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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험한 것들에게도 친구처럼 기대라_210824

두 번의 긴 휴식을 가지면서 마당과 정원의 풀을 절반 정도 깎았다. 어깨가 좀 아플까 싶으면 예초기를 내려 놓고 사진도 찍고 글도 썼다.

 

8월 말이니 앞으로 한 번 더 풀을 베면 될까. 굳이 이런 질문을 하고 답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풀을 깎을 때마다 매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제 다구와 풀깎는 이야기를 했다. 하우스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뽑기 위해서 땅을 30cm나 파서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내었다. 힘들었지만 칡을 캐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부럽다고 했다. 지난 15년 동안 풀을 깎았지만 어떤 격려나 보상을 받지 못했던 나로서는 시간당 8천 원이라는 없느니만도 못한 최저임금이나마 부러웠다. 보상은 고사하고, 부모님의 걱정을 태산처럼 무거운 예초기 위에 얹고 풀을 베어야 했다.

 

풀을 베다가 황매화 가지를 타고 오르는 나팔꽃을 보았다. 무서운 환삼덩굴이 세를 떨치려 하고 있었다. 여린 나팔꽃 줄기는 환삼덩굴과 황매화의 거친 가시 속에서 보랏빛 나팔꽃을 피워 올렸다.  그래, 험한 것들과 더불어 살기 얻기 위해서는 부대끼고 엉겨 붙어야 한다.

 

미워하지 않으니 싸울 필요가 없고,

부대끼고 의지하면,

험한 것들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어디 나팔꽃 뿐이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