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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더 일찍 움직여야 하나 보다_210723 el veintitrés de julio el viernes_двадцать три июль Пятница

9시가 안 되었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깨와 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간 논둑의 아랫부분을 베어나가는 예초기 날이 왜 이렇게 무딘지 모르겠다. 날이 뜨거워 더욱 그렇다. 아무래도 더 일찍 움직여야 하나 보다. 다구도 4시 반에 일어나서 5시부터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그리해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마당의 풀을 먼저 깎고 싶었는데, 이삭 거름을 뿌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논으로 간다. 다구에게 비료 뿌리는 방법에 대해 전수를 해 주고 예초기를 메고 흑미 논의 논둑을 베었다. 풀이 거칠고 길어서 쉽게 전진하지 못한다. 이러다가는 저쪽에 그늘을 놔두고 땡볕에서 고생하게 생겼다. 그늘까지 이동은 설렁설렁하고 그늘은 힘들게 하자. 그나마 진도가 나간다. 일거리를 뒤에 놔두고 전진 또 전진.

 

그늘 쪽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일은 힘들었다. 절대 기온이 높은 모양이다. 그래도 안정되게 풀을 깎아 나갔다. 65,000원이나 주고 캬브레터를 고쳐왔는데, 그 수리센터를 가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삼성 쪽으로 알아봐야겠다. 마음은 그렇지 않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불손하다. 너무 오래 그 일을 하다 보니 지겹기도 할 것이고, 계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일이 지겨우면 일을 떠나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멋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실력은 있어서 기계는 잘 돌아간다.

 

메벼 논 북쪽 사변을 조금 남겨두고 그늘에서 쉬었다. 저 멀리 마음이에 실린 물이 있지만 거기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10분을 쉬고 났더니 발걸음이 떨어진다. 몸을 식히고 물도 마실 겸 마음이에게 가서 휘발유통을 들고 돌아왔다. 주유구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장갑을 털고 나서 기름을 부었다. 풀과 같은 불순물이 너무 많이 들어갔단다. 안다. 거름망이 없는 주유구를 나는 이 기계에서 처음 보았다. 나 같으면 비슷하게 맞는 것이라도 찾아서 주었겠지만 그는 없다는 통보로 끝이다. 다른 곳에 가서 거름망을 사서 넣어야겠다.

 

북쪽 사면을 정리하고 나서 다시 중간 논둑으로 왔다.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아래로 가자. 역시 일이 힘들었다. 발이 푹푹 빠지니 걸음을 옮기기도 중심을 잡기도 힘들다. 천천히 지금 ahora 이 부분을 esta parta 잘 하자. 전봇대를 넘어서면서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은 보였는데, 아쉽게도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늘 아래로 기어가서 친구가 가져다주는 물을 마시며 어렵게 안정을 되찾았다. 다시 예초기를 들고 작업을 하려 했으나. 그만 쉬자.

 

아침을 먹고 다구의 책상을 옮기고 난 뒤에 로봇청소기를 돌려놓고 부천으로 올라왔다.

 

친구 양아치가 보내온 사진. 함백산에서 내려다 본 춘천시내. 깔끔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