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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김영삼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_230207 el siete de febrero el martes_Семь февраль Вторник

아침에 물메기탕을 먹으러 가기로 계획을 세워 두고는 일어나자마자 부지런을 떨어 국과 밥을 준비했다. 물메기탕은 점심으로 미루고, 김영삼 생가로 달려간다.

 

서설이 멋드러지게 내린, 김영삼이 노태우-김종필과 3당 합당을 한 1990년 1월22일부터, 김영삼을 비겁하고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이라고 거의 매일같이 비난했었다. 전두환 보다도 더 나쁜 사람이라며. 외환위기가 터지고 쓸쓸히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됐다고 만세를 부르고 싶었을 정도였다. 틀린 생각이었다.

 

당시 김영삼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는 군부독재 세력들과 합당하면서, 강력한 정치인들을 등장시키고 키워냈다. 군바리 파쇼들과는 달리, 실력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마음을 갖춘 인재들을 등용했다. 그 결과, 5공 청문회를 열면서 강력한 의회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었다. 준동하고 있는 군사엘리트들을 뿌리뽑을 준비도 철저히 해서 92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자마자 하나회 중심의 정치 군인들을 모조리 정치 무대에서 퇴출시켰다. 온 국민이 열망하는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의 기틀을 확고히 마련한 것이다. 그밖에도 자유로운 해외 여행, 금융실명제, 지방자치제 등 김영삼과 여당의 힘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실현하지 못했을 민주주의 제도들을 시행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인 김영삼에 의해 거의 대부분 완성되었다. 87년 체제를 뒤엎은 배반한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호랑이굴로 용감하게 걸어 들어가서, 국민을 등쳐먹는 썩은 늑대들을 도륙한 제대로 된 정치가다. 정치를 하려면 이 정도의 포부와 능력, 결단력, 공동체에 헌신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정치인을 정치 모리배라고 한다.

 

김영삼의 이러한 정치행보가 없었으면, 장면 - 김영삼 - 김대중 - 노무현 - 박원순 - 촛불혁명 - 문재인 - 조국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계보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 내 인생 후반의 행복은 - 나라다운 대한민국은, 그가 뿌린 씨앗에 의해 가질 수 있는 열매들이었다. 고마워, YS.

 

대계리. 작은 어촌이지만 거제도의 우람한 돌산들이 북풍을 막아주고, 깨끗한 샘물과 시원한 바다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내 발로 걸어 김영삼 생가를 방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에게 정말 고맙다.

 

YS의 열 살 아래 고향 후배로부터 전어젓과 대구알젓을 사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남파랑길 18코스의 종료지점이다.

기쁜 마음으로 걸어가 보는데, 가도 가도 차길이다. 되돌아 왔다.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 제주도 만큼이나 풍부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제주 올레는 성공했는데, 거제도 남파랑길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올레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선구자들과 도민들의 열렬한 호응, 지자체의 정성이 있어야 한다. 거제도는 육지의 제주도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매미의 성을 보라 -

 

18코스를 걷다가 포기하면서 새삼 제주도 올레길의 위대한 여정을 생각한다.

 

매미의 성. 거제도의 관광객들은 모두 이곳에 있는 모양이다. 평일 점심시간인데 차와 사람들로 득시글거린다. 2003년부터 시작된 백순삼 선생의 즐거운 성쌓기 놀이가 빛을 본 모양이다.

 

 

 

 

 

성을 나와 절벽 위의 카페로 갔다.

멀리 거가대교를 배경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오랜 만에 카페에서 두 시간을 머물며 풍경을 즐겼다.

커피값과 빵값이 아깝지 않은 카페놀이였다.

 

물메기탕은 점심 때도 먹지 못하고, 다음 여행으로 미뤄야 했다.

4박 5일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무일농원으로 돌아왔다. 

 

 

 

 

 

나무어매

 

토끼돼지가 좋아할 공간이다 -

 

고래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