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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몸수로서 기계 자립을 포기해서 아쉽지만 몸은 편하고 안전해졌다_210513 el trece de май el jueves_тринадцать man Четверг

몸수로서의 일생을 10년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몸수의 일생에서 아쉬운 날이다. 더 이상 논농사에서 굴삭기, 트랙터, 이앙기 작업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굴삭기는 1.7톤 규모로 적어도 10사람 분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서툰 솜씨로도 3 사람의 인력을 대체할만한 기계다. 이 기계는 과원 관리나 상하수도 공사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장비다. 논 특히 물을 댄 논에서는 쓸 수 없는 장비다. 굴삭기 기술을 갖고 있지만 이런 수준의 굴삭기로는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트랙터는 10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소의 일을 대체한다고 할 수 있다. 농기계임대센터에서 빌릴 수 있는 트랙터는 밭작물이나 하우스 농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저상 트랙터다. 게다가 논 작업용 써레와 로터리는 아예 없다. 3년 전에 써레마저 임대 장비로 갖춰지지 않음으로써 나와 같은 몸수에게 필요한 논 작업용 트랙터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올해까지 2년 동안 어떻게든 기술과 기계 자립을 위해 기술을 연마했지만 기술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앙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앙기를 옮기기 위해서는 1톤 이상의 트럭이 필요한데, 우리 마음이가 이제 나이가 들어 이렇게 무거운 기계는 싣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번에 굴삭기를 실었을 때는 거의 울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제 곧 은퇴하고, 아이들과 즐거운 여행을 다녀야 할 마음이를 위해서라도 이앙기 임대도 포기했다.

 

그리하여 사람과 장비를 모두 빌려서 논둑만들기, 써레질과 모심기를 하기로 했다. 몸수로서의 일 중에서 나흘 치의 일이 사라졌다. 비용은 3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아졌다. 대신에 시간은 이틀 정도를 벌었으니, 70만 원을 주고 48시간을 샀다고 하면 될 것이다. 나쁘지 않은 거래다.

 

그래도 아쉽다.

 

쉬고 있는데, 온몸에 열이 오른다. 땡볕에서 일해서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기온이 30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틀었다.

 

시청 앞에 핀 꽃을 누나가 올렸기에 금어초라 했더니, 그리미가 디기탈리스란다. 그리미가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