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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어머니는 건강하시다_230718 dieciocho de julio el martes_ восемнадцать Июль Вторник

어머니는 건강하시다. mi mamá está sana. 

 

보라매병원은 좀 빠를까 싶었지만, 진료 예약하는데 3개월, 이동시간 2시간, 대기시간 2시간 등 끔찍한 상황은 조금도 좋지 않았다. 이틀동안 왔다갔다 대기하느라고 입술이 살짝 부르트기 시작했다.

 

지난 1년여 간 어머니를 괴롭히던 떨림 증상이 병원 진료날인 17일에 갑자기 증상이 사라졌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순간 고민했다. 어머니의 상태를 계속 지켜봐 온 나로서는, 노환이지 큰 질병은 아니라는 생각은 있었다. 금왕의 신경과와 외과에서도 어머니의 마음 상태가 불안하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그래도 어렵게 잡은 예약이니 병원에는 가시자고 했다. 금왕병원을 들러서 진료기록을 복사하고, 나들이 삼아 보라매 병원으로 갔다.

 

환자 등록을 하고 진료 자료를 제출하고 나서도 2시간을 기다려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뇌의 노화로 인한 약간의 위축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인지검사와 뇌 PET를 찍어서 약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결정하자고 한다. 파킨슨 관련 약은 빨리 처방하면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단다.

 

인지검사를 위해서는 혈액검사를 9시 5분까지 끝내야 하는데, 대기인이 30명이 넘는다.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시간에 쫓긴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어머니가 화장실 다녀올 시간까지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앞의 다섯 사람이 순식간에 채혈을 끝내서 9시 3분에 채혈을 마칠 수 있었다.

 

인지검사에도 함께 했는데, 대체로 잘 하신다. 나도 어려운 문제들을 당황하지 않고 잘 풀어 가신다. 특히, 꽃이름이나 그림 그리기를 아주 잘 하신다. 어머니는 당황스럽고 답답하시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어머니의 정신 건강이 매우 훌륭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검사가 어머니의 진단에 꼭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매우 힘든 과정이다. 인지검사를 끝내고 나서 어머니는 다시는 이 검사를 받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필요한 통계와 정보를 얻고 싶겠지만, 90분이라는 시간이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농원으로 내려왔더니 진이 빠진다. 그래도 어머니의 안면 떨림 현상은 사라졌고, 인지 검사도 잘 받으시는 것을 보니 건강하신 것이 틀림없다.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은 약이 너무 강한 것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해서 의사의 지시대로 점심약은 건너뛰고 신경안정제를 빼고 먹기로 했다.

 

하시고 싶은 일과 드시고 싶은 것, 보고 싶은 사람들을 다 만나시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시기를 빈다.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나와 아이들이 자랐다. 이제 내가 어머니께 충분한 사랑을 드려야 할 때이다. 게으른 아들이라 충분히 뒷바라지를 못해서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어머니 속이나 더 썩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