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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신들의 나라 발리 여행

[ 신들의 똑똑한나라 발리 ]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안다, 그나저나 이 천국을 두고 어떻게 떠나지_240320 el miércoles, veinte de marzo_Среда, двадцать Маршировать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나섰다. 물도 사야하고, 동네를 돌아보려고.

 

7시 반쯤 숙소의 잘 정돈된 진입로를 나서서 마을로 들어섰다.
더운 나라다 보니 모든 사람이 부지런하다.
학교를 7시부터 시작하니까,
아이들이 벌써 운동장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세상에나.

 

만나는 모든 사람이 즐거워보인다.

말을 걸면 모두 즐거워한다.

 

1,500보를 걸어 도착한 가게에는,

장을 보러 나온 동네분들이 여섯분이나 계셧다.

한분 한분 모두에게 인사를 드렸다.

너무나 반가워하신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안녕하세요로 인사를 받는분도 계신다.

 

우리가 망고스틴, 룽안 비슷한 것, 아보카도와 뱀과일 snake fruit를 사려고 했더니
1kg에 2천원이란다. 헐, 세상에나. 환율을 정확하게 따지면, 1,750원이다.

 

과자도 다양하게 6개를 골랐다. 치즈 웨하스를 포함해서. 그리고 커다란 물 2병.

전부해도 5천원 정도다.

 

저울도 후하다.

계속 올리란다.

더 올렸다.

너무 많이 올렸더니,

저울이 탕소리가 나면서 균형이 바뀐다.

덜어내지를 않는다.

괜찮단다.

 

돌아오면서 다시 학교에 들러 선생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수업에 방해가 안되도록 얼른 돌아섰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나시고랭과 바켓트 계란이다.

요리사에 따라 모든 음식의 모양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아주 예쁘게 장식해서 가지고 왔다.

 

그리미가 이곳분들은 더위를 별로 타지 않아서 땀도 흘리지 않는다고 물었더니

직원이 즐겁게 웃으면서 그렇다고 한다.

 

용감한 러시아의 용사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의 아내도.

 

우리도 바다로 가자.

단, 구명조끼에 의지해서.

 

여기는 용감한 신들의나라 발리다.

 

 

지난 총선 이후로 친구와 통화하면서

민주당과 범민주의 의석이 이 정도면,
세상은 계속 나아갈수 있겠지?

 

친구의 답은,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서
대선결과가 총선결과보다 몇배나 중요하다.

나는 그때,
설마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전부 우리의 잘못이었다.

이번 총선은,
차기 대선을 위한 발판일뿐이다.

개헌을 비롯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다시는
극우들이 설치는 세상이 
오지않도록 해야한다.

 

 

숙소에서 쉬는 동안 말하지 못하면 후회할 것같아서 확인할겸 숙소에 메일을 보냈다.

잘한 일이다. 내 생각대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내 영어와 그들의 영어가 모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바우처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한국소녀를 닮은 직원이 직접 바우처를 출력해서 가져왔다.

정성에 감동을 받아서

한번은 넘어가기로 했다. 2천원이니까.

돈의 문제라기 보다는 상도덕에 관한 것이라서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배가 살짝 고파서 아침에 사온 과자와 과일을 먹었다.

왜 이렇게 맛있냐?

 

 

 

 

수영을 하러 나가기 전에 오늘도 한글교실을 열었다.

펜과 종이로.

 

어제한 나무 = pohon = tree를 복습한 다음에,

 

( g = ㄱ ) + ( i  = ㅣ ) = ( gi 또는 ge = 기 )

( d = ㄷ ) + ( u = ㅜ ) + ( ng 또는 O = ㅇ ) = ( dung = 둥 )

 

gidung 또는 gedung 은 인도네시아말로 빌딩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기둥이다. 비슷하다. ( gidung 또는 gedung )은 한국에서 a pillar of a building.

신기한 우연이다.

 

한국소녀가 묻는다.

모음의 위치는 어떻게 아느냐고?

허걱, 이런 질문을.

 

모음의 위치는 언제나,

오른쪽right 아니면 아래쪽down이다.

모음의 생긴 모습을 잘 관찰하고 상상해 보면,

모음의 위치를 스스로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ㅓ의 위치는?  right

ㅕ의 위치는?  right

ㅡ의 위치는?  right  땡. 상상해 봐라. ㄱㅡ  . 뭔가 이상하지 않냐? down

ㅗ의 위치는?  down

ㅛ의 위치는?  down

 

궁의 발음은?  gung

 

똘똘한 학생들이다.

 

 

 

그리미가 물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예전에 미쳐 몰랐다.

함께 수영을 하고 싶어
수십년을 권했는데도
제주도처럼 좋은 곳에서도
수영은 싫다며 마다했다.

그런데, 발리에서 그리미는
수영장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만 하면 될것 같단다.

수영장에도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야
살이 타지 않는다며
자외선 지수를 철저히 점검한다.

그런 철저함에 집중하다가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중대한 실수 -


말할수 없다.

My lips are sealed .

아뿔싸 ~

 

 

 

저녁을 먹으며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직원들은 작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에는 그리미가 번역기까지 돌리며 대화에 적극 참여한다.

 

아이들은 도대체 몇시에 학교를 가냐?

해가 뜨거워서 7시에 수업을 시작한다. 허걱, 0교시의 추억.

 

발리사람들은 더워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런가?

( 호탕하게 웃으면서 ) 정말로 그런것같다. 덥지만 땀은 별로 나지 않는다.

 

저 앞바다의 깊이는 얼마나 되나?

모른다. 나는 수영을 할줄 모른다.

정말로? 발리 사람들은 모두 바다에 동동떠서 사는 것 아닌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바다는 어부들의 터전이다.

우리같은 농민의 자식들은 수영을 할줄 모른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해야한다. 그래서 수영을 할줄 모른다.

그렇군.

 

한국의 사랑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아느냐?

모르겠다. 일단 드라마가 너무 많아서 다 볼수도 없다.

좋겠다. BTS의 남자가 나오는 드라마였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느냐?

아주 가끔 오기는 하는데, 하루나 이틀만 머무르고 떠난다.

그렇겠다. 이곳까지 오기는 공항에서 너무 멀다.

 

해가 완전히 지고, 손님은 우리밖에 없다.

오늘 아침 다들 떠났고, 우리만 남아있다.

쓸쓸하지만 행복한 일이다.

 

자외선으로 고생한 얼굴에 마스크팩을 하고, 푹 잤다.

그리미는 계속해서 수영 동영상을 보고 있더니,

밤새 수영장에서 둥둥 떠다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