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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신들의 나라 발리 여행

[ 신들의 귀여운나라 발리 ] 일주일이 지나서야 우리나라의 소음이 들렸다_240327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동안 보이지않던 아궁산과 바투르산이 뚜렷이 보인다.

해지는 것처럼 예쁜 노을이 하늘에 가득하다.

 

수영장으로 올라가서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막상 올라가서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수영장이나 방이나 비슷한 모습이다.

 

잠이 확깼다.

정신을 차리고 산책을 나갔다.

어제는 구경하느라 느릿느릿 잘란잘란했지만,

오늘은 빠른 걸음으로 또다른 반도를 향해 걷는다.

 

해가 떠야할 높이에 구름이 잔뜩 걸려있어서

시원하게 잘 걸을수 있었다.

거북이 루루에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 버려둔 병이 있어서 즐거웠다.

 

빠르게 걸으니 빠르게 힘이 드는데,

운동화를 신으니 훨씬 편하다.

 

돌아오는 해변가에도 쓰레기들이 널려있었다.

어제 밀물에 밀려온 쓰레기들을

오늘 새벽 썰물에 해변에 드러났고,

아직 청소를 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중 일부를 내가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관광객이 쓰레기를 줍거나 버리지 않으면

이곳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말은,

결국 고약한 거짓말임이 증명되었다.

 

모두들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왔고,

나도,

언제나 깨끗하게 산책로를 청소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세계 어디에서나 귀여운 아이들을 시작으로 인사를 하면,

30초간 행복해질 수 있다.

내 아이들이 예쁘다는데,

싫어할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허기가 진다.

물 한병을 다 먹었는데 갈증도 심하다.

문을 연 가게가 있어서 시원한 밀크티를 달라고 했더니,

 

알겠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모양이다.

숙소의 손님들에게만 음료를 팔수 있다고 한다.

아하, 그래서 호객행위가 전혀 없었구나.

 

기어기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몸을 씻고 친구가 선물해준 얼굴보습제를 뒤집어 쓰고 15분을 쉬었다.

비로소 밥을 먹을 기운이 생겼다.

 

음식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남의 나라 음식을 이렇게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최대한 과식을 자제하면서 조금씩 먹어보지만,

그래도 배가 그득하여 불편하다.

 

라면 국물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삼계탕을 먹는것처럼 건강한 맛이 나고, 얼큰하다.

그래서, 라면은 반개만 넣고 국물을 충분하게 달라고 했다.

오믈렛도 하나만 받아서 나눠먹었다.

수박과 파인애플, 파파야, 열대과일 들을 전부 맛보았다.

무거워진 배를 끌고 계단을 올라왔다.

 

두사람의 친구들이 와서 시트를 전부 교체해준다.

그냥 놔두라고 하려다가,

이들의 방법대로 두는것이 맞겠다 싶어서 참았다.

 

 

 

 

짐을 쌌다.

불필요한 짐들이 많았다. 대부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일단 속옷을 5장이나 싸올 필요가 없었다. 2장만 여벌로 싸오면 된다.

여름옷을 3벌씩이나 싸올 필요가 없었다. 1벌만 여벌로 싸오면 된다.

한국의 차와 커피도 20개씩 싸올 필요가 없다. 3개 정도면 된다.

여행용 티슈와 물티슈도 5개 3개씩 필요없다. 각 2개씩이면 된다.

 

오후 3시가 되어 자외선 지수가 낮아졌다.

수영장에 가서 90분 동안 수영을 했다.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어제 이렇게 멋있는 수영장에서 다시 수영을 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번에 이 호텔로 다시 오겠니?

아니 빌라로 가고 싶다.

넓직한 숙소에서 있고 싶다.

 

그리미가 수영을 거의 할뻔했다. 호흡이 안된다.

땡볕에서 선크림으로 얼굴을 완전무장한 뒤에 수영장으로 갔다. 오후 3시다. 자외선지수가 낮다. 

 

구름이 벗겨지면 엄청난 햇살이 쏟아진다.

수영장으로 가는 길바닥의 대리석이 뜨거워, 달려야했다.

 

뜨거운 햇살아래에서도 헐벗은 사람들이 수영장 주변에 드러누워있다.

오누이가 서로 다정하게 다투며 거의 수영장을 점령하다시피했다.

 

우리도 열심히 했다.

90분이 다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너무 무리하면 안될듯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얼굴 마사지도 하고 잠시 쉬었다. 

저녁은 에어컨이 나올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집 99.

중국에서는 10은 신의 수이고, 9가 사람이 이룰수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적광이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99라니. 조국혁신당에 좋은 기운이 감도는 것만은 확실하다.

 

중국식당은 역시 실패가 없다. 공심채볶음과 감자채전, 쇠고기 브로컬리볶음과 흰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가지고 간 고량주를 마시겠다고 했더니 얼음을 잔뜩 담은 바구니와 유리잔을 가져다준다.

음식은 모두 맛있었고, 정말 시원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돼지고기 뀌바로우와 지삼선이 없단다. 

 

한시간이 넘도록 천천히 저녁을 즐긴후에

바로 옆의 마트에 들어가서 머리기름을 다섯통 더샀다. 마트에서는 할인을 하지 않아 가격이 1,000원 정도 비싸다.

다른 가게를 찾아다니느니 이곳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

우리 대신에 어머니와 대화를 나눠주신 동네분들에게 하나씩 선물할 생각이다.

 

숙소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났더니, 클룩의 기사가 벌써 도착했단다.

한시간 후에 내려가겠다고 알리고, 마지막 정리를 한다.

숙소에서는 무슨일이 있어서 일찍 나가느냐고 묻는다.

비행기 시간때문에 그렇다고 이미 알렸지만, 서로 정보를 교환하지 않는 모양이다.

좋은 숙소이지만, 일단 빌라보다 작아서 답답하고 유연한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조식이 부페라서 즐거운 식사를 할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면서 기사분이 계속 말을 시키기에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인도네시아의 환율이 낮은것은, 

임금이 너무 낮은 것이 이유이고,

임금이 너무 낮은 이유는, 아무도 가난한 사람들의 임금을 올릴 생각을 하지 않기 떄문이다.

아마도 활력이 떨어지는 민주주의가,

시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특권층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지않고는 이 나라가 이렇게 가난하고 힘들 이유가 없다.

땅도 많고, 인구와 자원이 풍부하니 말이다.

 

그는 그냥 듣고만 있고, 공감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대신에 내년에 꼭 다시오라는 말만 덧붙인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할일이 없는데,

불편한 의자이지만 살짝 누울수 있는 것이어서 눈을 붙였다. 잠은 오지 않는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비행기를 타서 발리를 떠났다.

분명히 이륙하는 것을 알았는데, 눈을 뜨지 않았다.

곧 다시올테니.

 

샤먼항공에서는 빵과 과자와 요쿠르트와 바나나와 물과 커피 사이다를 주었다.

와, 정말 훌륭하다. 고작 35만원에 발리를 왕복하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직항이 좋다고 하는데, 70만원이 넘는 요금을 지불할만큼 좋지는 않다.

 

창가자리를 앉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갇힌 기분이 들어 답답하다.

 

아이가 운다.

샤먼에 도착했다.

 

샤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동안에 매우 답답했다.

제법 좌석이 넓은데도, 통행이 자유롭지 않으니 그렇다.

머리도 아프고 피곤하다.

 

무사히 인천공항에 내려 공항버스를 탄다.

예전에는 별도의 인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순서대로 짐을 실어주었는데,

지금은 인원이 없어서인지 우리가 직접 짐을 싣는다.

게다가 기사의 지휘(?)를 받는다.

뭐가 좀 잘못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너무 조용하다.

차소리도 오토바이 소리도 인사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조용해서 좋은데, 다정함이 없다.

삭막해지고 있다.

 

거의 일주일이 되어서야 우리나라의 소음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