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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호찌민-달랏] 폭우 속의 메린 커피농장, 아침에 문득 일정을 정하다_230923

아침에 잠이 깨면서 갑자기 여행일정이 떠올랐다. 어차피 공항가는 비용이 30만동 이상이라면 60만동으로 4시간 택시 투어를 하는 것이 좋겠다. 가려고 했다가 가지 않은 메린 커피 농장도 갔다가 공항으로 가면 되겠다. 그리미의 동의를 얻어서 라도택시에 카톡을 보냈다. 내가 계획한 일정이 51km라 6시간 55km로 해서 70만동으로 하잔다. 협상해서 얻을 것이 없었다. 예약을 했다.

 

호텔비는 결국 친구에게 부탁해서 송금하도록 했다. 숙소를 떠나기 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서 그리미가 무척 즐거워한다. 친구에게 월말 김어준 3개월분을 선물했다. 1년을 할까 하다가 재미없다고 할 수도 있어서 일단 3개월 분을 주문했다. 다행히 예전에 구독해서 재미있게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1년분을 선물할 걸 그랬나보다.

 

아름다운 마을을 산책한다. 산책하는 동안 약 다섯 분의 일하시는 분들을 만났다. 그 중 한 분은 한국에서도 일을 하셔서 간단한 인사를 하신다. 이런 아름다운 집과 마을들을 이국의 방문객들에게도 문을 열어줄 수 있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도 지방의 아름다운 강산 위에 예쁜 마을을 만들고, 돈과 노동력으로 서로 협력해서 정원을 가꾸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정확히 11시가 되니까 택시가 들어온다. 가방을 싣고 출발하는데, 한국 음악을 틀어준다. 호치민 혁명 당시의 혁명가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단다. 슬프고 어려웠던 과거는 금방 잊혀진다. 좋은 일이다. 다시는 지구 어느 곳에서도 혁명의 노래가 불리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메린 커피 농장은 말 그대로 커피 농장이다. 잘 꾸며 놓았다. 교통비와 커피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서너시간 놀다가 가면 하나도 아깝지 않겠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무엇을 기대하면 안된다. 시원한 경치와 평화로운 분위기 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이곳을 구석구석 걸어다니면 - 반드시 골프 우산으로 뜨거운 태양을 가리고 걸으면, 한 시간 넘게 산책할 수도 있다.

 

말로만 듣던 루왁 커피를 마셔 보았다. 첫 맛은 별다른 감흥이 없고, 뒷맛이 좋다. 좋다니 한 번 맛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마시는 커피들도 내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한 잔에 500원 하는 캡슐 커피. 먹구름이 밀려 오더니 산책하던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바로 옆은 맑은 구름이 가득한데도, 비가 쏟아진다. 더 시원하다.

 

장하게 내린다.

 

 

마지막 일정은 거대한 약사여래상을 만나는 링언사다.

멀리서 코끼리 폭포를 바라볼 수 있었다. 비까지 내려서인지 장관이다.

대웅전에 들러 천주교인답게 천원에 해당하는 2만동을 시주하고,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 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렸다.

 

베트남은 불교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인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것을 보면 신심이 느껴진다. 중국과도 비슷하다. 마치 거대한 크기로 사람을 압도하겠다는 듯이 불상이나 절이 커다랗다. 소박한 불상은 아무래도 의지할만한 신이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좋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어서, 나라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베트남의 미래가 기대가 된다. 너무 더운 것이 흠이다.

 

시간이 좀 남아있기는 하지만 비가 내리니 안전을 고려해서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운전 잘 한다고 칭찬한 것은, 안전하고 평온하게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목적지를 향하는 젊은이의 차는 거칠어졌다. 교통 상황이 그렇기도 했지만, 과속과 추월이 약간은 불안해 보였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4시간 52km에 70만동(35,000원)을 지불했다.

 

공항은 한산해서 체크인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았다. 티켓을 받고, 카페에 앉아서 저녁을 주문했다. 반미 샌드위치와 볶음밥. 언제 먹어도 맛있다. 내년 2월까지는 이 맛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옆자리에 자유여행을 온 부부가 말을 걸어온다. 코로나 이전에 해외여행을 예약했다가 천만원 가까이 돈을 날렸단다.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되고 항공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특히 말레이시아가 여행하기 좋다고 한다. 필리핀은 지저분하고 위험하고, 인도네시아는 깨끗하지 못하다. 베트남은 여러가지로 여행하기 좋은 곳이어서 하노이에서부터 천천히 여행을 한단다. 은퇴한 부부의 행복한 삶이다.

 

비행기 안에서 잠이 오지 않아서 열심히 전자책을 읽다가 좌석에 누워서 엉덩이를 잠시 쉬었다. 이코노미석에 여유가 있을때, 이렇게 누워오면 편하기는 한데, 왠지 노숙자 느낌이 난다. 베트남 기장의 운전 솜씨가 최고다. 오르고 내리는 것이 무척 부드럽다. 제트기류도 오며 가며 심하게 요동치지 않아서 편안하게 잘 다녀왔다.

 

공항에서 주차한 차를 찾지 못해 헤맸다. 공항셔틀이 11시 20분이 지나면 운행을 중단한다. 오던 방식대로 기억해 두었는데, 어떻게 하지. 5번 정류장 앞의 53구역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말은 5구역의 5-3으로 나와 버렸다. 지도를 내가 봤어야 하는데, 내가 말은 잘못해주고 그리미가 지도를 보는 바람에 잘못을 수정할 기회를 놓쳤다. 한 번 헤매기 시작하니 갈피를 못잡고 30분을 헤맸다. 헐, 뭐 그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