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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임금 광해의 유배지와 이아 전시장_231005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침대 2개로 나누어서 잠을 잤더니 같이 여행 온 느낌이 나지 않는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광해의 적소지 터를 찾아갔다. 덩그렇게 표지석이 하나 남아있고, 광해가 지었다는 칠언율시가 번역되어 있다. 한문으로 된 글을 번역하지 못한다는 것이 좀 슬픈 일이다. 우리 조상들의 오랜 기록들은 전부 한문일텐데, 제대로 배우지를 않아서 해석이 불가능하다. 안그래도 남아있는 역사기록이 너무 빈약해서 왜곡과 편견이 심할텐데. 한문은 요즘 세상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어서 배울 일이 없어졌고, 그나마 아는 글자도 점점 줄어들어 거의 머리 속 장식품이 된 듯하다.

 

1889년에 생겼다는 중앙 성당을 가봤더니, 그 당시의 성당은 기와집으로 지어졌었고, 지금 남아있는 성당은 1960년대 말에 새로 건축된 것이다. 그나마도 사방이 막혀서 성당의 외형을 감상하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실망을 하고 돌아서서 호텔로 돌아오는데, 제주 예술공간 아이라는 곳이 나타난다. 전시회도 하고 있는데, 거의 마지막 날이다. 무작정 들어갔다.

 

전주와 제주가 서로의 예술작품을 교류전시하는 행사였던 모양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리 속을 맑게 해 주는 아주 좋은 그림들을 보았다. 전시회를 올 때마나 늘 그랬듯이, 한국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다. 복잡한 그림을 보면, 정성을 느꼈기 때문인지, 왠지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12시에 호텔을 나와 점심을 먹었다. 그리미는 고사리 해장국, 나는 생전 처음보는 접짝놈뼈국. 익숙한 재료인 돼지등뼈를 이용한 음식인데, 속을 편안하게 하는 기름진(?) 음식이다.

 

진도에서 나올 때와는 다르게 제주항은 복잡하다. 안내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두 번이나 잘못 들어갔다가 세 번째에 제대로 된 부두에 들어가 차를 실었다. 그리고 사람은 다시 체크인. 국제항이라서 외부인의 밀항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인 모양이다. 거대한 선박인 퀸 제누비아호. 3등 선실은 추워서 잠깐 앉아 있다가 휴게실로 나와 돌아다녔다. 승용차나 비행기 보다는 넓직해서 돌아다니기도 좋고, 운행 시간이 많이 걸리니 군것질 하기도 좋다. 바다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인천 - 제주 노선을 이용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예정된 진도항이 아니라 목포항으로 돌아오는데 4시간이 걸렸다. 조류가 강해서 결항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손님이 적어서 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녁은 함평에 가서 육회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40분 남짓 이동해서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도 시골은 벌써 문을 닫고 쉴 준비를 한다.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았는데, 별미관이라는 깨끗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젊은 친구들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8시까지 운영한다. 비빔밥 두 그릇을 시켜서 먹었다. 육회 비빔밥을 먹지 않는 그리미도 맛있게 먹는다. 딸려나온 선지국도 신선해서 2인분을 포장했다.

 

짧은 듯 긴 여행이 또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