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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평화는 매우 비싸서 돈이 아니라 상처가 든다_231002 lunes, dos de octubre_ Понедельник, два Октябрь

정신없이 잘 자고 일어나서 커피 한 잔과 도넛 한 개, 사과 한 개로 아침을 먹으며 강정 바다를 바라보았다. 눈앞으로 비닐하우스와 서건섬이 보이고, 바다빛은 검붉다. 해가 너무 뜨거워 테라스의 낭만을 즐기려던 계획은 포기하고, 후다닥 거실 식탁으로 돌아와 앉았다.

 

열 시가 다 되어 차에 올라 법환포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던 바다색은 시커매서, 정겨운 느낌이 아니었는데, 눈높이를 대폭 낮추고, 해가 남중고도를 끌어올리고 난 다음에 보이는 바다색은, 검푸르다. 게다가 광자가 파도에 부딪혀 만들어내는 수많은 파동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해군기지 공사가 마무리 되었는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있는 구조물이 아름답다. 사람들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 애꿎은 젊은이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힘들게 버티지 않아도 되면서 이런 일들을 처리할 수는 없을까. 평화는 매우 비싸서 돈이 아니라 상처가 든다.

 

바다가길은 기괴한 현무암 덩어리들이 이리저리 쌓여 있어서 지구를 걷는 기분이 아니다. 실제로 지구에는 화강암이거나 흙이어야 한다. 물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지구의 현무암질 마그마는 화강암을 만들어낸다.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곳은 온통 현무암뿐이다.

 

바다를 앞에 둔 집들은, 녹슬어 가고 있다. 소금기 또는 염소의 독성을 이겨낼 수 있는 물질은 아직 없는 모양이다. 군데군데 근사한 집들이 벌겋게 퇴락하고 있다. 바다를 차지하려는 노력이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자본주의는 힘이 쎄서 늘 성장하지 않으면, 욕심만으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없다. 쇠락하지 않으려 늘 성장하는 순간 사룸 life의 역동성은 사라져버린다. 어리고 순수하며 젊고 싱싱한 것들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암세포처럼 자라기만 하기 때문이다.

 

돌아서려던 산책을 돌아서지 못해, 이쪽 끝까지 걷는 바람에 차를 가져오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해가 뜨거워 우산 없이는 걷기 힘들었는데도, 등짝에 땀짐이 생기다 말았다. 우주신에게 고기를 굽게하고 샤워를 하려 했으나 물만 뿌리고 나왔다.

 

시원하게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고 서건섬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3시가 넘어서 우주신과 함께 아침에 걸어온 길을 거꾸로 걸어간다. 이번에는 법환포구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찾으러 간다. 아니, 그곳을 지나서 외돌개까지 가기로 했다. 해가 뜨거워서 여전히 우산을 써야 한다.

 

오면서 보던 것과 다른 것을 가면서 보게 된다. 물이 빠진 서건섬을 걸어들어갔다. 물 위에 뜬 범섬이 더 웅장해 보인다. 서건섬 둘레길을 갈까 하다가 밑에서 쉬면서 한라산과 범섬을 바라보며 쉰다. 우주신과 그리미는 한 바퀴 돌고 내려온다 물 차는 시간은 8시지만 불안하니까 얼른 육지로 돌아간다.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바다로 민물이 콸콸 쏟아져 흐른다.

 

중간중간 길이 끊겨서 빙빙 돌아 다시 해변으로 되돌아 나온다.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