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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배터리가 나간 농약살포기_210902 el dos de septiembre el jueves_два сентябрь четверг

박문호의 유튜브 강의를 재미있게 듣다가 늦잠을 잤다. 안되겠다. 다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다구 덕분에 일찍 일어나는 훈련을 해서 5시, 6시에 일찍 잠이 잘 깼는데, 금방 습관이 허물어져 버린다. 일찍 일어나서 나를 위한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나를 위한 일로 하루를 마감하자.

 

고추 두 바구니 반을 땄다. 지금 달려 있는 고추들이 동시에 같이 익으면 다섯 바구니를 딸 수 있고, 한 번에 건조를 할 수 있을텐데. 아직도 익지 않고 있는 고추가 많아서 약을 한 번 더 뿌려야겠다.

 

배추밭에 약을 치려고 농약을 타서 준비했는데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 분명히 충전을 해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놓고 어제 마치지 못한 보일러실 정리를 했다. 외벽 칠을 위해 사둔 롤러와 붓을 정리하고, 밭에서 쓴 스프링클러도 같이 정리해서 하우스 창고에 가져다 두었다. 부속이 없어서 수리를 못한 비료 살포기를 포장해서 하우스 창고에 옮겨두고, 서울이나 부천에서 기어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 그랜다이저에 부품을 실어 두었다.

 

한 시간 가까이 충전을 했으니 배추밭 정도는 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두 줄을 남기고 배터리가 방전된다. 조루를 가져다가 약을 옮겨 담아서 배추밭과 열무밭까지 뿌린 다음에 일을 마무리했다. 밭둑에 쓰고 남겨둔 요소비료를 보니 딱딱하게 굳어있다. 공기 중의 수분과 결합해서 굳어 버린다. 그렇다고 비료를 전부 뿌려버릴 수도 없고, 난감한 일이다. 여기저기에 쓰다 남은 비료 덩어리들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것을 보면 왠지 답답하다. 매일매일을 주변 정리를 하면서 살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점심을 먹고 쉬다가 4시가 넘어서 다시 농약통을 맸다. 이번에는 대추나무와 고추밭에 약을 치기 위해서. 대추나무에 90% 정도 약을 쳤을 때 살포기가 멈췄다. 관이 막혀서 물이 흐르지 못해 작동이 안될 수 도 있을 것같아서 기계를 흔들고 세척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기계에서 약을 탄 물을 쏟아내어 두 개의 조루에 나눠 담았다. 두 번을 왕복해서 고추밭에 약치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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