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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쉬운 곳부터 작업하고, 절반만이라도 살아다오_210721 el veintiún de julio el miércoles_двадцать один июль среда

신경주야독 성공. 그저께 밤은 11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려니 힘들었는데, 어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책을 보다가 11시에 잠을 잤더니 개운하게 5시 10분에 눈을 떴다. 성공이다.

 

일 하기 전의 몸 상태가 좋았다. 먼저 예초기를 다시 시험해 봤지만 여전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어서 비료살포기를 분해해서 차에 실었다. 이 작업을 끝냈더니 7시다. 아침을 먹으며 가볍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6시까지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일하는 시간이 늦춰졌다.

 

참깨밭으로 갔다. 암담하기는 했지만 물을 줘 가며 하나씩 심어 나갔다. 해가 뜨거워진다. 열심히 심어도 이 뜨거운 햇살에 들깨가 과연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호스로 물을 대고 물을 줘야 할까? 앞으로 열흘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예보다. 그렇다면 물을 주기 위해서 스프링클러를 돌려야 하지 않을까. 의논을 해 봐야겠다.

 

다구는 참깨의 방해 때문에 도저히 작업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다. 다만, 이렇게라도 심어 놓으면 수확의 기쁨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꾸준히 물 주고 들깨 심고 다시 물 주고를 반복한다.

 

벚나무 그늘 아래서 쉬다가 밭의 동쪽 사면으로 뻗어 나오는 칡덩쿨과 환삼덩굴을 정리했다. 밭둑도 예초기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순간 가장 급한 것은 논밭의 예초기 작업이다. 낫과 예초기로 같이 작업을 하면 훨씬 빠르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사일을 통해서 얻는 성취감은 여러 가지다. 깨끗한 자연 환경을 만드는 것, 많은 수확을 올리는 것, 땀을 흘리는 것, 일을 마치는 것, 함께 일하는 것 등등. 그러나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농사일도 일한 성과가 보여야 한다. 오늘 우리는 들깨를 심었지만 참깨를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심은 들깨는 살 것인지, 수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등등 온통 의문투성이가 되었다. 그리하여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9시가 넘어서자마자 바로 철수를 결정한 중대한 사유다.

 

어차피 내일이면 끝난다. 왜냐하면, 더 이상 들깨 모종이 없기 때문이다.

 

천재가 거니는 제주도의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