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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 휴양림 ] 공립 치악산자연휴양림_꾸엉뫼둘레길 아흐레길_석동버스종점에는 버스를 한시간 기다려야 한다_231015

치악산. 국립공원누리집에는 "치악산국립공원 및 주변은 후기 고원생대 편마암류 및 화강암질 편마암류, 중생대 쥐라기 화감암류로 구성되어 있다. 치악산鴙嶽山은 한반도 구조운동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지질학습장이다."라고 되어 있다. 

 

온통 어려운 말 뿐이다. 일단 치악산의 치는 꿩이다. 악은 큰 산을 뜻한다. 아무래도 이름을 바꿔야겠다. 30대 이하의 사람들은 이빨하고 관계있는 산이냐고 물을 지경이다. 이름에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그 이름은 잘 설명하거나 바꿔야 한다. 한자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제 한자를 빼고 살아야 하는 시대다. 치악산을 그대로 우리말로 번역한 '꿩큰뫼'가 좋겠지만 이것도 어감이 좋지 않아 꿩뫼 -> 꾸엉뫼로 하면 좋겠다.

 

한달 전에 예약을 해 두었다. 꾸엉뫼 자연휴양림. 휴양림은, 꾸엉뫼가 아니라 백운산 자락의 판부면 금대리에 위치해 있단다. 꾸엉뫼 비로봉을 흔히 오르는 길인 구룡사쪽과는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원주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자연휴양림이다. 판부면에는 국립자연휴양림이 하나 더 있는데, 백운산 자연휴양림이다.  

 

어제 저녁부터 그리미가 만들어 준 이태리 수제비 요끼를 고소하게 먹었다. 이마트에서 산 형편없는 치아바타 한 조각도 어쩔 수 없이 먹었다. 앞으로 다시는 사지 않을 것이며, 맛이 없지만 버릴 수가 없다. 믹스 커피에 생강가루를 탄 짜이아(인도 짜이와 비슷한 커피)를 먹었다.

 

9시 20분에 집을 나서 한울빛도서관에 들려 예약해 둔 책을 빌려 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성남 쪽에서 잠시 막힌 것을 제외하고는 소통이 원활하다. 양평 휴게소에서 '김건희 길'을 생각하며 유자차를 한 잔 사서 마셨다. 12시가 다 되어 원주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차를 세워두고 5분여 검색을 했다. 휴양림 근처의 자연밥상집이 쉬는 바람에 바로 앞에 있는 청정막국수에서 옹심이(9천원)와 옹심이칼국수(만원)를 먹었다. 한 그릇만 시켜 나눠서 먹고, 음식 하나는 포장을 하려 했으나, 포장할만한 음식이 없어서 그냥 두 개를 주문해서 먹었다. 조금 양이 많았다.

 

음식점에서 휴양림까지는 10분. 입구에 도착하니 2시 반부터 열쇠를 나눠주니 산책을 하고 오란다. 직원들 숙소 앞에다 차를 세워놓고, 등산화를 신고, 배낭에 음료수와 비상식량, 스틱을 챙겨서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로 올랐다. 늦가을용 점퍼를 입지 않았으면 추울 뻔했다. 산책로가 이어진 계곡은 이끼가 많이 끼어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지를 않았는지 잡초가 무성해 정돈된 느낌은 아니었다. 게다가 낙엽까지 많이 떨어져 있다. 휴양림에 우리만 있는 듯하다.

 

전망대에서 단란한 가족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계속해서 산책로를 걸었다. 그랬더니 숲속의 집(고라니동)을 만난다. 그런가보다 하고, 길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갔는데, 꾸엉뫼둘레길 아흐레길(9코스 : 영어를 한글로 번역해 줘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아흐레길(아홉번째 날 걷는 길)의 종점인 석동마을종점까지는 9.9km다. 중간인 예천의 집(2.2km)까지만 걸어갔다가 돌아오자.

 

계획은 그렇게 세웠지만 서늘한 가을바람에 걷기 편안한 길이 계속되어 종점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오면서 만난 부부로부터 제법 예쁜 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 내내 흙길과 포장길이 반복되고, 평지와 다름없는 경사의 길들이 이어져서 발이 빠르다.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가 꽃을 피우고 있는데, 구별을 하지는 못하겠다. 들국화가 없었으면 훨씬 심심한 길이 될뻔했다. 등골나무와 산국도 피어있다. 아흐레길(자작나무길)은 돌아가거나 끝까지 가는 것 말고는 중간에 내려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 2시간 반 정도를 걷고 물을 마시며 쉬려고 했는데, 그리미에게 추위 알러지 증상이 나타난다. 찬바람에 몸이 식으면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물만 마시고 다시 걷는다. 아무리 편한 길이지만 이렇게 계속 가는 것은 좋지 않을텐데.

 

중간중간에 안내판과 휴게용 벤치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숲이 깊지 않은 듯 깊어서 아늑하다. 우리 밖에는 걷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한 시간을 더 걷고 다리가 아파서 발바닥을 주무르기 위해 잠시 쉬었는데, 그리미는 알러지 때문에 앉아 쉬지를 못한다.

 

석동마을종점까지 2.7km 남은 지점부터 계속해서 거리 측정을 하면서 왔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거리를 따로 잴 필요가 없었는데, 혹시 해가 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까봐 거리를 재면서 왔다. 시간도 잘 가고, 마음의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큰 오차가 없이 아흐레길의 종점인 석동마을 버스종점까지 내려왔다. 석동마을은 작은 개천이 흐르는 깨끗한 마을이다. 참숯공장이 하나 있는 것말고는 아늑한 느낌의 동네다. 5시에 도착했는데, 6시는 되어야 버스가 온다고 한다. 택시를 불렀지만 근처에 없다고 오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버스가 온다는 여드레길(여덟번째 날 걷는 길)을 따라 걸으며 지나가는 차가 있기를 빌었다. 그리미가 앞의 화물차가 출발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뛰어갔다. 차는 가려다가 멈춰서서 기다린다. 다가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휴양림까지 태워다 주시겠단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신림역이라는 기차역이 없어지고 4차선 공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휴양림 입구에 도착. 13,000원을 수고비로 드리며 고맙다고 거듭 인사를 드렸다.

 

숙소의 열쇠를 받아들고 났더니,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우리 차를 주차해 둔 곳이, 관리동 앞으로 작업 차량들이 여러가지 물건을 운반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들어올 때 아무 안내도 받지 못했고, 주차를 하면서도 한참이나 시간을 끌었는데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고, 옆에도 차가 주차되어 있어서 우리로서는 주차가능한 곳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빈터에 편하게 주차하던 시골살이 습성이 결국 또 문제를 일으킨 상황이 되어버렸다. 안되겠다. 앞으로는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주차를 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주차한 곳에는 반드시 연락처를 남겨두어야겠다. 꼭 명심하자.

 

산으로 한참 올라온 곳에 황토방이 모여있다. 전기온돌판넬로 난방을 하는 황토벽돌로 지은 방인 모양이다. 침대와 비데가 없고, 수건과 1회 용품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둘이 쓰기에는 적당한 방이다. 구룡사 쪽으로 숙소를 옮기고 싶어서 하룻밤은 취소하려고 접속해 봤더니 부분취소는 안되는 모양이다.

 

짐을 정리하는데, 앗, 치약 치솔을 챙겨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등산배낭을 뒤졌다. 치간 치솔 하나와 작은 치약 하나가 나온다. 다른 가방을 뒤진다. 놀랍다. 샤워타올, 샴푸와 린스, 치솔 두개, 치간치솔, 치약, 면도기까지 쏟아져 나온다. 여행다니면서 제공되는 것들을 혹시 몰라서 챙겨두었는데, 이렇게 쓸 수 있게 될 줄이야.

 

김치찌개와 샐러드로 간단한 저녁을 먹고, 날이 시원해서 맥주도 마시지 않았다. 구름이 많아서인지 목성과 토성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비로봉을 가기 위해서는 황골탐방지원센터로 가서 구룡사로 내려오면 된다. 넉넉잡고 6시간이면 된다.

향로봉과 남대봉을 오르는 길도 있으나, 휴양림에서 접근이 쉬운 꾸엉뫼둘레길 열흘길을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