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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희망도 좌절만큼 막막하다_논 김매기 7일차_210707 el siete de julio el miércoles_Семь июль среда

선배들과 헤어진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어제 밤에는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리하게 12시 넘도록 잠을 안 잤더니 7시 반에야 간신히 눈을 떴다. 밤새 내리는 빗소리가 깊은 잠을 방해하기도 했다. 컨디션은 엉망이다. 늦게라도 일을 하러 나가려고 했더니 해가 쨍하게 떠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공부 좀 하다가 어머니를 모시고 읍에 가서 한 경기 치고 왔다.

 

사 두었던 주식 씨젠이 코로나의 4차 대유행으로 급등했다. 얼른 팔아야겠다. 천재가 집에 없어서 실패했다. 할 수 없이 주식거래 앱을 스마트폰에 깔았다. 시세판에 중독될까봐 일부러 깔지 않았는데, 매도 시점을 놓칠 것이 염려되어 깔아놓고, 내일 매도 예약을 걸어 놓았다. 목표로 한 5% 수익을 넘어섰으니 기분좋게 팔 수 있으리라. 웃기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델타 변이로 4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는데, 한국이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하자마자 주가가 오른다. 뒷북이다. 이런 뒷북에 따라가는 것은 하수가 아닐까. 일단 목표 수익을 채우고, 빠지면 다시 사도록 해야겠다.

 

4시 10분에 비가 살살 내린다. 시원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논으로 갔다. 희망고문이 시작되었다. 조금만 열심히 김매기를 하면 깨끗한 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3년 만에 다시 들었다. 그러나 희망도 좌절만큼 막막하다. 일을 끝내고 나면 여기저기에서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쳐대고 있다. 논이 붙잡고 놔 주지를 않으니 계속 일해야 한다. 날이 후끈하다. 목이 마르다. 집으로 돌아가서 물을 마시고 다시 논으로 왔다.

 

논둑 펌프 앞에 이중으로 심어져 있던 모를 정리해서 중앙에 빈 부분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모가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니 솎아주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옮겨심기를 했다. 훨씬 보기에 좋았다. 다른 논들은 물빼기를 하는데 우리 논만 물이 그득하다.

 

7시 반에 집으로 돌아와 8시 반에 늦은 저녁을 먹었다.

 

지리산 둘레길의 도라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