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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 휴양림 ] 곶자왈 도립공원, 진도항에서 추자도를 거쳐 제주항으로_231001 domingo, uno de octubre_ Воскресенье, один Октябрь

근사하고 평온한 바다를 건너 이름은 들어봤어도 어디에 있는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추자도에 도착했다. 진도항(팽목항)에서 50분이 걸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태어나서 처음 와 본 곳이 이렇게 붐빌 때마다, 세상은 넓고도 넓어 겨우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놀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섬이름은 폭풍을 피하는 후풍도에서 가래나무(추자나무)가 많아서 추자도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가래나무는 토종 산호두나무다. 호두와 비슷한 모양의 가래나무 열매는, 알멩이가 작고 쓴 맛이 나서 먹기에 좋지 않지만 지방이 풍부하다고 한다. 가래나무는 가구나 조각에 사용된다고 한다.

 

밤새 잠을 설쳐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8시 배를 타기 위해서는 7시 40분까지는 가야 한다. 어제 밤에 사다놓은 샌드위치 한 조각을 커피와 함께 먹고 출발한다. 너무 빨리 가는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다. 7시 30분에 도착해서 바로 배를 타는데, 90% 승선해 있었다. 사람들 정말 부지런하다.

 

추자도에서 제주까지도 90분 정도 걸린다. 시속 8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리는데도 거의 진동이 느껴지지 않고, 배멀미 걱정을 하던 그리미도 아무 문제없이 도착했다. 차량들도 네 바퀴 모두를 튼튼하게 선체에 묶어 두어서 안전하다. 4박 5일 제주 여행을 하기 위해 왕복 34만원을 주고 차를 가지고 들어간다. 세월호의 트라우마 때문에 배 타기가 두려웠는데, 운항시간이 짧아서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바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 10/01(일) 08:00 출항 10/01(일) 10:00 도착  산타모니카 [진도→제주]  [차량]  싼타페 : 176,430
● 10/05(목) 16:20 출항  10/05(목) 18:20 도착 산타모니카 [제주→진도]  [차량] 싼타페 : 160,550
● 왕복차량요금 : 336,980원

 

제주항 앞은 매우 번잡하다. 애월해안도로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해안도로로 빠져 바닷길을 산책했다. 날이 시원하면서도 뜨거워 우산을 펼쳐들고 해를 가리고 걸어야했다. 회정식과 갑오징어 물회로 점심을 먹고, 얼음과자를 하나 사서 반씩 쪼개어 먹었다.

 

편의점 앞의 네살 여섯살 오누이는 빵빠레를 만족스럽게 먹으며 인사를 건네온다. 입주변에 동그란 아이스크림 흔적을 선명하게 만들며 신나게 먹는다.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매달려 제주도의 뜨거운 햇살을 받는 것이 정말로 즐거워 보인다. 해안도로를 30분 이상 산책하고 났더니 몹시 졸리다. 더위를 먹은 모양이다. 곶자왈 도립공원을 산책해야 하는데, 눈이 마구 감기고 목이 아프려고 한다. 운전대를 그리미에게 넘기고 이동하는 동안 잠깐 눈을 붙였다.

 

3시가 다 된 시간인데, 곶자왈 주차장은 차들이 가득하다. 그래도 차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서 차를 댈 곳이 있다. 입장료 천원을 내고 입구로 들어서니 자갈로 가득한 꽃숲길(곶자왈)은 어두컴컴하다. 원시림처럼 느껴진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처음에는 걷기에 속도가 나지 않다가 30분쯤 걸으니 몸이 회복된다. 나무가 그득하여 바람은 불지 않지만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숲그늘이라 걷기에 좋았다. 해안도로를 걷느라고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이쪽으로 빨리 이동했었어야 하는 모양이다. 어린 아이들이 2시간 반이 걸리는 산책로를 계속해서 걸어오고 있다. 

 

5시가 넘어서 산책을 끝냈다. 숙소까지 40분이 걸린다. 중문 하나로마트에 들러 이틀치 식량과 물을 준비하고 가다가 고기국수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소낭밭가든에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미는 고사리육개장, 나는 수육국밥, 우주신은 고기국수. 평균 이상의 만족스런 식사를 했다. 특히 처음 먹어본 고사리육개장은 치댄 고사리와 산초의 향이 잘 조화된 편하고 독특한 맛이라서 그리미는 5점 만점의 평점을 주었다. 고기국물도 깔끔하게 잘 나와서 내일 저녁에 다시 와서 먹어도 될 듯했다.

 

우려했던 비싼 숙소도 에어비앤비의 숙소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공간이 넓직해서 답답하지 않은 풍향빌리지 206호. 2박에 266,000원. 샤워를 마치고 사흘 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 건조기까지 갖추어진 훌륭한 세탁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