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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_230125 el veinticinco de enero el miercoles_двадцать пять январь Сред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3부작의 두 번째 비극이다. 그리스 비극의 3부작 구조를 알지 못해서 거꾸로 읽게 되었지만, 속이 후련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 아킬레우스는 영웅이면서도 일찍 죽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늘 괴로워했다. 반대로 소포클레스는 빨리 죽는 것이 삶의 고통을 끝내는 것이라고 권장하고 있다. 정답은 없다. 오늘을 나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즐겁고 행복하며 의미있게 마무리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슬퍼할 겨를이 없고, 돈 모을 겨를이 없다. 

“(코로스)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왔던 곳으로 가는 것이 그 다음으로 가장 좋은 일이라오.
  경박하고 어리석은 청춘이 지나고 나면
  누가 고생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누가 노고(勞苦)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이오?” (1224~1232)

 

인간이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침묵이 금이지만, 소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일단 말로 소통을 시도해보고 안 되면, 그 때 말과 생각에 맞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설득해 본다. 

“무슨 용건으로 오셨는지 직접 말씀드리세요.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기쁨을 주거나,
화나게 하거나, 아니면 동정심이 생겨 
말수가 적은 사람도 말하게 만드는 수가 있으니까요.” (1280~1283)

 

부모자식이 원수가 된다. 끔찍한 일이다.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꼭 주제여야 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아버지가 배신한 자식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저주를 퍼부을 수가 있을까? 그것도 반드시 실현되라고 신의 이름을 빌려서까지? 인간도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다. 

 

"이번에도 나는 저주의 말들을 내 동맹자로 불러들이겠다.
  너희가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을 가치 있는 일로 여기도록,
  그리고 눈이 멀었다고 아버지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너희 같은 불효자들을 낳아준 아버지를 말이다.

 

(중략 / 꺼져라) 이 악당 중에 악당아,

내가 지금 너에게 퍼붓는 이 저주의 말들을 갖고서 말이다.

너는 결코 네 조상의 나라를 창으로 이기지도 못하고, 

언덕으로 둘러싸인 아르고스로 돌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오히려 너는 친족의 손에 죽고, 

너를 내쫓은 자를 죽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나는 저주한다." (1376~1389)

 

이 비극은 되돌릴 수 있었다.

 

1) 오이디푸스가 저주를 거두었다면 : 자식들로부터 당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2) 폴리네이케스가 안티고네의 청을 들었다면 : 동생에게 당한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

 

치떨리는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자신과 가족들의 공동 파멸보다 중요한 것인가? 아니다.

 

"(폴리네이케스) 전우들을 되돌려 세울 수도 없으니 묵묵히 이 운명을 맞을 수밖에.

  (중략) 내 너희에게 신들의 이름으로 부탁하노라.

  여기 계신 아버지의 저주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혹시 너희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

  나를 모욕하지 말고 나를 묻어주고 장례를 치러다오.

  (중략 / 안티고네) 군대를 되도록 빨리 아르고스로 되돌리고

  오라버니 자신과 우리 도시를 파괴하지 마세요.

  (중략 / 폴리네이케스) 추방당하는 것은 치욕이야.

  게다가 장남이면서 아우에게 이렇게 조롱당하는 것도.

  (중략 / 안티고네) 하지만 오라버니, 예견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오라버니를 보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폴리네이케스) 죽어야 한다면, 죽어야지." (1403~1441)

 

세상을 떠난 분들의 죽음과 무덤을 알지 못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마지막까지 맑은 정신으로 계시던 모습만을 보고, 그 최후의 순간에 함께 하지 않는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나의 죽음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의, 그저 가엽다는 눈길을 받으며 죽고 싶다. 아무도 모르게 화장되어 어느 맑은 산 위에 뿌려져 싱싱한 초목의 자양분이 되고 싶다. 한 장의 쪽지와 유언만을 남기고. 더 좋은 곳으로 가는 중이야, 안녕 -

 

"(테세우스) 소녀들이여, 그분이 내게 금지했소.
  어떤 사람도 그 장소에 접근하거나,

  그분이 누워 있는 신성한 무덤을

  목소리로 부르지 못하게 하라고 말이오." (1760~1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