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예비로 챙겨 간 바람막이로도 추위를 완전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추웠지만, 전망대에 앉아서 김밥을 먹으며 아파트 전경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기도 했다. 어떻게 투기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도시의 산은 이렇게 한심한 욕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장관도 펼쳐진다.
수리산 탐방안내소 주차장 - 수리사 - 슬기봉 - 임도오거리 - 탐방안내소로 돌아오는 3시간 길이다.
수리사 앞에서 괴불주머니와 현호색을, 탐방안내소 산책로에서 봄맞이를 실컷 보았다.
임도오거리에서 내려오는 길에 지나 온 소나무 숲에서 60년 만에 처음 보는 풍경을 맞이했다. 소나무 전체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 기다란 대나무 장대가 흔들리는 모습과 같다. 늘 눈높이에서만 나무를 바라보니,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커다란 나무도 가지만이 아니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수리산은 매우 가파르다. 탐방안내소가 높은 위치에 있는데도, 470미터의 슬기봉까지 한 시간 가까이 깎아지른 길을 계속해서 올라야 한다. 슬기봉과 모든 드러난 바위들이 나무와 비바람에 의해 한참 풍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위가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있다. 떨어진 바위 껍질들은 깨어지고, 물과 만나 흙이 된다.
슬기봉을 침식하는 대표 주자는 진달래다. 바위 속을 뚫고 뿌리를 내리며 여린 꽃잎을 피워내고 있는데, 그 뿌리는 가공할만한 힘으로 바위를 깨뜨리고 있다.
수리산으로 가기 전에 역곡역 앞의 김밥 집에서 4줄을 사서 차 안에서 먹으며 이동했다. 평균 이하의 맛이었지만 배를 채워야 한다. 산행하는 동안 두 번의 휴식을 취하며, 따뜻한 물과 함께 한 줄의 김밥을 더 먹었고, 남은 한 줄은 새벽 한 시에 들어온 천재가 먹었다.
수리산 주변에 제법 그럴싸한 식당들이 있다. 1인당 15,000원 내외. 7시. 길이 밀릴 것 같아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는데, 맨날 먹는 그런 음식들이다. 교통 상황을 보니 갈 만하다. 소사초등학교 앞의 콩나물 국밥집. 황태콩나물 해장국 6,500. 둘이 서 차가운 등짝을 달랬다.
새삼 내가 사는 땅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에 가슴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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