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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달팽이를 잡으며 수경재배를 생각하다_210927~30 el treinta de septiembre el jueves_тридцать сентябрь четверг

매일 매일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는 시간과 빈둥대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농사일기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 농사일기에 정보를 담아내지 못하고, 비슷한 느낌들을 계속 기록해 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지 못하는 일이라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도 월요일과 화요일에 걸쳐서 무우 배추밭에 약을 뿌렸다. 벼 무름병과 나방 약은 물에 섞어서 배추에 뿌리고, 달팽이 약은 동그랗고 파란 알갱이로 되어 있는데, 배추 주변에 뿌린다. 귀여운 달팽이들을 죽여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데, 배추를 수확해서 김장 김치를 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실내 수경 재배로 농사를 전환하는 것이 맞을까. 물이 아니라 온갖 화공약품이 섞인 배양액으로 기르는 배추, 무, 쌀, 딸기, 토마토, 참깨, 들깨가 과연 맛있을까. 땅에 심어도 식물이 섭취하는 것은 화공약품이다.

 

수요일에는 비가 쏟아져서 하루 종일 읍사무소, 병원, 스크린골프장을 돌아다녀야 했다. 즐거운 하루였다. 역시 노니까 좋다.

 

오늘(30일)은 벌써 9월의 마지막 날이다. 논에 나가서 물꼬를 트는 작업을 했다. 물이 많이 고인듯하여 벼포기를 뽑아서 물꼬를 냈더니 그럴 필요 없단다. 물이 잘 빠지는 논은 어차피 물이 잘 빠진단다. 벼 포기를 지금 뽑아놓으면 콤바인 작업하면서 기계로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한다. 잘 되었다. 안그래도 힘들어서 하기 싫었는데.

 

다섯 군데의 외부로 향하는 물꼬를 깊이 열어놓고, 물이 너무 많이 고여있는 곳의 물을 유도하는 작업만 했다. 6시 반에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날카로운 볏짚에 눈이 찔려서 안약을 넣었다. 내년부터는 벼농사를 짓지 않으니 벼 줄기에 눈이 찔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마지막으로 논둑을 베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