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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호찌민-달랏] 제대로 산책을 하고, 하수도 청소를 하다_230921 jueves, veintiun de septiembre_Четверг, двадцать один Сентябрь

주스는 망고+수박+딸기를 섞은 혼합 주스가 맛있다. 좋은 커피라고 내놓기는 했는데, 입맛에 맞지 않아 먹지 못했다. 오늘은 새로운 볶음밥이었는데, 역시 맛이 좋았다. 쌀국수도 국물이 진해서 좋았다. 소스를 넣지 않고 매우 고추 서너개를 넣었다가 건져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배 부르게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방안에서 빈둥대며 쉬다가 10시 반에 체크아웃을 했다. 그랩을 불러서 기대가 되지 않는 크레이지 하우스로 이동했다.

 

오, 예상보다 멋지다.

역시 기대가 없어야 좋다.

왜 늘 이럴까?

건축과 예술의 만남이 잘 이루어져 있다.

 

설계도를 그리는 것도 훈련에 의해서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술을 획득하지 못한 나로서는 감탄하며 칭찬할 뿐이다. 

 

 

 

 

 

 

1시간이 넘도록 쉬다가 돌다가, 나왔다. 달랏의 볼거리는 단연 이것이다. 걷기에 좋고, 보기에 아름답고, 베트남의 놀라운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부킹 닷컴에서 숙소를 예약받는다고 하니, 언제 다시 한 번 와봐야겠다.

 

그랩을 불러서 숙소로 갔다. 호수가의 별장 단지의 집 하나를 숙소로 개조해 영업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현금으로 계산해야 하고, 가장 가까운 식당이 1km인데, 최고급 식당이다. 500m를 더 가면 시내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불친절한 바베큐 집이 있다. 이 모든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일단 1시도 안 되었는데, 체크인을 해 준다. 알려준 와이파이는 속도가 느려서 비밀리에 사용하는 5G 와이파이를 연결해 썼다. 1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죽림선원으로 간다. 3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하는데, 천천히 걸었더니 50분이 걸렸다.

 

숙소에서부터 게이트까지 무려 20분을 걸어올라간다. 그래도 베트남에서 걸은 길 중에서 가장 예쁜 길이다. 별장들답게 정원을 아주 예쁘게 꾸며 놓았다. 산과 호수와 사람의 노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3시 15분부터 걷기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덥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가 원하는 여행은 이런 것이다.

 

 

부추꽃에 난타나를 비롯한 온갖 화려한 꽃들의 배웅을 받으며 별장지역을 벗어나자 이제는 도로다. 10분만 가면 된다. 시간도 늦고 시내에서 제법 먼 곳이라 차량 통행이 덜하다.

 

잘 가꾸어진 절이다. 바로 앞에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데, 대웅전에서 절을 하는데 스님이 종을 쳐 주신다. 1만동 씩 시주를 하였다. 합계 천원. 천주교인답게 절에 시주를 했다.

 

내일 또 올테니, 절의 핵심을 천천히 보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비에 쫓겨 관광객이 끊겨서인지 식당들의 운영도 끝이 났다. 기념품 판매점의 직원과 구글 어시스턴트의 통역 기능을 이용해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눈 결과 오토바이를 타고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3만동.

 

우리 두 사람을 태운 오토바이는 안전한 평지를 지나 위험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식당에 도착했다. 음식값 비싸고 맛은 평이하다는 그 식당이다. 우리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라서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좋아.

 

통닭 바베큐  한 마리와 맥주 한 캔, 대나무 찰밥 1개가 50만동이다. 좋아. 호치민에서 양념 통닭이 35만동이었다. 5천원 정도 비싼 것은 관광지 가격이라고 용서해 줄 수 있다.

대나무 찰밥은 양이 너무 적고, 누룽지가 된 부분도 있었지만, 먹을 만했다. 기대 이상으로 담백한 바베큐 닭이다. 타지도 않고, 기름기가 쫘악 빠져서 먹기에 좋았다. 2/3 정도가 남아서 싸달라고 했다. 비는 내리지 않는다. 다시 30분을 걸어서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됐다.

 

남은 통닭에 베트남 보드카를 또 마신다. 내일까지 마실 수 있는 양이다. 현금으로 숙박비를 계산해 달라고 하는데, 가지고 있는 현금이 10만원 정도라 이틀 정도 사용하면 절반 정도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나머지 현금은 은행으로 입금시키기로 했다.

 

샤워를 하던 그리미가 물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수도 구멍을 열어보니 비닐이 끼어 있더란다. 하수도 청소도 우리가 하면서 묵어야 하는 숙소다. 하룻밤에 5만원, 밥까지 주니 무엇을 더 바랄 수가 있나.

이제 책이나 보다가 자야겠다. 더위에 고생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걸어다니며 여행다운 여행을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