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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매화 향기를 처음으로 맡다_학동몽돌해변과 우제봉 둘레길_230206 el seis de febrero el lunes_шесть февраль Понедельник

이틀 동안 40km를 걸으니 다리도 피곤하고, 22-23코스는 산악구간이라 힘들다는 정보가 있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학동몽돌해변과 신선대, 우제봉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빨래를 해서 널어놓고, 아욱 된장국으로 아침을 해 먹은 다음에 12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와, 낮은 산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벌써 매화가 피었다. 돌아오는 길에 올해 처음으로 매화향을 맡았다.

 

몽돌해변은 대단한 규모다. 이틀 동안 산을 걸으며 보았지만 거제도는 온통 바위투성이다. 산 위의 돌들이 나무뿌리와 비바람의 풍화작용으로 굴러 떨어지면, 바다와 접하는 곳에서 몽돌(자갈)로 만들어진다. 저 거대한 암석 덩어리들이 쪼개지고 쪼개진 다음에, 바닷물에 이리저리 뒹굴려 지면서 서로를 비벼대며 살다 보니 동글동글 귀여운 몽돌이 되었다. 놀라운 일이고, 긴 세월이다. 아마도 몇 천만년은 걸리지 않았을까?

 

도장포 바람의 언덕. 한국과 중국이 도자기 교역을 하며 창고로 사용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당시의 운송 수단 중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가장 빨리 운반할 수 있는 것은 배였다. 비행기, 자동차와 기차의 도시 속에서 배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에, 당시의 교역 상황을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선 시대 세금을 운반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역시 배, 세곡선이었다. 모든 지식과 정보는 연결이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분리되어 있다. 인간의 삶도 모두 의미 있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토끼와 거북 - 토끼와 돼지의 삶에나 관심을 기울인다.

 

손님이 뚝 끊긴 도장포의 작은 카페에 들어가서 핫도그 두 개를 주문했다. 사장님은 기름에 튀긴 핫도그에 손수 토핑을 정성껏 해서 내오셨다. 거제도의 경기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거대한 콘도로만 빨려 들어가 있으니 이런 작은 가게를 생각이나 하겠는가. 감자핫도그와 치즈핫도그를 다 먹어갈 즈음에, 주인장이 자랑스레 예쁜 접시에 조선 고구마 한 덩이를 잘라 내놓으신다. 거제도의 할머니들이 수백 년 동안 간직해 온 씨란다. 맛이 담백하여 입안을 개운하게 청소해 준다.

 

오늘 아침 조민이 당당한 모습으로 겸손은 힘들다의 인터뷰에 나왔다. 멋지다. 온 가족이 능지처참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웃으며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필멸의 인간은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한다. 고통을 견뎌내면 잠깐씩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삶이다. 조민, 조국 그리고 정경심은 그런 아름다운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문간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일주일에 열 권씩 구치소로 배달해 달라는 조국의 부탁도 매우 즐거웠다. 야, 그런데, 어떻게 일주일에 열 권씩 책을 읽냐? 대충 읽는 것은 아니겠지? 훌륭해요.

 

기결수는 한 달에 열흘, 미결수는 일주일에 닷새를 면회할 수 있다고, 조국이 조민에게 강조했다 한다. 송치는 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즐거운 법률 상식을 알게 되었다.

 

기우제를 지내던 우제봉은 남해바다 저 아래로, 왜놈들을 무찌른 한산 앞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툭 올라서 있다. 왼쪽으로는 아름다운 해금강이, 우리는 결코 외로운 땅끝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속삭이며 길고 하얗게 누워있다. 친일파들이 득실거려도 우리는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잃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기억하며.

 

크레타 creta. 도버해협과 크레타 섬 주변을 휘감고 있는 하얀 절벽은 중생대 백악기 the cretaeceous period에 만들어진 하얀 절벽이다. 아마도 시아노박테리아의 잔해가 수천 만 년 켜켜이 쌓여 석회암으로 굳어져 있다가 대륙으로 솟아올라 우리들에게 다가온 것이리라. 절경으로. 해금강과 신선대, 남해 한려수도의 장관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막창 3인분과 돌멍게를 사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테라 한 모금, 그리고 소주 반 병. 충분하다.

 

거제도의 조선 흰고구마 - 붉은 고구마와 다른 담백한 맛이다
신선대 -
빛과 바람에 얼굴이 말이 아니어서 팩을 해 봤다. 괜찮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