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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삼자회담 - 정미기



정농 : 현미까지 완전히 되는 정미기가 380 만원인데, 

         지금 쓰고 있는 정미기를 중고로 팔고, 정부에서 무이자 융자를 해주니까

         금년부터 시작해서 5년 동안 매년 70 만원씩만 갚아 나가면 되.


무일 : 새로운 정미기를 사도 2년만 지나면 계속 소모품 갈아야 해요.

           쌀 품질도 떨어지고 힘도 들잖아요.

           그러느니 정미소에 가서 돈 주고 정미하는 것이 좋지 않아요.


심현 : 기계 고치느라고 고생하고 몸살까지 나잖아.

           돈은 돈대로 들고, 그냥 정미소에 가서 해.


정농 : 모든 기계는 소모품이 들어가.

           그 돈 아까워 하면 안돼.

           뉘가 좀 섞여서 그렇지 쌀눈이 살아있는 도정이야.


무일 : 일년에 정미하는 돈이 40만원 들면,

           새 기계 사는데 절반 밖에 안드니까

           8년 동안은 힘 들이지 않고 정미할 수 있어요.


정농  : 현미를 도정하는 정미소도 많지 않아.

            게다가 왕겨나 싸레기를 퍼 올려면 먼지 구덩이에서 작업해야 해.

            벼가마 옮기는 것도 장난이 아니야.


무일 : 혼자 하셨을 때는 힘 들고 그랬지만,

           저랑 같이 가셨을 때는 편안하게 하셨잖아요.


심현 : 당신 힘 들까봐 하는 이야기야.


정농 : 농부는 자기가 다루는 기계도 완벽하게 알아야 해.

           스스로 수리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심현 : 그렇게 사고 싶으면 사.

           새 기계를 쓰고 싶으면 써야지. 평생 소원인데.

 

정농 : 새 기계 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야.

           정미기 회사에 전화해서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

           (확인 후) 음, 다 좋은데 진도 흑미가 잘 도정이 안된다는군.

           그러면 새 정미기라도 별 소용이 없어.


무일 : 그러면 좀 힘이 들더라도 이 기계 고쳐서 계속 사용하죠.


정농 : 그러자구. 정미소 간다는 소리만 안하면,

           얼마든지 고쳐서 쓸 수가 있어.



이틀간에 걸친 삼자회담은 냉전 직전단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정농은 새 기계를 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정미소를 가기 싫었던 것이고,


심현은 헌 기계 고치는 것이 힘들어 보여서

             새 기계를 사거나 정미소를 가자고 한 것이고,


무일은 모든 기계는 결국 유지비용이 드니

             기계정비와 정미하는 수고도 줄이고,

             공간과 목돈도 절약하기 위해 정미소를 가자 한 것이다.


좋은 취지는 서로에게 전달되고,

새 기계의 단점이 급부상하여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흘에 걸친 정미를 끝내고 사흘을 감기 몸살로 고생했다.

20~30kg 포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1톤 이상을 옮겨야 했고,

돌과 깜부기와 뉘를 골라 내느라 긴장된 온몸의 근육이 놀래 버렸다.



왕겨도 10포대가 넘게 나왔다.

저것도 일일이 삽으로 퍼 담아야 한다.

이것들도 결국은 밭으로 가서 제 역할을 한다.

벼에서 나오는 것 모두는 다 자연으로 되돌려 준다.

농사는 농약과 비료만 멀리 한다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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