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모내기를 끝냈다. 이제 물을 대고 우렁이 철망을 치고, 모 때우기를 해야 한다. 하루 정도면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메벼 65판과 찰벼 50판을 주문했는데, 내년에는 메벼 60판과 찰벼 45판이면 충분하겠다.
몸수로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모내기를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소농을 살리는 정책들이 집행되면 제대로 된 기계들을 빌려서 깔끔하게 모내기를 끝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지 않으면 농촌의 농부들은 사라진다. 소농을 살려야 농사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농부가 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좀 줄어도 크게 지장이 없지만 농부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나가자.
우렁이 망을 챙겨서 나갔다. 총 5개인데, 한 칸짜리 3개와 세 칸짜리 2개다. 아버지의 유물이다. 올해만 쓰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의 흔적들이 하나 둘 지워진다.
제일 쉬워 보이는 흑미 논의 뒷 처리 작업도 만만치 않다. 진흙은 무겁다. 삽으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주로 호미와 맨손으로 논바닥을 정리해서 모 떼우기때우기 작업을 끝냈다. 일단 두 군데의 모 때우기를 하고, 세 칸 우렁이 망을 쳤다.
메벼 논의 입구 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단 한 칸 우렁이 망과 배수로를 정비해 두고 작업을 했다. 시작 전에 10분이라도 쉬었더니 일하기는 좋았다. 떼워야 할 면적이 많기는 했지만 8시까지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메벼 논의 북쪽 부분에 흙이 부족해서 입구 쪽에 흙을 좀 모아 두었다. 이 흙을 어떻게 옮겨야 할까. 포대에 담아 짊어지고 옮기자. 네 삽 정도는 질 수 있겠지. 북쪽 입구까지는 마음이에 실어 옮긴다. 10미터.
공동 우물을 돌려서 메벼 논에 물을 댔다. 누군가 쓰고 있는 것같은데, 절반만 열고 쓰기로 했다. 위로 물이 제대로 올라갈지는 알 수 없다. 흑미 논에는 물이 충분하고, 찰벼 논에는 논둑 펌프를 돌려 물을 댄다. 내일 비가 충분히 내린다면 우렁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언제나 기대는 크지만 쉽지 않다.
어제 11공수 출신으로 광주에 파견되었던 공수부대원의 긴 인터뷰가 있었다. 별명이 공수인 사람. 그는 한 사람을 살렸을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오랜 고통을 견디며 살았다. 공황 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다. 오직 자신의 이야기만 하던 그가 마지막에 특전사 친구들에게 부탁한다. 용기를 내어 이야기해 달라. 실종자가 아직도 많다. 광주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