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들깨 모종을 심고 저문 강에 삽을 씻는다_210720 el veinte de julio el martes_двадцать июль вторник

선배들이 정성 들여 심은 들깨들이 죽어간다. 강력한 햇살이 el sol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잘 자란 들깨 모종을 너무 길게 심었다. 뿌리에서부터 길게 눕혀 심어야 뿌리를 튼튼하게 내려서 강한 햇살과 적은 수분에 적응할 수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지난 이틀간 다시 심은 모종도 지금은 상태가 좋지만 조만간 햇볕에 타 버릴 위험이 크다. 참깨 모종 사이에 심어 놓은 들깨들은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들깨 모종은 그늘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야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5시 반부터 들깨 모종을 다시 심고 있으려니 마음이 불편하다. 어머니께서 심은 모종들도 약해 보여서 더욱 그렇다. 친구 다구와 함께 열심히 다시 모종을 심은 다음에 어머니께서 심은 모종을 다시 손질하는 작업을 했다. 열 시가 넘었다.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논에서 일할 때는 trabajo 온몸이 진흙으로 덮여서 휴식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밭에서는 몸이 깨끗하니 허리만 슬슬 돌리다가 다시 작업을 하게 된다. 적당하게 작업을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

 

뉴스공장을 듣는 것도 방해가 된다. 혼자서 일할 때는 친구가 되어 주는데, 친구가 함께 일하고 있으니 오히려 방해가 된다. 내일부터는 음악 방송으로 전환해야겠다.

 

피곤했지만 작업도구들을 전부 씻어서 놓고 나니 훨씬 기분이 좋다. 저문 강에 삽을 씻는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 한참이나 쉬어야 했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문학사상  (1978) >  

 

금계국인지 코스모스인지 : 천재가 제주도를 걸으며 보내 준 사진이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