피 정도면 낮에도 예약할수 있으리라. 부킹닷컴에서 소개하는 명소를 찾다가, 닭교회 chicken church를  발견했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하나라는 주장을 하는 카페 겸 기도소이다. 멋진 생각이다. 사원을 다녀와서 시간이 있으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12시 30분 정도에 출발해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전은 충분한 시간이 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었다. 닭교회 앞에까지 갔지만 올라가서 진면목을 보지 못했다. 약간 아쉽다.

 

12시까지 푹 쉬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버린다. 35만루피로 6시간의 그랩을 불러 먼저 교회를 가기로 했다. 1시 40분에 도착했는데, 입장료와 차량이용료로 인당 4만루피를 내라고 한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돌아서기로 했다. 근처에까지 와서 종교평등의 기운을 받았으니 세계평화에 보탬이 될것이다.

 

2시가 다 되어 입구에 도착해서 표를 확인하고 슬리퍼와 물을 한병씩 받았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자와식 계단 피라미드를 기본으로 하여 힌두 문양과 불교 문양이 섞인 방식으로 절이 건설되었다. 지진에 무너지지 않도록 "ㄴ"자 형태로 돌을 다듬어 깔아놓았다. 물흐름도 좋게 하여 곰팡이가 피거나 수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를 했다 한다. 부처의 일생을 그린 벽화가 가득하다.

 

땡볕에 고생들을 했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그늘이 많아서 우산으로 잘 피하며 다녔다. 가이드의 안내를 듣느라 시원한 사원 주변을 산책하지 못해 조금 아쉽다.

 

 

요한 하위징어는,
종교가 지배계층과 손잡고 의미와 폭력으로 

공동체의 정신을 지배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 우리는,

종교의 의례와 축제를 놀이처럼 즐겼다. 
모두가 속는 척하면서.

 

그렇다.

그러다가 지배권력이 이를 활용해서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고 복종을 강요했다. 
속인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들은 틀렸다.

소수만 영리하고, 
다수는 어리석을 것이라는 우리의 편견을,
권력자의 편견을 깨버리는 즐거운 상상이다. 

 

왠지 밉지않은 하위징어의 주장이다.

"모든 원시종교에는 체하기의 요소가 깃들어 있다 
(중략) 원시부족의 사람들은 놀이중의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역할에 몰두하는 훌륭한 배우이다.

(중략) 신성한 행위의 근원은, 
모든 사람의 믿어주기에 바탕을 둔것이고, 
특별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그런 믿음을 억지로 유지했다는 것은 
오랜 발전단계의 맨마지막에 가서야 나온것이다." 

(요한 하위징어, 호모루덴즈 68~70쪽)

 

근사한 곳을 둘러봤지만 잘 가꾸어진 공원을 거닐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6천보에 미치지 못한다. 이곳을 아는 것과 거니는 것이 잘 균형이 맞춰졌으면 좋겠다. 고작 2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고, 이 멋진 곳을 산책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야했다. 물론 등짝에 땀이 흘러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기는 했다.

 

어제는 12,000보를 신나게 걸었다. 힘이 들어 자주 쉬고 물을 마셔야했다. 프람바난에도 시간대별로 또는 각 사원별 가이드를 배치하고, 중요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 궁금하지는 않지만,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알수 있다면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다.

 

6시가 못되어 길거리 피자집에 도착했다. 40분 일찍 여행을 끝내겠다고 했더니 매우 좋아하신다. 우리는 피자 2판을 시켜서 저녁으로 먹었다. 그랩으로 맥주를 시키려다가 피자가 너무 빨리나오는 바람에 실패했다. 한판을 더 사서 호텔로 가져왔다. 방향을 거꾸로 가는 바람에 10분을 더 걸었고, 피자가 다 식어버렸다. 식으니 맛이 떨어지는데, 덥힐 방법이 없다.

 

피자에 소주 한잔을 가볍게 하고 수영장에 가서 30분 정도 놀았다. 넓은 수영장을 나혼자서 쓰니까 완전히 내 수영장이다. 오늘 하루도 꽉 채워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