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마음 편히 참깨를 털다_210831 el treinta y uno de agosto el martes_тридцать один август вторник

여섯 시간 동안 깨를 털고 주변 정리를 했다. 비가 오려고 날이 흐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했다. 힘든 일도 아닌데 힘이 들어서 지난 성묘 여행 동안에 산을 너무 많이 타서 그런가 보다 했더니 너무 오랜 시간을 일했기 때문이다.

 

하우스에 널어놓은 깨는 비가 오거나 안 오거나 마음 편안하게 마르고 있었다. 지난 주말 동안에 어머니께서 홀로 꽤 많은 참깨를 정리해 놓으셨다. 도리깨를 돌려 참깨를 터는데, 얼마나 많이 털리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세 개의 참깨단을 힘 있게 열 번을 털고 뒤집어서 다시 한번 열 번을 두들겨 내어 놓았다.

 

하우스에 흙을 채워서 물이 고이지 않도록 했는데도 비가 많이 오니 물이 살짝 차오른다. 하우스 동쪽 문 앞의 배수로를 좀 더 파 내야겠다. 집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배수로 작업을 하고 싶은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배수로를 가져다 심으면 십 년 내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나올 것이다. 돌로 작업을 할까. 시멘트로 할까. 방법은 많은데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다.

 

털어낸 참깨대를 거두어 밭둑으로 옮기는 데도 열 다섯 수레를 옮겨야 했다. 트럭에 싣고 한 번에 할까 하다가 운동삼아 걷기로 했다. 거의 만 보를 걸었다. 그냥 트럭으로 두 번에 날라야 했나 보다. 

 

밭에 깔아 두었던 호스 세 개도 거두었다.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밭을 가뭄에서 지켜 주었다. 하우스에 깔아 두었던 2장의 천막을 먼저 걷어서 개어 두었다. 트럭에 실려있던 찢어진 매트도 쓰레기로 버리도록 정리했다. 아직도 온통 정리할 것 투성이다. 900평의 공간을 자연스레 방치해 두면 보기에 괴롭다. 매일매일 정리를 해 주자니 끝이 없다. 게다가 창고가 없어서 제자리에 두고 싶은 물건들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자리를 잡지 못하니 계속 정리해 주어야 한다. 집이 30평이면 창고는 100평이어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이 실감이 난다. 창고가 필요하다. 

 

미황사의 실란. 10년 전에는 실란이 유행하여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도 열심히 키웠었다. 매년 똑같은 꽃을 보니 점점 신비한 아름다움이 사라진다. 우리집에서도 실란이 사라졌다. 미황사에서 몇 년만에 다시 보니 매우 반가웠고, 예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