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ayer 우주신과 상수를 일죽 터미널에서 태워 가지고 농원으로 왔다. 중국 상점에서 산 보드카와 훈제 삼겹살로 오랜만의 만남을 축하하고 일찍 잤다 dormir - duermo.
5시 반부터 잠이 깨어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잠을 깼다.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과일과 커피로 cafe 아침을 먹고 7시에 집을 나섰다.
예상대로 두 대의 모터로 아무리 물을 agua mineral 대도 메벼 논의 물은 찰 줄을 모른다. 나흘 동안 뜨겁게 내려 쬔 햇빛에 hace mucho sol 의해 엄청난 양이 증발한다는 이야기다. 가만히 논을 바라보았다. 어떤 기계의 도움도 받지 못한 우리 조상님들은 물지게로 이 거대한 논에 어떻게 물을 댔을까. 정말 가능했을까. 모르겠다. no se.
먼저 펌프를 끄고 급수관 상태를 보았다. 찰벼 논까지 급수 호스를 연결하려면 입구에서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스를 연결하는 파이프를 둘로 잘라서 연결할 필요가 있겠다. 파이프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낚시터에 설치된 원형톱이 눈에 들어왔다. 오, 저게 작동을 한다면. 고맙게도 작동을 한다. 일단 두 개의 파이프로 절단을 해서 다시 논으로 가져왔다.
급수관에 연결해 보니 좀 길다. 다시 낚시터로 가서 적당한 길이로 절단해서 연결했다. 제법 튼튼하게 연결한 느낌이다. 호스 연결 부위도 파이프를 내부에 넣어 연결하고 물을 틀었다. 심하게 물이 새는 곳 없이 물이 잘 돈다.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찰벼 논에는 두 대의 모터가 돌면 물이 금방 찰 것이고, 메벼 논의 물이 부족하다면 공동 펌프를 돌려서 물을 더 받으면 될 것이다.
수레에 한 가득 흙을 퍼서 논둑길을 따라 걸어가서 메벼 논 빠지는 곳에 흙을 채웠다. 이렇게 해도 기계가 빠질지 알 수는 없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전부 네 대의 흙 수레를 채웠지만 메벼 논이 잘 메꿔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일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겠다. 조상님들도 그랬을 것이고, 나 또한 그래야 한다. 이 모든 힘든 노동이 결코 헛되지 않다. 그늘에서 문자나 읽고 있는 한량들을 부러워하지 말고, 노동자로서 현재와 미래를 즐긴다고 스스로를 제어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비가 왔다 갔다 하니 덥지 않아서 좋은데, 세 시간째 일을 하니 매우 힘들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아침을 함께 먹었다.
10시 40분에 마음이를 타고 논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찰벼 논의 동쪽 사면을 작업해서 메벼 논의 낮은 부분에 메우고, 나는 찰벼 논의 서쪽 사면을 정리하기로 했다. 비가 완전히 그쳐 버려서 기온이 점점 올라간다. 쉼 없이 일했지만 넓은 들은 거의 흔적도 남지 않는다. 서쪽 사면의 거의 대부분을 끝내고 쉴 때가 12시가 넘었다. 80분을 작업한 것이다. 아이들은 물을 마시며 한 차례 쉬더니 다시 논둑에 매달린다. 거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렵게 서쪽 사면을 정리하고 10분 여를 벤치에 누워 쉬다가 흑미 논의 논둑 깎기 작업을 했다. 물이 완전히 말라버린 흑미 논은 깊은 곳이 분명해져 있었다. 마른 흙이라면 훨씬 일이 빠르기는 한데, 이동 거리가 멀어서 왔다 갔다 맥이 빠진다. 이 노동의 결과는 분명 김매기의 고통을 경감시켜 줄 것이다. 한 여름 땡볕의 고통을 택할 것이냐 섭씨 25도의 고통을 택할 것이냐. 답은 분명하다.
오후 1시 45분에 오전 작업을 마치고 철수했다. 우주신은 과연 오후에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한다. 할 수 있다.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 사피엔스들은, 수렵채집 보다 고통스러운 농경 작업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놀고먹는 사람들을 먹여야 했고, 제법 빠른 근육의 회복력 때문이다. 니체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했다. 고통을 잊고 처음처럼 생생해진 근육이 생존을 위한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잠도 자고 공부도 하다가 4시 20분에 다시 논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4시 45분에 애들을 깨워서 일을 마무리하러 간다.
아이들이 논둑을 깎고 흙을 나르는 일을 계속하는 사이에 반장네 호스에 우리 호스를 연결해서 찰벼 논에 물을 더 대기로 했다. 두 대의 모터로도 모자라 세 대의 모터를 돌린다. 7시 반이 넘었을 때 내일 비가 많이 온다며 물을 돌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porque llueve mucho. 여전히 물은 차오르지 않고 있다. 저녁 열 시에 나가서 공동우물과 논둑 펌프는 끄고 절집 펌프만 돌려놓았다. 일요일 아침까지 비가 꾸준히 내리기는 한다. 비가 20mm가 내리면 수심이 2cm 높아지는 것이다. 써레질을 위해서는 20cm는 필요하다. 펌프 하나라도 돌려놓는 것이 맞다. 흑미 논으로는 메벼 논의 물이 넘쳐흐르도록 배수로를 열어 두었다. 찰벼 논과 흑미 논의 최종 배수로도 적정한 높이로 물이 조절되도록 조정해 두었는데, 적정한 높이인지는 알 수 없다.
다시 흑미 논의 논둑 작업으로 돌아왔다. 23,000보를 걸을 정도로 논둑을 깎아서 깊은 곳에다 흙을 옮겨 놓았다. 논의 수평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빈다. 굴삭기로 이틀, 혼자서 이틀, 아들들과 하루 등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헛된 노동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메벼 논의 서쪽 사면은 물이 넘칠 지경이 되었다. 논둑이 낮은 것이 첫째 이유고, 물이 많이 차 있다는 것이 둘째 이유다. 마직막 작업으로 논둑 높이기를 한다. 물이 잘 가둬져서 우렁이들이 작업을 잘해 주기만을 빈다.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논둑 높이기를 하고, 세 군데의 배수로를 열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는 얼마나 내릴까.
저녁을 먹고 푹 쉬다가 10시 반에 아이들과 함께 일원동을 거쳐 부천으로 왔다. 통닭에 전통주를 한 잔 마시니 비로소 졸음이 쏟아진다. 아들들과 작업하는 사진을 한 장도 찍을 수 없었다. 내 노동 시간은 9시간. 아들들은 각각 6시간. 총 21시간. 휴일 노동치고는 꽤 많이 했다. 아이들이 측은지심을 발휘하여 나를 도와주기로 결심해 준 덕분에, 서툴지만 성실하게 일해 준 덕분에, 힘들지만 노래를 마음껏 부르며 고통을 이겨 준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모두들 고마워 ~
일당 5만 원씩을 지불했다. 너무 싼가. 요즘 여자 노동자의 일당이 10만 원이 되었다고 한다. 남자들은 13만 원 이상이다. 청년 노동을 착취한 것이 아닐까. 어머니가 어린이 날 용돈을 따로 챙겨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