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이 짚을 모아서
짚신과 덕설을 만드는 지혜가 있듯이
인도네시아에도
버려지는 줄기들을 모아다가
그릇을 만들어 쓰는 지혜가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인도네시아와 발리섬에서 만날수 있는 지혜.
아침산책을 위해 길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에 띄는 쓰레기를
몇개 주워왔다.
이런 사소한 실천이
지구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런데, 나에게는 도움이 된다.
매일매일 할일이 생겼다.
경치를 보고,
쓰레기를 찾는다.
널린게 쓰레기니
내 할일이 없어질 일은 없다.
쇼펜하우어는,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의 무료함을
한심하다며 혀를 찬다.
잘먹고 잘사는 나는,
다행히도 할일이 많아서
무료할 틈이 없다.
쓰레기는 주워도주워도 끝이없고,
지혜는 파도파도 끝이 없다.
어제는 부킹닷컴에서 제공하는 할인제도에 대해서 호텔에서 난리가 났다. 음료 또는 음식을 선택해서 한번의 주문에 대해서 10% 할인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더 주장할수도 있었지만, 그냥 두었다.
오늘은 어제와 똑같은 complete breakfast를 주문했는데, 이번에는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까 무료 아침으로 제공하는 음식과 이것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 추가요금을 내겠다고 했다. 잠시후 음식이 나왔는데, 오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어제의 그것보다는 음식이 작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 음식이 무료로 나오는 아침이고, 내가 주문한 것은 추가요금을 내야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다시 나는 그렇게 이해한 것이 아니라, 어제 먹은 음식을 오늘 또 먹는 대신에 추가요금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도 생각을 해보더니 수정제안을 한다. 그러면 complete는 점심이나 저녁으로 먹을수 있도록 보관해두겠다고 한다. 그래, 그것은 좋다.
잠시후 매니저라는 멋진 친구가 왔다. 나와 관련된 모든 보고를 받았는데, 먼저 사과를 한다. 괜찮다. 이곳이 너무 좋아서 이틀간 숙박을 연장했다고 말해주었다. 너무 감사하다며 어떤 문제가 있든지 자기와 의논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부킹닷컴에서 또 할인권을 보내주었을 것이다. 잘 처리해 주시기를. 아직 말은 하지 않았다.
아침을 맛있고 멋있게 먹었다. 매니저는 여기저기 손님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영어가 짧은 나로서는 그와의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려워 안타깝다. 옆 식탁의 손님은 어제 인사를 나눈 귀여운 털보아저씨다. 킨타마니가 어떠냐고 나에게 물었다. 매우 시원하고 아름다웠지만, 파리와 모기가 매우 많다. 그리고 매일같이 비가 내린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이 숙소가 너무 좋아서 열흘동안 머문다고 한다. 우리도 6일동안 머문다고 했더니 잘했단다. 참 다정한 털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직원이 다시 묻는다. 만약 원한다면 추가 주문한 식사 자체를 취소하고, 저녁에 원하는 식사로 주문할수 있다고 말한다. 좋아요. 역시 매니저의 힘이 센 모양이다.
쓰레기를 줍고 휴지통에 버리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서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전통생활교육이 있으니 가서 보라고 안내해준다.
제일 먼저 눈에 띈것은 베틀로 짜는 자수다. 굉장히 복잡한 문양을 짜는데, 베틀이 우리나라의 베틀보다 복잡하다. 야, 멋지다.
설탕 야자의 꽃에 작은 상처를 내어 - 우리나라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방법과 같은데, 고로쇠는 수피에 상처를 내는 것이라면, 이곳에서는 코코넛 나무처럼 커다랗게 자란 설탕야자나무의 꼭대기에 올라가, 그곳에 핀 꽃에 상처를 내어, 그야말로 한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방울들을 모아서, 4단계를 거쳐 설탕을 만든다. 내가 3단계라고 했더니, 아니다, 4단계라고 고쳐준다.
엄청나게 덥다. 불을 때서 끓이기 때문이다.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자외선지수가 낮아진 오후 3시에 수영을 하러 나갔다. 어제는 3시간을 하는 바람에 너무 피곤했으니, 오늘은 딱 30분만 하자.
그러다가 90분이 되었다.
여전히 수영장은 우리 차지다.
남들은 낮에 투어를 다니시는지 숙소가 너무 조용하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숙소다.
직원들이 한가로이 있기에 문화교류를 하기로 했다.
한글을 알려주겠다고 했더니
금방 6명이 모인다.
그래서 일단 ㅁ 과 ㅜ 를 m 과 u 로 연결해서 알려주었다.
정말 쉽단다.
발음은 무.
역시 쉽단다.
학생들의 열렬한 인사를 받고,
오늘의 수업을 마쳤다.
내일도 비슷한 시간에 한글수업을 하자고 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시간이었다.
저녁식사는 보드카 한잔과 찹 차이 cop coy다.
호박수프와 물고기와 감자튀김 fish and chips.
너무 많이 먹었는 모양이다.
밤에 살짝 소화가 안되는 느낌이었다.
샤먼항공으로부터 또 메일이 날라왔다.
언제나처럼 기분이 썩좋지 않다.
물론 친절한 안내문이며, 예의를 갖춰 보냈다.
약간의 협박은 들어있다.
아, 중국.
사실 이 나라는 너무 강해지면 위험하다.
오만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공맹이 여민동락하고 무일하라 했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