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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논 김매기 8일차_210708 el ocho de Julio el viernes_восемь июль Пятница

핀홀 안경을 8천원에 구입해서 오늘(9일) 하루 쓰고 있는데, 시야가 방해가 되어서 불편하다. 물론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 할 필요는 없다. 책과 컴퓨터를 동시에 해야 할 때 유용할 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 한다. 동공이 확장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유의해서 사용해 봐야겠다. 아직까지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6시가 넘어서 논으로 갔다. 집 뒤 배수로를 정리할까 하다가 어머니께서 하시겠다 해서 논으로 갔다. 찰벼 논이 궁금해서다. 입구에는 물이 빠져서 진흙탕이다. 아직도 물이 새고 있다는 증거다. 친구 다구가 발로 짓이겨 놓은 구간이 효과가 있어서 풀이 많지만 좌절할 정도는 아니다. 발을 옮기기가 힘들어서 입구 구간을 어렵게 작업했다. 논둑 펌프 있는 곳까지 오고 나니 너무 힘이 들었다. 나중에 물을 채워서 다시 한 번 작업하기로 하고, 다시 메벼 논으로 들어갔다.

 

어제와 같이 모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는 것을 뽑아서 빈 공간으로 던져 메꾸기 작업을 했다. 메벼 논은 확실히 희망고문이 심하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일할 곳이 끝도 없다. 오늘이 이번 주의 마지막 일이니 묵묵하게 최선을 다한다. 모가 많이 자라서 줄기가 날카로워졌다. 어제 저녁 작업을 하고 났더니 눈에 상처가 많이 생겨 있었다. 선스타를 넣고 오늘 오후까지 쉬었더니 상태는 호전되었다. 오늘은 눈이 찔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작업을 했다. 벼 포기가 지금보다 훨씬 커야 하는데, 비료가 부족한지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지난 주에 나를 괴롭혔던 벌같은 쇠파리는 얇은 옷을 두 개 겹쳐입는 것으로 해결했다. 위협을 하며 다가오지만 찌르지는 못하고 돌아간다. 덕분에 얼굴과 몸에 쏘이는 상처를 입지 않고 이번 주 작업을 무사히 끝냈다.

 

논이 잡아끄는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붙잡혀서 빠져 나올 수 없다.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간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도 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늦은 저녁을 먹고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조여정이 읽어주는 오이디푸스 왕을 들으며 부천으로 갔다. 

 

차돌이가 더 늙기 전에 100대 명산을 모두 돌아보려 한단다. 그래,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