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눈이 떠졌다. 서둘러서 7시반에 식사를 하러갔다. 어제와 똑같은 식단이다. 8시 반에 호텔에서 나와 기차역으로 갔다. 어제와는 달리 무척이나 한산하고 깨끗해서 좋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카르타와 반둥을 더럽히고 있는 모양이다.
표를 바꾸는 창구가 플랫폼 바깥쪽에 마련되어 있다. 한가해서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둔 공간처럼 느껴졌다. 표를 바꾸었더니 아마도 약간 비싼 표로 바뀐 모양이다. 추가비용을 내고 순식간에 일처리가 끝났다.
바로 옆에 역시 깨끗하고 한가한 현금인출기에서 두세번을 헤매고 나서 350만 루피를 인출했다. 지갑이 든든해지니 좋다.
반둥역에서 6시간 그랩을 불렀다. 45만 루피다.
땅꾸반 빠라후 Tangkuban Parahu 화산으로 간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화물차가 오르막을 막아서는 것말고는 심하게 길이 밀리지 않아서다. 반둥에서부터 끊임없이 오른다. 2천미터까지 올라간다. 반둥이 쇠락해가고 있다. 새롭고 깨끗한 모습은 거의 없고, 오래되고 잘 관리되지 못한 모습이다.
화산입구에서 인당 20만루피와 주차비 3만루피를 낸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라는 사람이 달라붙는다. 자꾸만 분화구로 내려가서 마사지하고 달걀을 먹자고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서 말한다.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나중에 생각하니, 까와 푸티라고 불리는 이 분화구는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전부라는 말로 이해가 된다.
가이드가 우리를 괴롭혀도 꿋꿋하게 화산을 둘러본다.
1) 한번은 볼만하다는 의견 : 그리미와 우주신 2명
2) 한번은 볼만하지만 굳이 보지않고 그리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 무일 1명
다행스러운 일은 땡볕에 고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당하게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가 적당하게 구름의 공연이 펼쳐지고, 바람이 불어오면 시원했다. 분화구가 너무 커서인지 성산일출봉이나 백록담, 오름과 같이 예쁘지는 않다. 사막과 같은 모습이다. 진흙물이 쿨렁쿨렁 솟아나고, 가스가 적게 또는 많이 나온다. 두개의 화산이 폭발한 모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평양판과 인도판 또는 유라시아 판이 만나서 화산활동이 매우 심하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까와뿌띠 정도의 분화구를 만들어내려면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었을테지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충격을 받을만한 어떤 사실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봐야겠다.
가이드는 우리를 포기하지 못하고 기어이 인포메이션 센터로 데려간다. 입장료를 또 내라는 말이다. 도마스 분화구를 보려면. 매우 불안한 마음으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우리의 길을 막던 가이드의 간절한 호소를 뒤로하고, 도마스 분화구 Domas Crater를 보러간다. 올라오는 길에 입구를 봤다. 차로 5분 정도만 내려가면 된다.
아, 이런. 이곳에서 다시 입장료를 받는다. 단체당 15만루피로 알고 있었는데, 인당 10만루피를 내라고 한다. 별 도리가 없이 다시 30만루피를 냈다. 그리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서 가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땅속에서 끓는물과 가스가 올라오는 곳이다. 뜨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다가 뜨거워보이는 물을 만지지는 못하고 바라만보다가 돌아와야 한다.
한가지 좋은 점은 있다. 날은 시원하고,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열대우림을 걸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베트남에서는 땀을 뻘뻘흘리며 걸었던 열대우림을 이렇게 시원하게 걸을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 거대한 고사리나무와 생강나무가 이 숲의 주인이다.
고사리나무로 만든 컵 2개를 20만루피를 주고 샀고, 안내하시는 분께 수고비를 10만루피 드렸다. 5만루피만 드려도 된다고 한다. 왕복 2.4km의 산길을 걸어 안내해주시고 사진까지 찍어주시니 고마운 일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거대한 뱀과 퓨마, 1965년의 폭발로 만들어진 계곡 등등의 정보를 주셨다. 이분 없이 그냥 다녀왔어도 충분히 좋은 길임에는 틀림없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 밀렸다. 그래도 화산을 구경하는데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평일이라 가는 길이 밀리지 않아서 5시간만에 여행을 마쳤다.
돌아오자마자 수영장에 들어가서 30분 떠다니며 몸을 풀고 라자 순다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르는 생선과 나시고랭 아얌사테 등등을 시켜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24만루피다.
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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