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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호찌민-달랏] 걷기 여행이 불가능한 달랏_220920 miercoles, veinte de septiembre_Среда, дв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달랏에 5박 6일을 지내면서 호텔을 세 군데나 잡은 것은, 걷기여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날도 시원하다고 하니 걷기에 무리가 없도록 세 지역을 왔다갔다 하려고, 그런 계획을 세웠는데, 무참히 짓밟힌 하루였다. 어제는 쑤안 홍 호수를 일주하는 즐거움을 누렸고, 그 즐거움이 오늘도 계속되리라 믿었던 것이 큰 잘못이었다.

 

아침 식사는 부페가 아니고 주문식이라고 한다. 비수기여서 손님이 적어서인 모양이다. 쌀국수와 볶음밥, 오믈렛을 주문하고, 과일과 음료는 가져다 먹었다. 편안해서 좋은데,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기는 단점이 있다. 베트남에 와서 용과를 잘 먹는다. 너무 달거나 시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개운해서 건강한 맛이다.

 

아침을 먹고 걸어서 바오다이 황제의 1궁전으로 가기로 했다. 큰 길이 아니라 작은 길로 가려고 마을길로 내려갔다. 이런 길이 이어지기는 하는데,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 개가 뛰어나오니, 놀란 그리미가 오던 길을 되돌아 올라간다. 짜증이 났다. 날도 더운데, 짜증이 나니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다. 큰 길을 걷자니, 인도는 좁고 경적은 끊임없이 울려댄다. 도저히 걷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램을 불러서 림꾸옥 사원으로 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만든 사원이다. 대웅전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했는데, 관광객들은 동영상까지 촬영한다. 탑의 꼭대기까지 천천히 걸어올라가서 모든 부처를 만나고 인사를 했다. 시간이 잘 흐른다. 약사여래상에 인사를 많이 해서 가족들의 건강을 빌었다.

 

사원을 나와서 다시 걸어가 보자. 이발소를 찾아보자. 오, 있다. 5만동에 이발과 면도를 해 준다. 열심히 정성을 다한다. 머리가 없어서 너무 짧게 자르면 얼굴이 커 보인다. 그런데, 머리를 감겨주지 않는다. 아, 아쉽다.

 

날이 뜨거운데, 걸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생과일 주스집에서 주스 두 잔을 시켰다. 그리미는 맛을 보더니 도저히 못먹겠다고 한다. 내가 두 잔을 마셨다. 바오다이 궁과 달랏 기차역을 모두 그랩으로 주문했다. 그랬더니 바오다이 궁에서 우리가 관광하는 동안 대기하고 있다.

 

바오다이 궁의 입구는 시원하고 멋지다. 아, 그런데 보이는 것이 전부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는가? 근사한 이층집과 자그마한 정원이 어우러진 대저택이다.

 

기차역은 예상했지만, 오 역시 대실망. 그러나, 이렇게 와서 확인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딱 한가지 재미있는 것을 봤다. 석탄을 퍼서 증기기관을 돌리는 산업혁명의 유산을 보았다.

 

기차역에서 나와 마켓으로 걸었다. 왠 한국 음식 광고판이 이렇게 많지? 베트남의 풍요로움이 드러나는 장소다. 반미를 두 개 사고, 파파야를 사서 점심으로 먹었다.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다. 일단 내 전화기의 전원을 끊었다.

 

한참을 걸어 은행을 찾아 100불을 240만동에 환전했다. 땡볕에 너무 걸었고, 더 이상 볼 것도 없으니 호텔로 되돌아 가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룸서비스로 새우와 생선튀김을 시켰는데, 실망이다. 튀김은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다. 그래도 보드카 세 잔을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베트남은 달랏을 포함해서 걷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곳이다. 집과 집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마을과 마을도 분리되어 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아니면 아주 잠깐의 이동도 불가능한 상태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다. 마사지나 받고, 저렴한 가격으로 택시타고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맛보는 곳이다.

 

다음 숙소에 죽림선원까지의 산책길이 괜찮느냐고 물었더니, 다행히도 좋다고 한다. 그래 그곳에서나 열심히 걷자. 라도 택시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찾아 두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라도, 스쿠터를 타고 열심히 달랏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