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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인도네시아 자바섬 여행

[ 말랑 - 말랑 ] 걸을만 한데 덥고, 폭우가 쏟아지고, 빵차도 타고_240908

아침에 일찍 눈을 떠서 식사까지 했는데, 땡볕에 돌아다니느라 몸이 처진다. 오전 내내 쉬었다.

 

오후4시가 다 되어서 가난한 마을로 간다. 두개의 마을에 각각 500원과 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더러운 강을 사이에 둔 두개 마을을 돌아본다. 너무 가난한 마을이라 도저히 변화를 기대할수 없는 이곳에 대학생들이 들어와 벽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화분이든 꽃이든 소조든 무엇이든 장식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입장료를 받아 기본 생계비를 마련한다. 손님맞이를 위해 마을사람들이 집앞을 청소한다. 마을이 점점 살아난다. 아이들이 작은 골목에서 웃으며 논다. 그나마 밝은 모습을 보니, 미래가 보인다. 어렵지만 그래도 가족과 마을공동체가 살아있는 모습이다.

 

 

 

 

마을을 빠져나와서 길을 걷다보니 온갖 중고품을 쌓아놓고 팔고 있다. 이어폰 충전기 케이블을 산다. 2만 루피라고 한다. 뭐야, 새 제품과 가격이 같다.

 

파란 마을을 걷고 있는데, 비가 내린다. 작은 갤러리가 있다. 입장료 100원을 내고 그림 스무점을 감상했다. 볼만한 그림도 있다. 1층 카페에서 식사를 할수 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으니, 밥을 먹으며 쉬기로 했다. 사가지고 온 케이블을 연결해서 충전을 시작한다. 그런데, 너무 느리다.

 

국수와 밥과 완자탕을 시켜서 먹고서 아주 느리고 느린 카드결제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걷는다. 오래된 커피솝이 있는 거리에서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있다. 구김살 없이 흥겨운 모습이다. 호텔을 제외하고는 찾을수 없었던 주류판매점도 만났다. 근사하게 꾸미려고 애쓴 다리도 건너고, 국립병원도 지났다. 거대한 고무나무도 만났다.

 

호텔을 700미터 정도 남기고 빵차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 아, 저 차를 타봐야 하는데. 아쉬워할 틈도 없이 또 한대의 빵차가 온다. 우리 앞에서 차를 세우더니 타겠느냐고 묻는다. 호텔 이름과 손짓발짓으로 방향을 점검한 다음에 기어 올라갔다. 간신히 작은 의자에 앉아서 인당 500원의 차비를 냈다. 그래도 차라서 우리가 걷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호텔로 데려다 준다.

 

도착해서 수영을 30분 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국민 - 국가 - 민족을 일본학자가 처음 만든 단어다. 앞으로 쓰지 않겠다. 시민 - 나라 - 겨레라고 쓴다.

 

내일은 세마랑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 기차를 예약해야 하는데, 그곳의 기온이 최저 31도라고 한다. 가지 않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더위에 지쳤고, 자카르타와 족자와 말랑에서도 충분히 더위를 즐겼다. 저녁에라도 시원하게 걸을수 있는 말랑에서 나머지 시간을 지내기로 했다.

 

기차는 더이상 타지 않기로 했다. 나는 기차에서 수시로 일어나 산책을 하는데, 그리미는 6시간 내내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너무 힘들단다. 비행기를 타고 자카르타로 가기로 했다. 12일 낮 비행기를 예약했다. 허걱, 잘못했다. 수카르노 공항을 예약해야 하는데, 자카르타 동부의 HLP 공항을 예약했다. 이런 이런. 다행히 이곳까지 오는 비행기가 만원 더 저렴했다.

 

자카르타에서 마카오로 가는 비행기는 아침 7시라 공항 근처의 숙소를 예약하면,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모양이다. 자카르타 동부에서 호텔까지 자동차 여행을 한다고 생각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것을 실수했다고 생각했을때는 짜증수치가 거의 자학의 단계까지 올라갔다.

 

나이가 들수록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때 쉽게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못된 성질이 계속 발동한다. 멋지고 마음 넓은 어른으로 죽기는 틀린 모양이다. 노력은 하되, 안되면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