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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벼 이삭이 올라온다_210810 el diez de agosto el martes_десять август вторник

어제 el ayer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 비몽사몽 했기 때문에 오늘 새벽에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잘 일어나고 일 잘했다. 찰벼 논 동쪽 사면이 생각보다 길었다. 90분 내로 풀을 베고 다시 90분 정도면 논둑 낫질까지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간신히 예초기로 풀을 베는 것까지만 성공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llueve mucho. 정말 오랜만에 비를 맞으며 일했다. 좋았다. 여름에는 en verano 비를 맞으며 일을 해야 여름의 맛이 난다.

 

논둑에 개어 놓은 부직포를 펼치고 싶다. 가을에 마지막으로 - 논이 팔렸으니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풀을 베어야 할텐데, 일을 줄이려면 부직포가 덮여 있으면 좋다. 시간이 없어서 그리하지 못했다. 그래 그냥 두자. 다구와 내가 열심히 해 놓은 일을 다시 뒤집을 필요가 뭐가 있나.

 

어제 이재용의 가석방이 결정되었다. 대체로 모든 사람들이 제 역할을 다했다. 청와대는 법무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일에 개입하려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가석방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제동을 걸지 않고 존중함으로써 권력 남용을 자제했다. 이재용과 변호인단도 가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원하는 결론을 얻었으니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제 역할을 못한 집단도 있다. 가석방심의위원회는 정의를 실현하지 못했다. 법 집행의 유연성이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돈의 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용의 변호인단은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법 위의 삼성을 다시 연출함으로써  공정의 시대를 열지 못했다.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범죄가 너무 많아서 법 위의 삼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이재용 역시 제 역할을 못했다. 자신을 돌아보고 더 건전한 인간으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인간들은 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한다. 벼들도 이삭을 쑥 내민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몸집을 키우는 녀석들이 있다. 먼저 이삭을 낸 녀석들이 기특한데, 키다리 모일 수도 있다. 키다리모는 쌀을 남기지 못하고 크다가 죽는다. 불균등 발전은 어찌할 수 없는 자연계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