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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산하의 아름다움을 알아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_선운사에서 연천마을까지_230326 veintiséis de marzo el domingo_двадцать шесть Маршировать Воскресенье

선운사는 양절(양아치처럼 통행료를 뜯어 사찰기능을 유지하는 절)이 아니다. 고창 방문의 해를 맞아서 통행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시작이 좋다. 도솔암 불전암에 2천원의 시주를 했다. 더욱 많은 절들이 양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한국의 정신문화가 되살아날 수 있다.

 

왜 이렇게 많은 토착 왜구들이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토착 왜구가 아니었다. 한국계 왜놈이었다. 한국의 문화와 정신이라고는 온갖 저질스러운 것만을 배워 온 전우원 같은 젊은이들이 좋은 친구들과 교육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는 한국을 배척하고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 틈바구니에 일본 문화로 세뇌된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국계 왜놈이 되어 한민족을 모욕하고 대한민국을 능멸해도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수많은 고난 극복의 역사들이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처참한 몸부림의 역사라고 인식된다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은 가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양절 체제가 허물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다. 91년에 대우에서는 왜놈 컨설턴트를 하나 데려다가 1년 내내 파일링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무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인 허접한 시스템을 유지하느라 허덕이던 대우는, 99년에 해체되고 만다. 그런데도 왜놈들 것을 가져다가 대책없이 배워 온 사람들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왜놈들이 세계 최고로 알고 있다. 말끝마다 추켜 세우기를 그치지 않고, 조선놈들은 편가름이 하고 있어서 아직 멀었단다. 정권 교체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왜놈들이, 정말로 그렇게 위대해 보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매표소와 장터를 지나면 차도와 보행로가 완전히 분리되어 선운사를 향해 오른다. 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고즈넉한 산길을 오르며 마음을 경건하게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민족이그리 흔하지 않다. 50분 가까이 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길이,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며 나란히 오른다.

 

보행로는 적당한 수준의 등산로다. 바위와 흙과 자연이 살아 있다. 봄이 시작된 지금 제비꽃은 지천이고, 산자고가 피어 있고, 산자고가 끝날 즈음에는 현호색, 더 높이 오르자 노루귀까지 피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각각의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피어 있는 산하도 드물다. 더 오르자 보춘화까지 눈에 들어온다. 지나는 등산객들에게 노루귀를 보았냐고 물어보고, 보지 않았으면 보시라고 가르쳐 드렸더니 뛸 듯이 기뻐하며 감탄한다. 이게 우리의 산하이고, 이런 산하를 안다면 절대로 한국계 왜놈은 될 수가 없으리라.

 

선운사 - 도솔암 - 마애불 - 천마봉 - 낙조대 - 소리재 - 견치산 입구 - 연천마을까지 오후 2시에서부터 6시 반까지 걸었다. 철계단이 끔찍해 보이는 매벤바위는 무서워서 오르지 못했는데, 경사가 급하지 않아 그리 무섭지 않으니 다음에는 꼭 올라가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