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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일도 생각도 쉴 틈이 없다_선배 농활단_210705~06 el cinco de julio el lunes_пять июль понедельник

양재역에서 선배 두 분을 그랜다이저에 태우고 농원에 도착했다. 차돌박이와 목살, 삼겹살을 사고, 어머니 드실 롤케이크, 막걸리 두 통에 소주 한 병까지. 부천에서 사 온 뼈다귀 감자탕까지 있으니 대단한 준비다. 전주에서 올라온 목사 선배까지 해서 거의 3년 만에 선후배 4명이 만났다. 대우건설에서 함께 근무한 선배들이다. 내가 신입사원 때부터 늘 술자리를 마련해 격려해 주시던 분들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아버지와 격정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셨다.

 

다들 나이들이 있으시니, 먹는 것도 술도 일도 힘드실 것이라 예상하고, 한 이틀 쉬면서 예전에 내가 그분들께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드리는 시간으로 만들자고 이 만남을 생각했다. 웬걸. 술도 나보다 잘 드시고, 밥도 더 빨리 드시고, 말도 더 많이 하고, 더 일찍 일어나서 일도 더 꾸준히 하신다. 60대 중후반도 살 만한 나이인 모양이다.

 

예전부터 말이 많았던 목사 선배가 주로 이야기를 주도하신다. 말 많은 것으로 따지면 빠지지 않는 내가 끼어들 틈이 없을만큼 방대하고 깊은 내용을 전한다.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가야 할까.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와 통일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대선은 어떻게 될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공동체는 결국 정치에 의해 결정되니, 기존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넣어 줄 "공동체열망(공동체의 개혁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이디어 토론 네트워크. 목사 선배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렇게 이해한다)"이 필요하다.

 

설거지와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제일 늦게 샤워를 하고 나니 새벽 한 시다. 아침 7시 반까지 잤다.

 

빵집 선배는 6시부터 일어나서 호미를 들고 일하러 나섰다가 돌아오셨다. 어렸을 적에 양수리에서 산천을 떠돌며 놀았기에 자연을 좋아하고 산과 들에 익숙한 분으로 아들과 함께 빵집을 운영하고 계신다. 기성세대는 전문직을 포함해서 65세 이후에는 은퇴를 해야 한다. 정치인이든 의사든 변호사든 회사원이든. 젊은이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워야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갈치조림에 찰밥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커피를 마시며 tomar cafe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9시가 다 되어서 밭으로 갔다. 들깨를 심는다. 한 줄씩만 심어도 성공이다. 성공을 넘어섰다.

 

어머니까지 나서서 여덟줄을 심었다. 해가 el sol 살짝살짝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바람이  분다. 땀이 줄줄 흐를 정도는 아니다. 그냥 살짝 더운 정도다. 모두들 말이 없다. 들깨 모종을 뽑아내어 구덩이에 넣고 흙을 덮는 일에 집중한다. 열 시 반에 일이 모두 끝났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빵과 커피로 pan y café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다음 목사 선배는 전주로 내려 가고, 서울 선배들을 모시고 일죽 터미널로 갔다. 버스 시간이 90분이나 남았다. 중국집으로 가서 고량주와 해물쟁반짜장을 주문해서 먹고 마시며 또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병 시키라고 하시더니 34도 술이 싱거우시단다. 이야기도 술도 끝이 없다. 삶이 끝이 없듯이.

 

베트남 선배는 해물짜장이 좋은 안주라고 시원하게 잔을 꺾는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베트남어를 배워 한국 기업이나 베트남 기업에서 활약하게 한다는 프로그램의 면접위원이시다. 김우중 씨가 시작했고, 지난 10년 동안 천 명의 젊은이들을 배출했으며, 현재까지 60% 이상이 현지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동체의 개혁을 위해서는 모든 정치인들의 선의를 하나로 묶어내야 하고, 서로를 적으로 구분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마음과 귀를 열고 서로를 수용하면 대한민국이 조금씩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말고, 생각과 아이디어를 합치자는 것이 형의 생각이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음성에 다녀와야 한다. 형들과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음성에 다녀오서 못 다 잔 잠을 자고 6시에 일어나서 참깨 밭으로 가서 참깨 사이에 들깨 모종을 심었다. 일도 생각도 쉴 틈이 없다. 밤사이 비가 내려 llueve mucho 들깨가 뿌리를 잘 내려줄 것이다. 목사 선배가 내가 요청했는데도 기도를 거부하면서, "좋은 기운이 이미 우리 집에 mi casa 들어왔을 것"이라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다섯 명이 모여서 들깨를 심었다. 생각이 쉬는 틈을 타서 일이 활개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