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29일) 내려오는 길에 남양주에서 포도 100 그루를 키우는 친구의 가원으로 갔다. 함께 감자를 심고 저녁까지 놀았다. 포도나무를 키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4년을 키워야 비로소 제대로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키우고 싶다. 묘목 열 그루를 사다 심어서 이중 4그루만 4년 동안 살아남게 관리할 수 있다면 우리 가족이 먹을 포도는 충분하다. 친구는 소믈리에이기도 하다. 그에게 포도주 담그는 법도 배울 수 있다. 논을 팔지 못했으니 아직 여유가 없다. 일단 유보한다.
오늘은(30일) 오전에 지난 3주 동안 쌓여있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정리했다. 보통 30분이면 정리가 가능한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3주가 넘었다. 더 이상은 지저분해서 볼 수가 없다. 어머니께서 도와주셔서 40분 만에 정리를 끝내고 음성에 다녀왔다.
4시까지 쉬다가 밭으로 갔다. 제일 안쪽에 있는 이랑들부터 정리한다. 밭둑에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이랑이 점점 멀어지자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숨이 턱에 찬다. 물을 마시며 쉬었다. 삽질과 괭이질은 정말 힘들다. 구부러진 이랑을 일일이 괭이로 펴 나가는 일도 팔에 엄청난 무리가 간다. 이 일을 꾸준히만 할 수 있으면 팔근육이 매우 좋아질 텐데 사흘 정도 하고 나면 팔뚝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몸살이 난다.
다시 이랑 손질을 해 나갔다. 포장 도로를 지나쳐서 만들어진 이랑을 삽으로 퍼서 밭으로 올려야 한다. 팔과 허리, 다리가 후들거리는 일이다. 한 시간도 못되어 다시 쉬었다. 밭둑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쉬었다. 500평 밭의 이랑은 한눈에 스윽 들어온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막상 한 뼘 한 뼘 힘을 써서 일해야 하는 몸수로서는 여간 고단하고 넓은 땅이 아니다. 멀리 어머니께서 마늘밭의 풀을 뽑고 계신다.
다시 50분을 더 일해서 짧은 이랑 2개와 보통 길이의 이랑 2개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밭둑에 잠시 앉아 호흡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샤워하는 순간에 몸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대체로 그런 날이다. 서클 친구들에게 농활 요청을 했으나 아무도 오겠다는 답변이 없었다. 망중한을 즐기라, 봄날을 즐기라 한다. 그러고는 있다.
황사가 엷어져 하늘도 파랗고 공기도 상쾌하다. 일할 기분이 난다.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