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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호스를 정리하니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다_210825 el veinticinco de agosto el miércoles_двадцать пять август среда

늘척지근하게 준비해서 8시가 다 되어 고추밭에 갔다. 4번째 고추 따기. 한 시간 만에 어머니는 두 시간 만에 세 바구니의 고추를 땄다.

 

올해는 고추밭에 농약을 두 번 뿌렸다. 그런데도 탄저병과 벌레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날씨가 가물어서 병이 잘 퍼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나비나 나방들도 예년처럼 번성하지 않아서 벌레들도 적은 것이 그 이유다. 고추를 따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다른 해 같으면 물컹해진 고추들을 보면서, 까만 반점이 번진 고추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책으로 만들어야겠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책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누가 내 글을 책으로 내주지도 않을 것이니,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종이 책이 아니라 전자책이다.

 

고추를 실어다 두고 호스를 걷으러 왔다. 이제 더 이상 물이 부족한 상황은 없다. 호스는 일단 총 3개의 토막으로 나뉜 것을 먼저 걷었다. 호스를 개는 방법을 작년에서 처음으로 군산 삼촌에게 배웠다. 무려 15년을 호스를 개고 폈지만 이제야 알았다. 호스가 꼬이지도 않으면서 호스 안에 든 물을 빼내는 방법을 거의 완벽하게 익혔다. 호스를 씻어서 창고에 잘 묶어서 정돈해 두었다.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길을 가로지르는 수도관을 만들기 위해 설치했던 파이프도 철수했다. 흙이 남았다. 수레로 세 수레는 될텐데. 일단 한 수레를 퍼서 밭의 얕은 부분에 채웠다. 두 수레가 남았지만 열 삽 정도를 퍼 나르다가 철수했다.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파이프를 닦아서 태양전지판 아래에 놓았다. 태양전지판 아래가 창고처럼 이런저런 물건이 쌓인다. 보기도 싫고 위험하기도 하다. 창고를 정리해야 한다. 아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도 선뜻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 두려운 것이리라.

 

늦여름의 높은 산에는 아직도 꽃대가 올라오는 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