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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죽은 자리에서 꽃 핀다, 그러나 들깨 죽은 자리는 다시 심어야 한다_210722 el veintidos de julio el jueves_двадцать два июль Четверг

새벽 한 시에 자서 duermo 다섯 시에 일어나려니 너무 힘들다 muy difisil. 저녁 9시 이후에는 차분하게 공부하고 estudio, 열 시부터는 책을 보면서 leo el libro 잠 잘 준비를 해야 신경주야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어젯밤과 오늘 새벽은 실패다.

 

그래도 계획한 일은 해냈다. 남은 들깨 모종을 참깨 사이에 물을 줘 가며 심었다. 두 시간을 하고 났더니 더 이상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을 미룰 수가 없다. 호스와 부속을 찾느라 10분 이상을 헤매었지만 눈에 보이는 곳에 잘 챙겨둔 덕분에 무사히 호스 연결 작업을 마무리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도로를 가로지르는 관을 흙으로 덮는 작업. 땡볕에 삽질을 하느라 온 몸에 열이 올라서 숨 쉬기가 힘들다. 이랑 그늘에 누워서 1분 정도 쉬다가 descanso 움직였다. 다구는 애써 심은 들깨가 죽을까봐 계속 물을 떠다가 뿌린다. 그리고 너무 많이 심은 들깨모를 솎아내 버리는 작업을 했다.

 

어렸을 적에 딱지놀이를 하면 "죽은 자리에서 꽃 핀다"며 같은 손을 선택하고는 했다. 어차피 확률이 50%니 어느 손을 택하더라도 마찬가지인데 앞판에서 진 손이, 뒷판에서는 이길 확률이 높다는 묘하게 믿음이 가는 말이었다. 어제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특검에 의해 기소되어 다음과 네이버의 업무방해 혐의로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봉하마을에서의 노무현의 죽음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했고, 우리 국민들 모두가 그 꽃을 즐겼다. 그러나, 봉하마을에는 여전히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증거 따위는 소용없고 그들이 보고 듣기에 그럴싸하면 유죄라는 판검사들의 행태는 고쳐지지 않는다. 배심재판으로 가야 한다. 사법 판단의 본래 주인이었던 위대한 시민들이 사법부에 위임한 권력도 다시 되찾아 와야 한다. 시민들이 명하는 법조문이나 만들고 뒤지고 적용해라. 우리가 스스로 심판한다. 

 

지나가던 반장에게 왜 자꾸 들깨가 죽느냐고 물었다. 깊이 심어야 한단다. 모종에 물을 많이 주고 깊이 심어서 뿌리가 튼튼히 내려야 뜨거운 태양을 이기고 잘 산단다. 생각해 보니 옆으로 길게 눕혀서 심나 깊게 싶나 똑같은 방식이다. 깊이 심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시원찮은 스프링클러 두 대로 아무리 물을 준다고 해도 근본이 틀렸으니 수확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9시가 넘고, 열 시가 가까워진다.  친구는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나는 열이 올라서 진이 빠졌다. 다행히 스프링클러가 돌아간다. 다구는 아직도 들깨모를 살리고 있다. 먼저 집으로 돌아와 샤워실에서 작업 도구를 깨끗이 씻고 정리를 했다. 찬물이 몸에 닿으니 열이 내리면서 기운이 돈다. 친구도 돌아왔다. 같이 씻고 아침을 먹었다. 주야독에는 실패했지만 신경에는 성공했다. 다구와 나는 절반 만이라도 살아주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죽은 자리에서는 꽃이 필 수 있다. 그러나 죽은 참깨, 들깨는 반드시 다시 심어야 한다. 

 

함백산 정상으로 가는 길, 뜨거운 날에 차돌이가 멋진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다구와 일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