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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배추 모를 심다_210818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는 장면을 봤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직접 참석해서 경건하게 이루어졌다. 대전 현충원에 가서 장군의 묘소에 참배하고, 홍범도 장군 기념관에도 들러야겠다.

 

6시에 일어나서 느긋하게 차와 복숭아를 먹고 밭으로 갔다. 세 판. 70개씩 210포기인 줄 알았더니 125개씩 375포기란다, 허걱. 바람은 시원하고 날이 흐려서 작업하기에 좋았다. 참깨 그루터기 사이에 구멍을 파서 물을 주고 참깨를 심었다. 오후에 소나기가 내린다고 했으니 잘 자라줄 것이다.

 

배추 모종을 심다보니 참깨 그루터기가 걸린다. 배추가 자라는데 방해가 될 것으로 보였다. 손으로 잡아 뽑으려 했더니 너무 힘들다. 낫을 가져다가 그루터기를 바짝 잘라내었다. 풀은 생장이 멈추거나 뿌리가 잘리면 햇살과 바람에 녹아버린다. 참깨나 고추는 생장이 멈추거나 뿌리가 잘리면 나무가 되어 단단해진다. 서툰 낫질에 쉽게 잘리지 않았지만 세 이랑의 참깨 그루터기를 정리하고 다시 배추를 심어 나갔다.

 

논에 물을 더 대야 한단다. 이번 주와 다음 주까지 계속해서 소나기가 내린다고 하니 그것을 믿고 일단 펌프를 돌리지 않기로 했다. 다음 주 중에 다시 결정을 해야겠다.

 

열 시가 넘어서면서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대지가 아직 덜 덥혀져서 일을 할만했지만 금방 온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두 번째 배추 모종판이 심어지고 이제 마지막 모종판의 절반이 남았다. 더 이상은 무리다. 철수. 계획은 배추 모종을 심고, 무씨도 뿌리려고 했는데.

 

낫을 갈아서 정리하고, 더러워진 물뿌리개도 씻어서 창고에 넣어 두었다. 조카가 월급을 탔다고 용돈을 두고 갔다. 만세, 이제 나도 용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좋은 일에 쓸까 하다가, 나를 위해서 쓰라고 준 돈이니 나를 위해 쓰기로 했다. 대나무로 된 산조대금을 하나 갖고 싶었는데, 돈이 조금 부족했다. 대략 70만 원 정도이니 이 돈을 합치면 살 수 있겠다. 참 행복한 인생이다. 일과 놀이, 사랑과 여유, 책과 동영상, 자유와 책임 등등 모든 것들이 부족한 듯 충만하다.

 

비오는 날의 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