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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참깨가 죽어가지만 마늘은 향긋하다_210615 el quince de junio el martes_пятнадцать nyuhb вторник

지난 15년 동안 참깨는 아무 병 없이 잘 자랐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이번에 심은 참깨는 40%만 싹이 나와서 다시 심어야 했고, 잘 크는 듯하더니 허리가 썩어 죽는다. 허리병이란다. 농약을 쳐야 할까 그대로 두어야 할까. 사람이라면 무슨 약을 써서라도 고치려고 할 것이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는 농부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살아남는 녀석들만 키우자. 부족하면 오뚜기 참기름을 사 먹으면 된다. 이 땅은 얼마나 오랫동안 작물을 키워왔을까. 휴식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삼밭 작업을 하는 것처럼 호밀을 키워서 갈아엎어야 할까.

 

동생이 덮어 놓은 부직포는 큰 풀을 그대로 두고 덮어서 부직포 사이로 풀이 밀고 나온다. 한 장을 걷어서 풀을 베고 다시 부직포를 씌웠다. 편하게 작업은 했는데, 참깨 허리병 때문에 사기가 떨어져서 그런지 금방 지친다.

 

밭둑에 두꺼운 부직포를 덮었다. 풀 베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다. 작년에는 위쪽을 덮었는데, 올해는 밭둑 아래쪽을 덮었다. 풀을 베어야 할 부분이 반 이상 줄었다. 휘파람새들이 짝짓기를 하는지 아름답게 울어댄다. 소리를 녹음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내니 충전이 안 되어 있어서 전원이 꺼졌다. 내일 또 울 것이다.

 

음성에 다녀와서 잠깐 쉬다가 비가 내리고 llueve 날이 시원해서 일하러 나갔더니 해가 쨍하고 뜬다. 마당의 풀이 너무 자라서 2주 만에 다시 예초기를 돌린다. 특히 토끼풀이 엄청나게 자랐다. 대충 베고 논에 가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중요했다. 최선을 다해 꼼꼼하게 풀을 베었다. 꽃밭만 들어가지 않고 구석구석 풀을 베었다. 예초기 날이 무뎌진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린 원인이다.

 

어머니는 벌써 세 번째로 마늘밭으로 가셨다. 마늘밭은 풀밭이다. 마늘 한 개 캐고 풀 열 뿌리를 캐어 버린다. 7시부터 마늘밭에 합류해서 8시 반까지 작업을 했지만 마늘 캐기를 끝내지 못했다. 꾸준히 그리고 틈틈이 마늘밭에 풀을 매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다. 결국 포기하고 내일 아침 다시 마늘을 캐기로 했다. 들깨까지 전부 뽑아서 들고 집으로 돌아와 깻잎을 뜯어 고등어구이를 싸 먹었다. 향기로웠다. 냉동 고등어의 맛도 일품이었다.

 

고등어구이와 함께 갓 캔 생마늘을 된장에 찍어 맛이 좋았다. 심은 노력에 비해 너무 적은 양이지만 김매기를 안 한 것에 비해서는 너무 맛이 좋고 향긋했다. 그래, 되는 대로 먹자. 참깨 밭에도 약 안 치련다. 땅이 주는 대로 먹자.

 

그나저나 약 안치고 농사지을 품목은 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