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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호찌민-달랏] 오늘의 걷기도 성공할까_230922 viernes, veintidós de septiembre_Пятница, двадцать два Сентябрь

조용한 숲속에서 잘 잤다. 멀리서 새 소리가 들린다. 농원에 있을 때는 더 선명하고 예쁜 소리를 들었다. 내일은 어떻게 할까? 오늘의 걷기는 성공할까?

 

아침은 쌀국수와 바나나로 간단하게 먹고, 호수가로 산책을 나간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산책로를 보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으니까.

 

의외다. 산책로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열심히 서너사람이 정원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열심히 관리를 해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정원이 된다. 자꾸만 우리집이 생각이 난다.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서 정원을 가꾸지 않으면, 예쁜 집을 결코 유지할 수 없다. 한 달, 한 해가 아니다. 살아있는 평생 동안, 정원 가꾸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베트남이라는 곳에서 이렇게 멋진 주택가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자본의 힘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왕복 30분 정도를 여유있게 걷다가 돌아와서 산책할 준비를 했다. 어젯밤에 이어서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싼 숙소를 예약해서 그런가? 숙소에 문의했더니 올라와서 점검을 하는데, 내가 어제밤에 시끄럽다고 이런저런 스위치를 만지다가 보일러의 메인 스위치를 내린 모양이다. 헐,,,,,

 

바나나 두 개를 챙겨 이제 다딴라 폭포로 간다. 아니다. 죽림선원까지 산책을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시내로 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자. 30분을 걸어서 죽림선원에 도착했다. 케이블카 왕복 요금이 12만동이다. 괜찮은데, 문제는 일찍 끊긴다는 것이다. 일단 죽림선원을 돌아보면서 쉬면서 생각하자. 쉬고 있는데, 저 아래로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지도를 보니 그쪽으로 가면 폭포까지 금방 갈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 가보자. 뭘 믿고 이렇게 용감한지 모르겠다, 우리는.

 

사실 별 차이는 없었을텐데,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남들이 찾지 못한 새로운 길로 우리는 폭포로 간다. 차량 통행도 뜸해서 걷기에도 좋았다. 다만, 땡볕이다. 호수를 끼고 땡볕을 걸어서 다딴라 폭포에 도착했다. 입장료 5만동씩 10만동을 내고 폭포 1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다들 루지를 타고 가는데, 우리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걸어서 간다. 폭포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금방 도착했다. 길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밀림 속을, 두려움없이 평화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폭포 1에서 놀다가 보니까 폭포 3까지 내려가는 안내표지가 보인다. 어떻게 할까? 아직 시간 여유도 있으니 더 가보자. 계속해서 내려간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내려가도 될까? 길이 좋으니 괜찮을 것이다.

 

폭포 3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한국 여행 유튜버 1명을 만났다. 폭포 3이 더 장관이라고 한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힘들면 루지 편도를 타고 올라가면 되니까 더 내려가서 장관을 확인하기로 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제법 괜찮은 곳인데,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으니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 눈이 최고다.

 

베트남 하드와 준비해 온 바나나로 간식을 먹으며 그늘에서 쉬었다. 사람들은 루지를 타고 왔다가 다시 타고 올라간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왕복은 25만동인데, 편도는 19만동이다. 내려왔으니, 그냥 걸어 올라가자. 편도가격을 15만동 정도로 더 낮춰야 한다. 그러면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랑비앙 산을 오르려면 왕복 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늘 숙소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더 좋은 일은 아주 잘 정리된 오르막 내리막을 걷는 것이었다. 베트남은 걸을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루지를 타지 않고 왕복하면, 열대우림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등산로다. 그러고도 루지를 타고 싶으면, 다시 표를 끊어서 타면 된다.

 

즐거운 등산을 마치고 입구의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볶음밥과 반미, 감자튀김, 맥주를 시켜서 16만동으로 점심을 먹었다. 에어컨이 없어서 어떨까 했는데, 벌레도 없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그만이었다. 저쪽의 손님들이 담배를 피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메뉴판을 들고 헤매고 있는 우리를, 친절한 종업원이 도와주었다. 볶음밥은 여전히 맛있었고, 맥주는 시원했으며, 반미는 고소했고, 감자튀김은 늘 그런 맛이었다. 우산을 어디에선가 두고 온 모양이다.

 

푹 쉬다가 그랩을 불러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내로 가서 저녁을 먹고 갈까 하다가, 그랩 음식을 한 번 시켜보고 싶고, 빨리 가서 쉬고 싶기도 했다.

 

색다른 경험이기는 했지만 음식 주문은 너무 힘들었다. 아, 그랩 음식 너무 어렵다. 물론 처음이기는 하지만 두사람이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키려면 두 번이나 주문해야 한다. 한 번도 힘든데. 그냥 두 번 주문할 걸 그랬나? 우리 숙소는 출입도 매우 까다로워서 드라이버가 매우 힘들어했다. 미안하다. 쉽게 끝낼 일을 어렵게 만들다니.

 

음식값은 5천원이고, 배달비가 2천원이다. 그래도 걱정했던 분짜가 먹을만했다. 남아있는 보드카를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이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밤이다. 달랏은 카드는 사용이 어렵고, 현금이 충분해야 한다. 게다가 숙소까지 현금을 요구하고 있어서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라도택시를 예약해야 하는 걸까? 어디에서? 그냥 시내에 가서 아무 택시나 잡아서 공항을 가자고 하면 될 듯 싶다. 내일은 점심을 시내에서 먹고, 저녁에 먹을 반미를 사 가지고 공항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